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JTBC <뉴스룸>은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표팀의 독일전 승리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28일 JTBC <뉴스룸>은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표팀의 독일전 승리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JTBC


"우리나라는 조금 가다가 안 되면 혹은 한 번 지면 계속 바꾸고 바꾸고 바꾸고 이러니까. 선수도 감독도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하고 있죠."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8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한 말이다. <뉴스룸>은 이날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에게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소식을 다루면서 차 전 감독과 인터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차 전 감독은 '한 번 지면 계속 바꾸는' 한국 축구 문화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신태용 현 대표팀 감독에게도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늘 느끼는 점이지만 <뉴스룸>은 바로 이런 점에서 강점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때 그때 의제가 떠오를 때마다 해당 의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관련 인사를 섭외해 인터뷰를 시도한다. 28일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독일전 승리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던 시점이었고, 그래서 관련 인물과의 인터뷰는 시의적으로 필요했다. 더구나 차 전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기대와 야유를 한 몸에 받은 적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차 전 감독과의 인터뷰는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다.

인터뷰 내용은 한국 축구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게끔 하기에도 충분했다. 인터뷰 내용을 분석하기에 앞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승리에 축하인사를 보내고 싶다.

솔직히 대한민국 대표팀의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독일이 국제축구연맹(FIFA) 1위의 강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지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그리고 1996년 잉글랜드에서 열린 유로 대회에서 독일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후 나는 독일 축구 대표팀의 열렬한 팬이 되었고, 한국 축구 대표팀과의 경기가 아니라면 독일을 응원해왔다.

1996년 유로 대회 이후 2006 독일 월드컵까지 독일의 경기력은 형편없었다. 그러다 2006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독일 대표팀은 확 달라졌다. 과거 수비 위주의 경기 운영이나 세트 플레이에 의지하는 단조로운 스타일에서 탈피해 역동적인 축구로 거듭났다. 무엇보다 독일은 게르만 순혈주의에서 탈피해 메수트 외질, 일카이 귄도안 등 이민자 가정 출신 선수들에게도 독일 대표팀의 문을 열어줬다. 이 점은 독일의 사회 통합에도 큰 기여를 했다. 난 특히 이 점이 좋았다.

이후 독일은 화끈한 경기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라이벌인 잉글랜드, 아르헨티나 등은 독일에게 힘없이 나가 떨어졌다. 심지어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마저 독일에게 무려 일곱 골이나 내주며 무너졌다. 더구나 브라질은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독일에서 대패했기에 충격은 컸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 독일이 한국에 패해 예선 탈락하자 브라질 축구 팬들은 열광했다.

이런 독일 대표팀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면서도 솔직히 승리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오히려 득점 없이 비기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한국과 맞선 독일 대표팀은 이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앞선 멕시코, 스웨덴과의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대표팀 선수들은 몸이 무거워 보였고,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런 독일 선수들을 몰아 붙였다.

한 번의 승리가 다는 아니다

한국이 만든 '카잔의 기적'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김영권의 슛이 골로 인정되자 손흥민, 김영권, 장현수 등이 환호하고 있다.

▲ 한국이 만든 '카잔의 기적'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김영권의 슛이 골로 인정되자 손흥민, 김영권, 장현수 등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한 번의 승리가 궁극의 승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기 패배 이후 독일 언론과 축구팬들은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독일 언론은 격한 어조로 요하임 뢰브 감독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독일 언론의 질타는 매섭기 그지없다.

"뢰브 감독이 이 대회 국가대표 감독으로 짐을 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독일 축구협회가 그를 잡으려 한다 해도, 그는 월드컵에서 중요한 신호를 보이지 못했다." - <쥐트도이체 차이퉁>

"독일이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탈락한 적은 없었지만 유럽챔피언십에서는 1984년, 2000년, 2004년 3번 조기 탈락했다. 그때마다 감독은 팀을 떠났다." - <데페아>(DPA) 통신

"뢰브 감독은 선수 선발에서 책임이 있다. 젊은 선수들을 칭찬했지만, 충분히 믿지 않았다." -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러시아월드컵에 앞서 독일축구협회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뢰브 감독의 임기를 보장해 놓은 상태다. 물론 뢰브 감독이 한국과의 경기 직후 "그 질문(사임)에 대한 답을 하기는 너무 이르다. 상황을 분명히 보기 위해 몇 시간이 필요하다"며 사임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협회는 뢰브 감독에 대한 신임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은 분명 한국에게도 큰 시사점을 남긴다.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차 전 감독의 지적을 되새겨보자. 손 앵커의 질문도 참으로 예리했다.

