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 상황에서 골 욕심을 비울 수 있을까? 로멜루 루카쿠는 축구계의 신선 쯤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후반전 추가 시간 16초를 남기고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축구팬으로서 새벽 잠 설친 보람이 충분했다. 축구가 왜 아름다운지, 우리들이 왜 월드컵을 기다렸는지 벨기에와 일본 선수들이 온몸으로 증명한 최고의 경기였다.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벨기에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3시(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16강 일본과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벨기에는 일본에 0-2로 끌려가다가 종료 직전에 3-2 펠레 스코어로 뒤집는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8강에서 강팀 브라질을 만나게 됐다.

일본의 자신감 넘치는 기술 축구

 3일(한국 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일본의 하라구치 겐키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3일(한국 시각)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린 일본의 하라구치 겐키 선수가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시아 축구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일본이 16강에 올랐다. 아프리카 팀조차 하나도 없는 강팀들 사이에서 당연히 완패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은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개인기와 조직력을 자랑하며 벨기에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경기 시작 후 54초 만에 공격형 미드필더 카가와 신지의 왼발 슛으로 공격을 시작한 일본은 에덴 아자르와 케빈 데 브라위너가 이끌고 있는 벨기에와 대등한 실력을 맘껏 뽐냈다. 그 상징적인 장면이 31분에 놀라운 측면 공격으로 입증됐다.

일본의 플레이 메이커 카가와 신지가 왼쪽 옆줄 바로 앞으로 움직이며 롱 패스를 받았다. 벨기에 오른쪽 윙백 뫼니에의 키를 넘는 공을 확인한 카가와의 퍼스트 터치는 글자 그대로 예술이었다. 그리고는 왼쪽 풀백 나가토모 유토를 거쳐 이누이 다카시의 헤더 슛까지 이끌어냈다. 비록 이누이의 헤더가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 정면으로 날아가고 말았지만 일본 선수들이 16강에 운 좋게 올라온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명장면이었다.

44분에도 일본의 왼쪽 측면 공격은 반짝반짝 빛났다. 이누이 다카시의 정확한 대각선 패스를 받은 나카토모 유토가 가슴으로 정확하게 터치한 것에 이어 과감한 드리블로 오른발 슛까지 시도했다. 그 공을 골잡이 오사코 유야가 방향 바꾸기까지 시도했으니 벨기에 수비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일본 선수들의 개인기와 조직력은 벨기에를 충분히 위협했고 후반전 초반에 더 놀라운 일들을 엮어냈다. 일본이 먼저 두 골을 터뜨리며 달아날 것이라 생각한 축구 전문가들은 아무도 없었으리라.

48분에 일본의 역습이 로스토프 아레나를 뒤흔들었다. 미드필더 시바사키 가쿠의 절묘한 찔러주기를 받은 하라구치 겐키가 벨기에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머뭇거리는 틈을 타 과감하게 오른발 대각선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이 선취골만으로도 벨기에로서는 충격이었는데 4분 뒤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벨기에 페널티지역 바로 밖에서 공을 잡은 카가와 신지가 벨기에 미드필더 악셀 비첼을 앞에 두고 현란한 발기술을 자랑했다. 일본 핵심 선수들의 개인기가 세계 정상급에 도달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것 같았다.

카가와 신지의 패스를 받은 이누이 다카시는 악셀 비첼이 달려드는데도 불구하고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무회전 중거리슛을 벨기에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아무리 시간이 52분밖에 안 된 시점이지만 일본이 벨기에를 2-0으로 앞서고 있다는 것 자체가 월드컵 역사상 보기 드문 뉴스였다.

이것도 모자라 일본의 조직력은 64분에 또 한 번 벨기에 선수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쇼지 겐-사카이 히로키-카가와 신지-사카이 히로키로 이어진 세 차례의 오른쪽 측면 패스 줄기는 벨기에 선수들이 절대 따라붙지 못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기에 보는 이들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 44초, 루카쿠가 고개 돌리는 것 보셨나요?

이 경기가 이번 월드컵 최고의 경기로 손꼽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벨기에 선수들도 더 놀라운 저력으로 보여주었다. 하라구치에게 선취골을 내주고 곧바로 이어진 역습에서 간판 미드필더 에덴 아자르의 오른발 슛이 일본 골문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왔을 때 벨기에의 운은 거기까지인 것 같았다.

하지만 벨기에는 결정적인 고비를 넘을 수 있는 능력자들이 여럿 있었기에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69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가 무산되는 것 같았지만 높게 뜬 공을 향해 수비수 얀 베르통언이 솟구쳐 절묘한 헤더 골을 성공시켰다. 높게 떠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공이었기 때문에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가 잡아내기 어려워 보였다.

이처럼 뜻밖의 만회골에 기세가 오른 벨기에는 74분에 천금의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에덴 아자르의 360도 회전 드리블 기술과 부드러운 왼발 크로스가 일본 골문 바로 앞에서 기다린 마루앙 펠라니이의 이마를 빛낸 것이다. 후반전 교체 선수로 들어가 9분만에 얻은 귀중한 결과물이었다.

 2018년 6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벨기에와 튀니지의 경기.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가운데)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18년 6월 24일(한국시간),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 벨기에와 튀니지의 경기. 벨기에의 에당 아자르(가운데)가 득점 후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 기세로 86분에 또 다른 교체 선수 나세르 샤들리가 역전 골을 터뜨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본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가 더이상 골을 내주지 말아야겠다는 듯 기막힌 순발력으로 이를 막아냈고 곧 이어진 로멜루 루카쿠의 2차 헤더 슛까지 쳐내고 말았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4분이 표시됐고 그 시간도 거의 다 흘러갈 때 일본은 오사코 유야가 프리킥을 얻어냈다. 비교적 먼 거리였지만 일본의 슈퍼 서브 혼다 케이스케가 과감하게 왼발 무회전 킥을 벨기에 골문으로 날려보냈고 벨기에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의 슈퍼 세이브가 빛났다. 정규 시간은 이렇게 일본의 왼쪽 코너킥으로 끝날 듯 보였다.

하지만 일본은 너무 완만하게 코너킥을 처리했고 골키퍼 쿠르투아가 잡아냈다. 여기서 벨기에의 역습이 시작됐다. 이 순간은 누가 뭐래도 '세기의 역습'이었다.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 - 미드필더 케빈 데 브라위너 - 윙백 토마스 뫼니에 -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 - 슈퍼 서브 나세르 샤들리'로 이어진 공 흐름은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놀라웠다.

특히 마지막 순간 토마스 뫼니에의 낮게 깔린 횡 패스가 흐를 때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의 속임 동작은 백미였다. 후반전 추가 시간이 16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 앞으로 굴러오는 공을 향해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 더 어려워보였기 때문이다.

로멜루 루카쿠는 마지막 순간 수비에 가담한 일본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가 자기 마크맨으로 붙는 것과 동시에 동료 나세르 샤들리의 움직임을 고개 돌려 보았다. 자기에게 공이 전달되기 직전에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는 축구 선수의 기본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가르쳐주는 최고의 명장면이었다. 그 뒤를 따라온 후반전 교체 선수 나세르 샤들리의 왼발 슛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정확히 굴러들어갔다.

역시 축구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들이 이기는 법이다. 일본 선수들의 개인기나 조직력도 충분히 찬사받을 것이지만 더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후반전 추가 시간에 세기의 역습을 성공시키며 대역전 드라마를 쓴 벨기에 선수들도 놀라웠다. 이것이 축구이며 최고의 축제 월드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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