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포스터.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포스터. ⓒ 코리아스크린


01.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는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흥행에 실패한 작품으로 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약 15만 명의 관객이 이 작품을 선택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제작비의 2.5배가 넘는 수익을 벌어들인 것과 비교해보면 대단히 저조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세 주인공이 각각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며 그 결과가 서서히 조합되는 밀도가 높은 작품으로 의외의 긴장감과 몰입감이 높은 영화였다. 이 작품 전에 이미 <그을린 사랑>과 <에너미>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드니 빌뇌브 감독은 세 인물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펼치면서도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작품이다. 속편이라는 편한 단어를 두고 굳이 전작의 분위기를 이어간다고 표현한 까닭은 엄연히 두 작품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은 전작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시퀄(Sequel)을 택했으나, 이는 주연배우 가운데 알레한드로(베네시오 델 토로 역)에만 한정돼 있다. 맷(조슈 브롤린 역)의 역할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케이트(에밀리 블런트 역) 캐릭터는 사라졌다. 이 작품을 전작과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02.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컷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컷 ⓒ (주)코리아스크린


영화는 미 국경을 밀입국하려는 이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로 인해 폭탄 테러가 자행되는 현장을 비추며 시작된다. 이후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이 테러리스트들을 국경을 통해 밀입국시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맷은 알레한드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전작에서 무장 카르텔에 의해 가족이 몰살당한 기억이 있는 알레한드로는 카르텔의 두목인 레예스의 딸인 이자벨(이사벨라 모너 역)을 이용하는 작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시카리오> 시리즈가 전작에 이어 놓지 않고 가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시리즈의 핵심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불법을 저지르는 카르텔과 이를 저지하려는 이들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내러티브라는 것. 전작에서는 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두 나라의 국경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범죄 행위는 이 영화의 주된 소재다. 전작이 마약과 관련된 것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밀입국이 문제가 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미구엘(엘리야 로드리게스 역)에게 그의 미래를 논의해보자는 알레한드로의 대사를 보면 다음 작품에서 역시 이 경계가 시리즈의 주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은 예상 가능하다.

둘째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가 처한 상황과 목적에 따라 하나의 사건을 대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부분을 인정하고 표현하려 한다는 것이다. 전작에서 세 주인공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서로를 속이거나 구해주거나 했던 식의 구조는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동일한 작전을 수행하지만 상부의 지시로 알레한드로의 제거를 하달 받은 맷과 그런 그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이자벨을 포기할 수 없는 알레한드로의 입장이 바로 그것. 전작에 비해 다소 헐거워진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이 부분만큼은 앞으로도 이 시리즈를 통해 지켜볼 요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03.

전체적인 짜임새나 밀도는 전작에 비해 약한 편이다. 기시감을 들게 하는 설정은 물론 스토리 라인도 예측 가능한 수준이다. 전작에서는 액션 스릴러 장르였다면 이번에는 스릴러의 느낌이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아무래도 감독 교체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드니 빌뇌브 감독에 이어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은 다큐멘터리 촬영을 담당하던 카메라맨 출신이다. 각본가인 테일러 쉐리던은 1편에 이어 2편에도 참여했지만 감독에 따라 두 작품이 주는 차이는 꽤 크다. 전체적으로 롱숏이나 적외선 시야를 활용한 촬영 등 액션 연출에서는 긴장감을 주지만, 스토리의 서스펜스를 확장시키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인과관계, 전작과의 연결고리 등을 고려한 점이 엿보이지만 설득력은 강하지 못하다(밀실 협박 장면에 등장하는 물통 4개는 전작의 물고문 장면을 이어온 것이며 이와 같은 사소한 연결고리들을 만들어내려 한 흔적들이 다수 보인다). 특히 초반부에 등장하는 민간인 테러에 이은 미 국방부의 보복성 공격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한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소 러프한 전개다. 그 중에서도 급변하는 상황과 동시에 알레한드로를 제거하라는 지점의 급격한 변화는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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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컷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스틸컷 ⓒ (주)코리아스크린


전체적인 흐름을 보자면, 시리즈는 결국 알레한드로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놓으려고 하고 있으며,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이번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는 그 작업을 한 셈이다. 후반부에서 비현실적일 정도로 불사의 모습을 그에게 부여한 것은 물론, 전작에서 발생한 가족의 상실과 이자벨에 대한 부성애를 연결 지으려는 것 또한 그렇다. 급변한 상황으로 인해 등을 지게 된 맷과의 관계 역시 이어지는 다음 내용에서 알레한드로의 행동을 촉발할 어떤 작용제가 될 것이다.

현재 세 번째 작품이 제작되고 있다는 이 시리즈가 최종적으로 몇 부작의 형태로 끝맺음을 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던 두 가지 특징을 최대한 살려내 전작의 모습을 되살리는 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일각에서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복귀설도 흘러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는 이미 데이빗 린치 감독의 <듄>(1984) 리메이크 영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수의 시리즈 작품들이 힘겨워했던 소포모어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한 <시카리오>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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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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