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월드컵이 지배한 한 달이었다. 현충일을 맞아 개봉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6월 초 극장가의 주인공이었다. 개봉 초 평론가들로부터 전편을 능가하는 평가를 받아든 이 영화는 단숨에 관객을 빨아들이며 500만 고지를 넘어섰다. 한국영화 <독전>과 <탐정: 리턴즈>가 나란히 그 뒤를 쫓았다. 6월 한 달 100만 관객을 넘긴 영화는 모두 네 편으로, 언급된 세 영화 외에 13일 개봉한 <오션스8>이 이름을 올렸다.

둘째 주부터는 극장가 전체에 부진이 이어졌다. 북미 정상회담과 6.13지방선거, 그리고 무엇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이 모든 이슈를 흡수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관련한 소식이 온라인을 뒤덮었다. 개봉 전 기대를 모은 어떤 작품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뚫고 소식을 전해오지 못했다.

오는 7월은 전통적인 영화계 성수기로 꼽힌다. 각급 학교가 방학을 맞고 나들이객이 급증한다. 다만 중순까지 이어질 월드컵이 큰 변수로 꼽힌다. 규모 있는 기대작들이 중순 이후로 개봉시기를 조율한 이유다. 7월엔 과연 어떤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아래 기대작 다섯 편을 가려뽑아 소개한다.

[하나] <변산>

 영화 <변산> 포스터.

영화 <변산> 포스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색깔 있는 작품으로 한국영화계를 풍요롭게 하고 있는 이준익 감독이 청춘 3부작 마지막 작품을 들고 7월 관객을 찾는다. 4일 개봉하는 <변산>이 바로 그 영화로 무명 래퍼를 주인공 삼아 촌스럽지만 정감가는 대한민국 청춘의 한 단면을 그렸다고 전한다. 2016년 <동주>, 2017년 <박열>에 이어 매년 한 작품씩 완성하고 있는 이준익의 성실함이 그를 더 나은 경지로 이끌었을지 주목된다.

주연은 박정민과 김고은이다. <파수꾼> <동주> 등 내실 있는 작은 영화들에서 꾸준히 모습을 비춘 박정민은 <변산>의 주인공 래퍼 학수 역할을 맡아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는 평이다. 20대 여배우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김고은은 이준익 감독 영화에 처음 출연해 박정민과 짝을 이룬다. 그밖에 최근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얼굴을 알려가고 있는 고준, 신현빈 등 젊은 배우도 출연해 함께 호흡을 맞췄다. 이들 가운데 <박열>의 최희서가 그랬듯 정체된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배우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가리켜 자신의 과거와 마주쳐 화해하는 청춘의 이야기라 표현했다. 마주보고 싶지 않은 과거와 마주해야만 하는 것이 어디 청춘 뿐이겠냐만 그럼에도 지나간 문제를 들춰내 해결하는 용감한 인간의 이야기엔 진실한 감동이 있다. 올 여름,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있는 이준익표 영화를 보고 싶은 이가 있다면 <변산>만한 영화도 없을 것이다.

[둘] <서버비콘>

 영화 <서버비콘> 포스터

영화 <서버비콘> 포스터ⓒ 영화사 진진


할리우드에서 가장 매력 있는 사내, 조지 클루니가 감독으로 돌아왔다. 2014년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 이후 4년 만이다. 영화는 할리우드 대표배우라 할 만한 맷 데이먼과 줄리안 무어를 내세운 <서버비콘>으로 불륜을 위해 아내를 살해했다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무려 코엔 형제가 조지 클루니와 함께 각본을 맡았다. 코엔 형제가 다른 연출자를 위해 각본작업에 참여한 건 2014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가 마지막이었다.

할리우드의 이름난 연기자 조지 클루니의 연출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컨페션>을 시작으로 <굿나잇 앤 굿럭> <언스크립티드> <레더헤즈> <킹메이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직접 만들어왔다. 그 중에서도 <굿나잇 앤 굿럭>은 평단으로부터 상당한 평가를 받아 멜 깁슨, 벤 에플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배우 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서버비콘>은 코엔 형제가 데뷔하기 전인 1982년 쓴 시나리오를 현재 상황에 맞게 수정한 작품이다. 1999년 조지 클루니 자신에게 출연제안이 온 것을 20여년 만에 감독으로 연출하게 됐다. 맷 데이먼은 1950년대 중산층 평범한 가장처럼 보이기 위해 20kg 가까이 체중을 늘렸단다. 할리우드에서 이름난 감독, 각본가, 배우들의 열정이 모여 빚어낸 <서버비콘>은 1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셋] <킬링 디어>

