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이 진행됐다. 출연 배우들과 제작진이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서정준


지난 4일 오후 서울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연극 <러브스코어>가 프레스콜을 열고 기자들을 만났다. 왕년의 인기스타 '재준'과 제주도 출신 가수지망생 '오름'의 사랑을 그린 <러브스코어>는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의 '소진'과 어린이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로 데뷔한 아역 출신 배우 한보배의 첫 연극 작품이기도 하다.

'재준' 역에 김호진, 임강성, 신진범, '오름' 역에 소진, 강연정, 조아라, 한보배, '동철' 역에 한상욱, 오영윤, 김영환, '유나' 역에 오세미, 장윤이, 김은주가 출연한다. 창작진으로는 배우로도 활동 중인 '오인하'가 작가를, '유림'이 작곡을 맡았으며 <신인류의 백분토론> '전진기' 역할과 <러브스코어> 연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는 '차용학'이 연출을 맡았다.

남자 넷의 우정을 그린 선 굵은 작품인 <밀레니엄 소년단>을 만든 (주)창작하는공간에서 새롭게 내놓은 연극 <러브스코어>는 '대학로의 여타 작품과 다른 로맨스'를 주장하며 오픈런 공연에 돌입했다. 프레스콜 현장을 통해 연극 <러브스코어>가 어떤 작품인지 살펴보자.

포인트 1. <러브스코어>는 정말 차별화된 작품일까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김호진과 소진이 시연하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김호진과 소진이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연극 <러브스코어>는 남성 둘, 여성 둘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남여주인공과 멀티로 구성됐다. 여기에 더해 남녀 주인공들은 우연한 계기로 인해 서로를 강제로 만나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거듭되는 갈등 속 진심을 깨닫고, 마침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사소한 오해로 인한 위기도 겪지만, 이내 진정성 담긴 노력으로 관계를 회복하고 해피엔딩을 맞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사실 여기까지 이야기만 놓고 보면 연극 <러브스코어>가 정말 차별화된 작품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멀티와 주연으로 이뤄진 구성이나 동거라는 소재, 나이차 나는 아저씨-젊은 여성 커플의 이야기 등은 각각 떼어놓고 보면 진부해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러브스코어>는 이 흔한 재료를 가지고 입체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서 기존의 진부함에서 벗어나는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신진범이 시연하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신진범이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배우들이 너무 잘하니 그게 가장 큰 매력이자 특색이 아닐까 싶다. 더 발전되고 나아지는 모습 회차 거듭하며 보여드리겟다. 잘 봐달라." (배우 신진범)

'동철'과 '유나'는 작은 분량이지만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히 가져가고, 다른 멀티 캐릭터들도 적절히 극에 웃음을 던진다. 특히 '동철' 역 배우들의 개그감은 확연히 두드러졌다.

'오름' 역시 빠른 극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바쁘게 보여줘야 하는 상황 중 짧게 등장하는 제주도 방언(마치 <빨래>의 '서나영'이 구사하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가 생각난다) 신을 통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렇게 인기있던 적이 없어서 '소진'이나 주변에 많이 물어봤다. 실감을 해야하니깐(웃음)."(배우 김호진)

또 작가가 가장 공들인 캐릭터는 아마도 '재준'일 것이다. 아이돌 1세대의 향수를 가득 담아 꾹꾹 눌러담은 듯한 '퓨처파이브'라는 가상의 그룹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 이후 솔로 앨범이 망해서 반백수로 지내며 겉으론 보이지 않는 내면의 괴로움을 안고 있는 '재준'은 아저씨지만, 20대보다 잘생기고 능력 좋은 '영 포티' 유형의 캐릭터나 혹은 여주인공의 매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키다리 아저씨' 타입의 한계를 극복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러닝타임의 한계로 '오름'이가 가진 이야기를 더 끌어내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포인트 2. 첫 연극 도전한 '소진'과 '한보배', '믿고 볼 수' 있을까?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소진이 답변하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소진이 답변하고 있다. ⓒ 서정준


"<러브스코어> 처음 시작할 때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낯설고 두려운 마음도 컸다. 연출님 만나고 난 뒤 내가 배울 게 많은 일이고 재밌을 것 같았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겠단 생각이 들었고, 좋은 배우, 좋은 연출님, 작가님 만나게 돼서 아주 감사하다는 마음이 크다. 그리고 나이가 왜요(웃음). 전 지금부터 제 갈 길을 가면 돼요. 좋은 작품 만나서 제 매력 더 보여주겠습니다."(배우 소진)

