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논스톱 중거리슛이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 잡혔고 위협적인 직접 프리킥도 수비벽을 넘기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우루과이의 해결사 에딘손 카바니는 하는 것마다 완벽함을 자랑했다. 우리들의 보통 삶도 그렇듯 축구도 안 되는 날, 잘 되는 날이 따로 있나 보다.

오스카 따바레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우루과이 남자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1일 오전 3시 러시아 소치에 있는 피쉬트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16강 두 번째 경기에서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을 2-1로 물리치고 8강에 올라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와 만나게 됐다.

기록이 다 말해주지 않는 것들

 2018년 6월 30일 러시아 소치 피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 16강 경기에 출전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2018년 6월 30일 러시아 소치 피슈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 16강 경기에 출전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연합뉴스/EPA


축구가 이 정도면 다 알려주는 것 같지만 그래도 모르는 것, 예상하기 힘든 것 투성이다. 축구로 세상의 모든 기쁨을 다 누린 것 같았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FC 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레알 마드리드 CF)가 나란히 집으로 돌아가는 짐을 싸고 말았다. 그들에게 월드컵 트로피는 남의 일인 듯하다.

많은 축구팬들은 이번 월드컵 8강전에서 이들이 맞붙는 세기의 대결을 기다렸다. 하지만 축구의 신은 그들에게 너무도 야속하게 등 돌리고 말았다. 메시와 호날두가 모두 득점하지 못하고 패한 것도 보통 인연은 아닌 듯하다.

그래도 아르헨티나는 프랑스를 상대로 3-4까지 따라붙는 집요함을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보여주었는데 포르투갈은 우루과이의 벌떼 수비에 가로막혀 결국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유효 슛(포르투갈 5개, 우루과이 3개) 기록은 그렇다 쳐도 막힌 슛(포르투갈 8개, 우루과이 1개) 기록과 패스 성공률(포르투갈 489/583개 84%, 우루과이 185/269개 69%) 기록을 보면 그 허무함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그만큼 포르투갈은 이 경기 전반에 걸쳐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하지만 골 결정력 면에서 정말 안 되는 바로 그날이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전반전 슛 3개, 후반전 슛 3개를 기록하며 9.06km를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골문 안으로 날아간 유효 슛은 경기 시작 후 6분만에 동료의 짧은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날린 논스톱 슛 딱 1개 뿐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자신의 특허품이기도 한 직접 프리킥 기회가 32분에 찾아오기도 했지만 골문으로부터 약 25미터 거리의 그 슛은 우루과이 선수들 여럿이 쌓은 수비벽을 넘기지 못했다. 10분 전 우루과이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가 조금 더 먼 거리에서 찬 직접 프리킥은 포르투갈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가 자기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쳐내야 할 정도로 더 위력적이었다.

이처럼 축구는 단순 비교하는 기록 숫자들보다 실제 상대 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는 효율적인 공격력을 드러냈는가에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 명경기였다.

에딘손 카바니의 그림 같은 결승골

 우루과이의 에딘 카바니가 6월 25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예선전, 개최국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우루과이의 에딘 카바니가 6월 25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예선전, 개최국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EPA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 경기 유일한 유효 슈팅이 우루과이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에게 정면으로 날아가 잡히고 딱 1분 뒤에 반대쪽 골문 그물이 출렁거렸다. 우루과이가 자랑하는 최고의 투 톱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의 놀라운 합작품 골이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에딘손 카바니가 흔히 말하는 대지를 가르는 횡 패스로 반대쪽의 루이스 수아레스를 겨냥했다. 투 톱이 이처럼 양쪽 측면으로 시원하게 벌어져 있는 전술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그들이 잘 말해준 것이다. 이 공을 받은 루이스 수아레스는 포르투갈 수비수 히카르두를 가볍게 따돌리며 오른발 크로스를 골문 앞으로 올렸다.

수아레스의 이 크로스는 거의 슛 속도나 다름없을 정도로 매우 빨랐지만 눈빛만으로도 단짝의 의도를 잘 알고 있는 에딘손 카바니가 놀라운 타이밍의 헤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수아레스의 빠른 크로스 타이밍에 맞추어 반대쪽에서 오프 사이드 함정을 무너뜨리며 뛰어 들어간 에딘손 카바니의 결정력이 놀라웠다. 머리와 오른쪽 어깨에 맞은 공은 포르투갈 골키퍼 후이 파트리시우가 도저히 막을 수 없는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그렇다고 해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UEFA 유로 2016) 우승 팀 포르투갈이 이대로 물러설 팀은 아니었다. 55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를 짧게 처리하여 하파엘 게헤이루가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향해 수비수 페페가 솟구쳐 이마로 동점골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포르투갈의 역전 희망은 그로부터 단 7분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62분, 우루과이 골키퍼 무슬레라가 들고 멀리 찬 킥을 포르투갈 수비수가 제대로 걷어내지 못해 우루과이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 앞에 떨어졌다. 여기서 기막힌 역습 패스가 에딘손 카바니 쪽으로 굴러갔고 너무나 아름다운 오른발 인사이드 킥이 포르투갈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휘어들어갔다.

에딘손 카바니는 이 횡 패스를 잡지도 않고 부드럽게 달려들어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마무리했는데 왼쪽 대각선 지역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기술이 왜 필요한가를 잘 가르쳐주었다. 굴러오는 공을 향해 타이밍을 잘 맞추면 발목을 어렵게 돌리지 않아도 되는 인사이드 킥의 정수 바로 그것이었다.

에딘손 카바니의 후반전 유일한 슛 기록이 바로 결승골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카바니는 74분에 크리스티안 스투아니와 바꾸면서 벤치로 물러났다. 주심 세자르 라모스(멕시코)가 후반전 추가 시간을 비교적 넉넉하게 끌어주었지만 포르투갈의 마지막 공격은 교체 선수 히카르두 콰레스마의 오른발 유효 슛이 우루과이 무슬레라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간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처럼 유효 슛 기록이 상대보다 훨씬 많거나 공 점유율은 물론 패스 성공률에서 상대를 두 배 이상 압도한다 해도 축구는 길이 7.32미터, 높이 2.44미터의 골문 안에 공을 얼마나 위력적으로 꽂아 넣을 수 있느냐에 승리의 열쇠가 달려 있다.

이제 우루과이와 프랑스는 오는 6일(금) 오후 11시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4강 진출권을 놓고 만나게 됐다. '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 조합과 '앙투안 그리즈만, 킬리안 음바페' 조합의 만남은 또 어떤 축구의 즐거움을 안겨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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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 결과(1일 오전 3시, 피쉬트 스타디움-소치)

★ 우루과이 2-1 포르투갈 [득점 : 에딘손 카바니(7분,도움-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62분,도움-로드리고 벤탄쿠르) / 페페(55분,도움-하파엘 게헤이루)]
- 관중 : 4만4287명

◇ 주요 기록 비교
유효 슛 : 우루과이 3개, 포르투갈 5개
막힌 슛 : 우루과이 1개, 포르투갈 8개
코너 킥 : 우루과이 2개, 포르투갈 10개
오프 사이드 : 우루과이 0개, 포르투갈 1개
공 점유율 : 우루과이 39%, 포르투갈 61%
패스 성공률 : 우루과이 69%(185/269개), 포르투갈 84%(489/583개)
뛴 거리 : 우루과이 106km, 포르투갈 10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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