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다."

'스페인 축구전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2일(한국 시각) 러시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 직후 비통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이날 스페인은 러시아와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스코어 1-1, PK 3-4)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니에스타 외에도 월드컵에서 쓴잔을 마시고 은퇴한 스타들이 적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핵심 수비수 마스체라노는 지난 1일 프랑스와의 16강전에서 패하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이란의 신예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에 따른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만 23세의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독일의 사미 케디라와 한국의 기성용도 월드컵에서 쓴잔을 마시고 대표팀 은퇴를 예정해둔 스타들이다.

스타들의 은퇴 러시... 메시·호날두는 '한 번 더'?

 호날두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BBC

호날두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BBC ⓒ BBC


각국 축구스타들의 '은퇴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향한다.

메시와 호날두는 지난 10년간 세계축구계를 양분한 슈퍼 스타들이다. 펠레-마라도나. 크루이프-베켄바우어에 비견될 정도로 '세기의 라이벌'로 불리는 그들은 사이좋게 5번씩 발롱도르(Ballon d'Or)를 차지했지만, 정작 월드컵 무대에서는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메시는 2006 독일월드컵 8강을 시작으로 8강(2010)-준우승(2014)-16강(2018)에 그쳤고, 호날두는 4강(2006)-16강(2010)-조별리그 탈락(2014)-16강(2018)의 아쉬운 성적표를 남겼다.

4번의 국가대표 대회(코파아메리카 3회)에서 준우승에 그치며 유독 메이저 트로피와 연을 맺지 못했던 메시는 프랑스와의 16강전(3-4 아르헨티나 패배) 종료 직후 체념한 듯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며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2년 전 유로 2016 챔피언에 올랐던 호날두 역시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팀의 1-2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조국을 구해내는 '영웅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메시는 나이지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환상적인 트래핑에 이은 오른발 슛으로 천금 같은 선제골과 상대선수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 메이킹 솜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며 벼랑 끝에 몰린 아르헨티나를 16강행으로 인도했고, 호날두는 조별리그에서 스페인전 해트트릭과 모로코전 결승골로 포르투갈에게 '승점 4점'을 선물하며 조국의 16강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세월의 그림자도 있었다. 4년 전 브라질 무대에서 폭발적인 드리블과 왼발 킥 능력을 선보였던 '31세'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급격한 체력 저하 문제를 드러내며 자신의 장기를 100% 발휘하지 못했고, '33세' 호날두 역시 득점 장면을 빼놓곤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무거운 몸놀림을 선보이며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팬들 사이에선 '호날두와 메시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해야 한다'는 의견과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한다. 반면 선수와 감독들 사이에선 메시와 호날두가 계속 국가대표팀에 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러시아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귀국한 리오넬 메시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언론 <라 나시온>

러시아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귀국한 리오넬 메시의 모습을 전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언론 <라 나시온> ⓒ 라 나시온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마스체라노는 최근 ESPN과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서 탈락했지만 메시는 국가대표팀에 남아야 한다(Must stay with Argentina)"라며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호날두가 앞으로도 포르투갈의 어린 선수들의 기량 발전에 도움을 주기 바란다"며 "우리 모두 그가 포르투갈 국가대표팀과 함께 하길 원한다(We all want him there with us)"고 말했다.   

한편, 월드컵 일정을 마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복귀한 메시는 귀국길에서 만난 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팀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40살까지 현역 생활을 하고 싶다고 줄곧 밝혀왔던 호날두도 우루과이 전 패배 직후 "지금 국가대표팀 은퇴와 관련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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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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