"제가 팀에 어마무시한 막내인데(웃음) 실제로도 25살이다. 처음에 작업해나가면서 걱정되는 점이 많았지만, 여태껏 해왔던 매체 연기와 좀 다르게 발전된 모습 보고 감명 깊었고 언니, 오빠들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나 싶다. 감개무량하다."(배우 한보배)

연극 <러브스코어>는 다른 무엇보다 걸스데이 '소진'의 연극 데뷔작으로 주목받았다. 덕분에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지만, 아이돌의 무대 진출이 무척 잦아지며 눈이 높아진 대중들에게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러나 프레스콜에서 보여준 짧은 시연 장면으로 미뤄보건대 '소진'은 다년간 쌓인 내공을 무대 위에 잘 펼쳐냈다. 매체 출신 배우들이 대부분 공통적으로 가지는 단점인 연극 발성의 부재는 아쉬웠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로 '오름'을 표현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한보배' 역시 '어마무시한 막내'답게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휘했다.

최근 <미스터마우스> <빨래> <미스대디> <투모로우 모닝> 등을 통해 상큼한 매력과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강연정은 보통의 공연과 달리 집중력을 갖기 힘든 프레스콜 현장에서도 빠르게 캐릭터를 구축해 기자들을 몰입하게 만든 '믿고 보는' 배우였고, 다수의 오픈런 작품에 출연했지만 아직 많이 알려진 바 없는 조아라 역시 신선한 연기로 '오름'의 매력을 한층 살렸다.

앞서 말했듯 '오름'의 캐릭터가 가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충분히 풀어내기 어려운 점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극 중에서 소화하는 각자의 솔로곡이나 극의 몰입도를 높이는 '오름'의 매력은 잘 보였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한보배가 시연하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한보배가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포인트 3. 음악, 음악, 그리고 음악

"흔히 만날 수 있는 대학로 로코물 중 하나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게 있지 않을까하고 찾다보니 음악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자고 했다. 오늘 시연은 돌아가며 해서 강연정 배우가 솔로곡을 했지만, 네 명의 '오름'이 부르는 솔로곡이 다 다르다. 각각 배우들 특색에 맞게 곡을 써주셔서 우리 공연이 가져갈 수 잇는 작은 차이가 됐다." (차용학 연출)

"정말 공감되는 부분 많았던 것 같다. 처음하는 연극인데도 (이런 내용이라서)그래도 내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햇고 '오름'만이 아니라 '재준'이 하는 말, 마음들도 너무 많이 이해가 됐다. 그냥 처음 노래 시작할 때 패기 있고 무서울 것 없고 꿈만 있던 시절이 생각나서 저를 재정비하는 기회가 된 거 같다." (배우 소진)

"뮤지컬의 노래가 드라마의 일부분이라면 '재준'이의 노래는 가장 마지막에 '오름'에게 하는 큰 고백같은 느낌이라서 곡 자체가 주는 힘이 무척 크다. 그래서 사실 긴장되고 부를 때 더 희열도 오고 그렇더라." (배우 임강성)

연극 <러브스코어>는 음악극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음악 활용에 중점을 뒀다. 이야기 자체도 음악을 소재로 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두 사람이 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극의 주요한 플롯을 차지하고 있다. 기타 하나와 목소리로 만드는 어쿠스틱한 느낌부터 임강성 배우가 언급했듯 마지막의 노래까지 귀를 잡아당기는 좋은 음악들이 극을 채운다. 여기에 더해 네 명의 '오름'이 부르는 노래를 다르게 만들어 재관람의 여지까지 열어놨다. 기획 단계에서 뚜렷한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와 '창작하는공간'이 보여준 센스라고 할 수 있다.

연극 <러브스코어>는 90분의 짧은 러닝타임 안에도 많은 것을 담으려 했기 때문에 이야기를 거칠게 넣거나 배우들의 내공으로 넘어가는 장면들도 군데군데 눈에 띈다. 그러나 여러 차례 자신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대학로의 수많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들과 다른 온도를 보여주는 모습도 분명히 있다. 좋은 토양 위에서 시작한 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연극 <러브스코어>는 대학로 상명아트홀 1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된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강연정이 시연하고 있다.

4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연극 <러브스코어> 프레스콜에서 강연정이 시연하고 있다. ⓒ 서정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기자의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연극 대학로 러브스코어 소진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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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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