"감독 얘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요. 독일은 놀라운 게, 지금 (뢰브) 감독을 2020년까지 임기를 보장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우에는 전혀 그런 사례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더군다나 옛날 일이지만 차 감독님의 아픔도 과거에 있었죠. 이것이 독일 축구의 힘일까요? 어떻게 봐야 될까요?"(손석희)

"저는 분명히 많은 부분 (손석희 앵커의 말에) 동의합니다. 그게 독일 축구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심사숙고해서 결정했으면 실패하더라도 꾸준하게 밀고 가서, 아픈 경험도 결국 성공의 발판으로 삼는 (거죠). 이런 문화가 사실 독일은 보편화돼 있는데, 우리는 그런 것들이 잘 안 돼 있죠. 조금 가다가 안 되면 혹은 한 번 지면 계속 바꾸고 바꾸고 바꾸고 이러니까. 선수도 감독도 경험과 노하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죠. 사실은 저도 바로 그런 경우인데, 좀 안타깝죠."(차범근)

사실 뢰브 감독이 사퇴압박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뢰브 감독은 2006년 독일월드컵 직후 전임 클린스만 감독에 이어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이후 2008 유로 대회,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잇달아 스페인에게 패하며 각각 준우승과 4강에 머물렀다. 2012 유로 대회에선 4강전에서 이탈리아 마리오 발로텔리에게 두 골을 내주며 4강에서 주저 앉았다. 이러자 독일 축구 팬들은 "뢰브의 스타일이 익숙해져 메이저 대회 우승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퇴진을 요구했다.

그러나 독일축구협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뢰브 감독을 계속해서 신임했고, 이에 뢰브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으로 화답했다. 더구나 4강에서 개최국이자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결승에서 리오넬 메시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차례로 누른 건 그간 독일에 따라다닌 2인자 이미지를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차 전 감독은 이 점을 지적하며 "독일 축구가 가진 힘"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독일축구협회가 뢰브 감독을 중도 하차시켰다면 독일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 있었을까?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여러 번의 기회를 주자

[월드컵] 작전지시하는 신태용 (카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월드컵] 작전지시하는 신태용(카잔=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간 대한축구협회는 단기적 결과에 집착해 감독을 '갈아치우기' 급급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하자 차 전 감독을 경질한 건 대표적인 예다. 외국인 감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이젠 외국인 감독도 한국 대표팀 감독을 고사하는 지경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이 28일 <이영미 칼럼>과의 인터뷰에서 한 지적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대표팀 감독이 되면 있던 소신도 자취를 감춘다. 경기 결과에 따른 비난 여론에 축구협회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평가전에도 목숨 걸어야 하고, 한일전에도 투혼을 펼쳐야 한다. 한 경기, 한 경기에 목숨을 걸고 가니까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어렵다. 협회는 스폰서 문제도 걸려 있어 평가전 결과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월드컵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간다면 그 과정을 여유 있게 지켜봐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게 바뀌지 않는 한 월드컵 대표팀 감독의 악순환은 되풀이될 것이다."

한국 대표팀이 독일에게 승리를 거뒀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감독 거취 논란만 봐도 아직 한국 축구는 독일을 넘어섰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런데 이게 비단 축구에만 국한되는 일일까? 한국은 유난히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매일매일을 치열한 생존 투쟁을 벌여야 한다.

한국 대표팀의 승리에 대해선 찬사를 아끼지 않고 싶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고질적 병폐들이 덮여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차 전 감독의 지적대로 실패해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문화가 싹트기 바란다. 그리고 이런 문화가 사회 전반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바란다.

다행히 한국 사회는 차츰 좋아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축구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축구 실력도 향상되고 덩달아 우리 사회도 더욱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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