 영화 <킬링 디어> 포스터

영화 <킬링 디어> 포스터ⓒ 오드


서구예술에서 사슴을 죽이는 건 하나의 상징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에 나선 연합군 사령관 아가멤논이 아르테미스의 흰 사슴을 쏘아죽였다가 신의 노여움을 사 출정이 2년 동안 늦춰졌다는 게 이 오랜 상징의 기원이다. 아가멤논은 신의 저주를 풀기 위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치기로 결심한다. 마침내 아가멤논이 딸을 죽이려는 순간, 아르테미스가 이피게네이아 대신 사슴을 죽이고 그녀를 사제로 데려간다.

12일 개봉하는 <킬링 디어>는 자식을 통해 자신의 죄를 씻는 이 신화를 현대적인 부조리극으로 변형시켰다. 주인공은 남부러울 것 없는 흉부외과 전문의 스티븐(콜린 파렐 분)이다. 영화는 스티븐의 가족 앞에 그가 일으킨 의료사고의 책임을 묻는 열여섯 소년 마틴(배리 코건 분)을 등장시키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스티븐이 일으킨 의료사고로 고통받는 건 스티븐의 가족들이다. 두 아이가 죽음 앞에 내몰리고 부모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자식의 죽음이란 결정을 내리는 스티븐의 모습은 신화 속 아가멤논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전작 <더 랍스터>로 사랑에 관한 가장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바 있다. 짝을 짓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한다는 설정은 그 비현실성을 능가하는 현실적 고민을 관객들에게 안겨주었다. 그는 이번에도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하여금 거침없이 현실적 삶을 침범하도록 이끈다.

과연 무엇이 이 가족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딸을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은 바람을 얻었다지만 스티븐에겐 무엇이 남을 것인가. 알고 싶다면 12일 극장을 찾으라.

[넷] <인랑>

 영화 <인랑> 포스터

영화 <인랑> 포스터ⓒ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7월 최대작으로 손꼽히는 김지운의 <인랑>이 2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오시이 마모루의 <견랑전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전작 <밀정>과 마찬가지로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에서 배급을 맡았다. 검증된 원작에 실력 있는 감독의 연출이 더해져 명품 SF액션영화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비주얼과 분위기에 있어서 만큼은 한국 영화계에서 맞수를 찾기 어려운 김지운 감독이 또 한 편의 대표작을 갖게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1999년 <쉬리> 이후 전성기를 맞은 한국영화계에선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 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전쟁 및 북한과의 분단상황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끊이지 않고 개봉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흥행작들이 영화의 배경을 과거로 하고 있고 미래의 남북관계를 그린 작품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개봉한 <인랑>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상태가 고조된 가운데 남북이 통일준비작업에 착수한 이후 벌어진 사건을 그린다.

출연진은 7월 개봉작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한예리, 최민호, 허준호 등 널리 알려진 주연급 배우가 여럿 출연한다. 순제작비만 190억원이 넘는 <인랑>의 손익분기점은 관객수 600만명이다.

[다섯] <어느 가족>

 영화 <어느 가족> 포스터

영화 <어느 가족> 포스터ⓒ 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21세기 일본영화계가 낳은 걸출한 영화감독이다. 20세기 중반 일본영화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등장한 거장 3인방(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지)부터 20세기 말의 이와이 슌지, 이마무라 쇼헤이, 미야모토 하야오를 거쳐 오늘에 이르는 일본영화예술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이 됐다.

지난 5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신작 <만비키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았다. 이창동을 비롯해 스파이크 리, 장 뤽 고다르, 지아 장 커, 자파르 파나히 등의 작품과 경쟁해 얻은 성과였다. 이후 영화는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1달 가까이 흥행순위 1위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할리우드 외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양분된 일본 영화시장에선 이례적인 현상으로, 20여년 만에 배출한 일본 감독의 칸영화제 최고상 수상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 제목인 <어느 가족>은 좀도둑 가족이란 뜻의 <만비키 가족>을 순화해 푼 것이다.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살림을 꾸려가는 한 가족이 다섯살 소녀를 새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으로 한국에서도 점차 팬층을 넓혀가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은 26일 한국에 개봉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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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 진행 / 인스타 @blly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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