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전동석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전동석 ⓒ 서정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어떻게 대중을 열광시켰을까. 지난 6월 20일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올해에도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 작품은 1818년에 초판이 나온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소설을 원작으로 국내에서 새롭게 창작한 결과물이다. 초연과 재연에 이어 이번이 삼연이고 주인공 빅터 역에 류정한, 전동석과 민우혁이, 빅터의 친구로 신체접합술의 권위자인 앙리 역에 박은태와 한지상, 카이, 박민성이, 빅터의 누나 엘렌 역에 서지영, 박혜나가, 빅터의 약혼녀 줄리아 역에 안시하와 이지혜, 빅터의 숙부 슈테판 역에 이희정, 그리고 빅터의 집사 룽게 역에 이정수, 김대종이 출연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어린 시절 죽은 강아지를 살려냈던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나폴레옹 전쟁 당시 신체접합술의 권위자인 앙리 뒤프레를 만나 함께 시체를 이용해 군인을 만드는 연구를 한다. 전쟁이 끝나자 고향으로 돌아와 계속해서 생명을 창조하려는 연구를 계속하고, 실험에 필요한 신선한 뇌를 구하려다가 그만 돈에 눈이 먼 장의사가 벌인 살인에 얽히게 된다. 하지만 빅터의 꿈에 매료된 앙리는 그를 대신해 죄를 뒤집어쓰고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다. 빅터는 결국 앙리의 목을 재료로 마지막 실험을 시도하고, 실험실에 우연히 벼락이 떨어지며 앙리는 새로운 '괴물'로 태어나게 된다.

다시 태어난 괴물은 앙리가 아닌 새로운 생명체였고 자신을 죽이려는 빅터를 피해 도망치다 지하격투장에 끌려가게 된다. 괴물은 그곳에서 죽지 않으려면 죽여야만 하는 끔찍한 인간들의 모습을 마주한다. 자신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하녀 까뜨린느 역시 죽음의 위기에 몰리자 자신을 배신하는 등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괴물은 자신을 만든 창조주 빅터를 찾아가 복수를 결심한다.

슈테판을 죽이고 엘렌에게 모함을 씌운 괴물은 끝내 줄리아까지 죽인 뒤 북극으로 향한다. 모든 것을 잃은 빅터는 괴물에게 복수하러 북극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괴물은 빅터의 다리를 칼로 찌른 뒤 빅터에게도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려주겠다며 자살을 택한다. 복수에 성공했지만,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된 빅터는 괴물의 시체를 안고 절규한다.

선택과 집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전동석(위)과 박은태(아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전동석(위)과 박은태(아래) ⓒ 서정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박민성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박민성 ⓒ 서정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심플하지만, 세련된 연출 덕에 부드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원작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점을 피해갔다. 이야기가 난잡해지거나 등장인물 각각의 동기와 행동을 애써 설명하지 않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했다.

예컨대 모든 인물은 개별적인 관계를 맺기보단 빅터의 가족, 빅터의 친구 같은 식으로 그려진다. 2막 지하격투장의 이야기 역시 크게 보면 빅터가 만든 피조물인 괴물이 겪는 이야기다. 즉 <프랑켄슈타인>은 제목처럼 확실하게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내세워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이렇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은 가타부타 인물의 대사로 이야기를 설명하고 관객을 설득하려는 작품들보다 훨씬 친절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왕용범 연출의 뮤지컬에 대한 탁월한 이해도 역시 이 작품의 미덕이다. 춤과 연기, 노래, 음악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종합예술인 뮤지컬은 관객에게 어떤 정보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앞서 말한 여러 요소를 골고루 사용할 수 있는데 <프랑켄슈타인>은 그런 점에서 아주 훌륭한 작품이다.

작품의 플롯이 빅터의 이야기에 집중됐다면 다른 인물들은 노래를 통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 까뜨린느가 부르는 '그곳에는'과 '산다는 건'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이자 많은 분량을 가진 앙리 역시 자신의 배경 설명을 특별히 하지 않고 '한잔의 술에 인생을 담아'에서 '난 부모도 형제도 없지만 단 하나 친구가 있다네'라는 가사로 이후의 이야기를 암시한다.

노래 자체도 클라이맥스에서나 부를 법한 노래를 대규모로 배치해서 '대극장의 웅장함'을 느끼고자 하는 관객들에게도 후련함을 제공한다. <프랑켄슈타인>의 암울함, 어두움, 절실함이 담긴 스토리는 이런 강렬한 웅장함과 어색하지 않게 섞인다.

일말의 아쉬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전동석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전동석 ⓒ 서정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한지상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한지상 ⓒ 서정준


첨단 CG와 극한의 편집으로 블록버스터급 이야기를 저렴한 가격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영화보다 뮤지컬이 강한 지점은 바로 현장감이다. 물론 이런 현장감이 두드러진 창작 뮤지컬은 <프랑켄슈타인> 외에도 무수히 있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쉬운 플롯, 강한 노래를 통해 현장감을 최대한으로 살리면서도 빅터와 앙리(괴물)의 대립을 통해 신과 인간, 생명 창조와 윤리를 다뤄 관객에게 뮤지컬로서의 즐거움과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다만 굳이 아쉬운 점을 꼽아본다면, 여성 캐릭터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는 지점이다. 줄리아는 주연 캐릭터가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존재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까뜨린느의 강렬한 캐릭터가 그것을 채우지만, 줄리아 역의 배우가 1인 2역을 하기 때문이지 줄리아 캐릭터 자체가 깊어지는 건 아니다.

또한 이야기를 잘 정리하고 추려냈음에도 괴물이 하나의 자아를 가진 생명체가 아닌 복수의 화신으로만 그리는 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프랑켄슈타인>은 적어도 하나의 창작뮤지컬로서 가진 임무를 완수한다.

한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오는 8월 26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민우혁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시연 중인 배우 민우혁 ⓒ 서정준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 함께 실리는 글입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리뷰 왕용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