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속 한 장면

▲ 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속 한 장면 ⓒ 판시네마(주)


발길이 닿는 곳마다 수많은 종들을 침략하고 멸종시킨 호모 사피엔스. 그로부터 진화한 인류의 공동체 중 최강인 미국은 또 다른 침공을 저지르고야 만다.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작전의 총 지휘관이 영화감독이다. 게다가 그들의 무기는 카메라와 감독 겸 출연자인 마이클 무어의 입, 단 두 가지다. 그렇다면 감독의 침공 목적은 무엇일까. 침공이란 모름지기 무언가를 쟁취하기위해 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그는 잡초가 아닌 꽃을 따러가기 위함이라고 했다. 즉, 그의 목표물은 각 나라의 장점이다.

그런데 명실상부 최강대국인 미국이 뭐가 부족해서 굳이 다른 나라의 장점을 취하고자 할까. 강자답게 욕심이 과해서 그런 걸까. 영화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영화에 따르면, 아메리칸 드림은 허상이었다. 미국의 국력은 강하나 복지는 약하다. 비유하자면 '근육질에다가 힘이 장사인 캡틴 아메리카가 알고 보니 몸속은 곪아서 썩어가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럼 미국을 위한 영화면 미국인만 보면 되지 왜 대한민국에서 소개를 하고 있는가 하면,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에서 나오는 장점들이 우리나라에게도 통용되기 때문이다. 

대학등록금 없고 휴가 자유로운 나라, 세금은 '조금 더 내는' 수준?

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속 한 장면

▲ 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속 한 장면 ⓒ 판시네마(주)


이제 마이클 무어 감독이 소개하는 각 나라의 장점들을 살펴보자. 첫 침공인 이탈리아부터 그는 황당해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매년 유급휴가 8주뿐 아니라 임신시 출산휴가, 육아휴가를 받는다. 남녀 모두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휴가를 제때 사용하지 못하면 적립이 가능하다.

이게 끝이 아니다. 돈 없는 휴가가 무슨 휴가냐며 연말에 한 달 치 봉급을 또 준다. 말 그대로 13월의 월급인 셈이다. 얼마 없는 휴가조차 눈치 보며 쓰는 우리로서는 꿈에 그리던 복지라고 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탈리아의 이 같은 복지는 투쟁의 결과라는 점이다. 모두가 힘을 합쳐 목소리를 내서 이뤄낸 성과였다.

그 다음 프랑스의 한 학교 식당을 방문한 그는 또다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 곳의 아이들은 매일같이 웬만한 음식점 부럽지 않은 훌륭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맛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고려한 식단이다. 프랑스는 이렇게 우수한 급식과 함께 의료까지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이를 듣고 궁금증이 생긴 마이클 감독은 미국과 세금을 비교한다. 결과는 미국보다 약간 더 높은 정도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미국은 의료비가 무척 비싼 국가다. 현재 미국의 세금에서 의료비까지 포함시키면 프랑스의 두 배가 넘어갈 지경이다. 그럼 프랑스는 어떻게 비교적 적은 세금으로 이만한 복지를 만들어냈을까. 답은 '국민의 혈세를 허튼 데 쓰지 않고 복지에 투자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간단하지만 보기 드문 일이다.

프랑스는 교육에서도 남달랐다. 우리는 간단하게 받았던 성교육은 그 곳에선 학생들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이뤄진다. 교육에 있어서 눈에 띄는 다른 두 나라도 있다. 바로 독일과 슬로베니아다. 독일은 잔악무도했던 역사를 잊지 않음은 물론이고, 후세에게도 계속해서 반성해야 할 과거를 상기시킨다. 잘못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선조의 죄를 부정하거나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지 않은가. 이는 국가 이미지의 개선효과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슬로베니아의 경우는 간단하다. 대학 등록금이 없다. 그 곳에는 빚이라는 개념조차 모르는 학생도 있었다. 학자금 대출부터 끼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침공한 국가는 아직도 많다. 학교 평준화로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곧 명문학교인 핀란드, 마약 사범에게 처벌 대신 무상의료를 시행하는 포르투갈, 교도소 재소자들의 인권까지 존중하는 노르웨이, 혁명 이후 성평등을 이룬 튀니지, 안정성을 무기로 여성의 위치를 공고히 함으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성평등을 이룬 아이슬란드까지.

복지국가를 이루는 힘, 결국 국민에게 있다

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속 한 장면

▲ 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 속 한 장면 ⓒ 판시네마(주)


언뜻 이 모든 국가가 이상론을 펼치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이나 우리나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문화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들 모두 해당 제도에 있어서 실제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솝우화 '해와 바람'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무력을 내세우는 바람과 따뜻함과 지혜로 맞선 해의 대결을 모두들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승자는 단연 해였다. 이렇듯 우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공공연한 사실이고, 결과도 훨씬 좋은데도 강압과 통제로 일관할 이유가 있을까. 굳이 찾자면 즉각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 단 하나다. 그러나 길게 보면 변변찮은, 그야말로 한 치 앞만 보는 미련한 행위다.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를 보기 전에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특성상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걱정은 붙들어 매도된다. 정보제공의 과정을 재미나게 그렸다. 각 군의 대표들의 부탁으로 침공한다는 재밌는 설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 나라와 미국의 재치 있는 비교 편집까지, 심심함을 없앨 요소는 충분하다.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계속 되묻는 마이클 무어 감독과 그런 감독이 이해가 안 된다는 해당 관계자의 모습 또한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분명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는 미국 시점에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작품에서 나오는 미국의 상황 중 다수는 우리나라와 흡사하다. 아니, 더욱 심각하다. 미국만큼 힘도 없고 복지마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우리는 최강대국이 되기는 힘들다. 대신 최고 복지 국가는 될 수 있다. 이를 이루기 위한 힘은 국민의 목소리에 있다. 심지어 우린 이미 힘을 모아 뜻을 이루고, 역사를 바꾼 적도 있다. 이는 우리도 행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증거다.

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의 포스터

▲ 다음 침공은 어디? 영화 <다음 침공은 어디?>의 포스터 ⓒ 판시네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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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를 꿈꾸는 일반인 / go99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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