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남북평화영화제 계획을 발표한 강원도와 강원영상위. 사진은 지난해 3월 강원영상위원회 출범식 모습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계획을 발표한 강원도와 강원영상위. 사진은 지난해 3월 강원영상위원회 출범식 모습ⓒ 성하훈


강원도(최문순 도지사)와 강원영상위원회(방은진 위원장)가 2019년 6월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최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영화진흥위원회도 5일 남북영화교류 추진 특별위원회(아래 남북영화특위) 구성을 완료해 남북 영화교류에 대한 영화계의 관심이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다.

강원도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남북평화영화제 문성근 조직위원장과 방은진 집행위원장 선임 소식을 알렸다. 이와 함께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산하기관인 조선영화인동맹 등의 실무진을 만나 남북 영화인들의 교류, 영화제 프로그램 등을 함께 꾸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폐막식을 금강산 등에서 열고 싶다는 희망도 공개했다.

강원영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8월 중 조직위원회 및 집행위원회 구성 등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으로 영화제를 준비할 예정"이라며 "영화 프로그램은 북한 쪽에서 제작된 영화나 해외에서 제작된 북한 관련 영화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자 신분으로 부산영화제와 부산 영화인들을 만나 '남·북 공동 영화제' 등 추진을 약속한 상태에서 강원도가 한발 앞서나가는 모양새다. 종합해 보면 남북영화인 교류를 놓고 영화제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분위기다.

 5일 첫 회의를 연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 특별위원회

5일 첫 회의를 연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 특별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영진위의 남북영화특위 구성은 이런 영화계의 요구를 취합해 동력화하겠다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영진위는 5일 남북영화특위 구성을 발표하면서 문성근 배우를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위원으로는 이준동 영진위 부위원장과 이준익 감독,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조선희 소설가, 정우성 배우 등 11명을 선임했다.

남북영화특위는 5일 첫 회의에서 과거 2003년부터 2008년까지 6년간 운영되었던 유사한 성격의 남북영화교류추진특별위원회의 사업계획 및 현재까지의 추진 내용을 공유하고 남북영화교류의 실질적인 방안에 대해서 논의했다. 남북영화특위는 앞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사업 중점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오 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내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칸 영화제에서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방안을 칸 영화제 측과 논의 중"이라며 "북한도 참여하면 더욱 좋을 것이고, 남북한의 복원된 고전 필름을 칸 영화제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북영화교류에 강원도가 '교두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되길"

 문성근 영진위 남북영화특위 위원장 및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조직위원장

문성근 영진위 남북영화특위 위원장 및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조직위원장ⓒ 영진위


부산영화제는 이미 1998년부터 남북영화와 영화인의 상호교류를 통해 민족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와 접촉했다. 2000년에는 이용관 이사장이 영화인들 방북 때 참여했으며 2003년에는 금강산에서 북한영화 특별 상영을 위해 북한 영화계 인사들과 실무 협의를 벌이기도 했다. 북측과의 접촉 및 협의 등 경험은 가장 앞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강원도가 문성근 배우를 조직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영화 교류에 강원도가 교두보 역할을 맡는 분위기다. 강원영상위 관계자는 영화제를 계획하는 과정에서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이 "남북영화 교류에 강원도의 위치가 좋다며 적극적인 응원을 보내줬다"고 전했다. 문성근 조직위원장은 강원도의 보수적인 정서 등을 우려해 조직위원장 수락을 머뭇거렸으나 강원영상위원회의 적극적인 삼고초려에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성근 조직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에서 남북영화교류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혀 왔다. 통일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기도 한 문성근 배우는 참여정부 초기인 지난 2003년 가을 대통령 친서를 갖고 방북하기도 했다.

오석근 영진위원장과는 1993년 < 101번째 프로포즈>의 감독과 배우로 만나 함께 작업한 인연도 있는 등, 영진위를 도와 남북영화교류를 성사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문성근 조직위원장은  남북영화교류에 대한 나름의 구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문익환 목사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다. 지난 1월 13일 문 목사의 24주기 추도행사에는 북한에서도 추도사를 직접 보내오기도 했는데, 문 조직위원장은 "탄생 100주년의 의미가 남북관계 개선에 활용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체부 "아직 남북 간 영화교류 접촉 없어, 의견 수렴해 잘 준비하겠다"

 2001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북한에서 제작된 신상옥 감독의 <탈출기>

2001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던 북한에서 제작된 신상옥 감독의 <탈출기>ⓒ 신상옥


부산영화제 측은 "강원도의 평창남북평화제와 겹치게 되는 부분은 많지 않을 것 같다"며 강원영상위원회와 북한과의 영화 교류는 영진위에 일임하는 방향으로 사전에 이야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강원도의 남북평화영화제는 영화인들의 교류에 초점을 맞춘 것 같고 우리는 영화 상영에 중심을 두는 것이라 방향성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근래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가 많이 않고 주로 선전물 성격이어서 상영할 수 있는 작품이 고전영화 등에 한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이 대해 부산영화제 측은 "체제 선전 성격이나 정치성이 강한 영화의 상영이 불가능하다고만 말하기 어렵다"며 "그때 가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영화제 차원에서는 그간 북한과 접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남북평화영화제와 겹치지 않는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영화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실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온도차가 엿보인다.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는 분위기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영화 교류에 대해서는 우리와 북한 양쪽에서 서로간의 요구가 있어야 한다"며 "아직 영화 쪽 교류와 관련한 남북 간의 접촉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계의 의견수렴 등을 통해 잘 준비해 나가겠다"며 "영진위의 남북교류특위 구성 역시 준비 과정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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