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일정이 29일(이하 한국시각) 모두 마무리됐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이 탈락한 가운데 브라질, 스페인, 프랑스, 아르헨티나, 벨기에 등 나머지 우승후보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예상대로 16강 티켓을 따냈다. 반면에 아프리카 5개팀은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고 북중미의 멕시코가 한국의 도움으로, 아시아의 일본이 페어하지 못한 경기를 펼치고도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 16강에 진출했다.

월드컵을 벼르고 온 각국의 스타 플레이어들도 조별리그부터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며 전세계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토트넘)이 무려 5골을 기록했고 벨기에의 로메로 루카쿠(맨유)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각각 4골, 스페인의 디에고 코스타(AT마드리드)도 3골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 역시 초반 부진을 씻고 대회 첫 골을 신고해 토너먼트에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그 밖에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나 한국의 손흥민(토트넘), 나이지리아의 아메드 무사(CSKA모스크바) 등은 부상이나 동료들의 부진 등 좋지 않은 여건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에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부진으로 자신의 명성에도 금이 가고 조국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던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골키퍼, 두 번의 기적은 없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16강 후 20년 넘게 월드컵에서 성과를 올리지 못했던 코스타리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우루과이와 한 조에 묶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차례로 꺾으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고 16강에서도 승부차기 끝에 그리스를 꺾고 처음으로 8강에 진출했다. 비록 8강에서 네덜란드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했지만 코스타리카는 월드컵 출전 역사상 최고의 선전을 펼쳤다.

코스타리카 돌풍의 중심에는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레알 마드리드)가 있었다. 나바스는 조별리그 우루과이전과 그리스와의 16강전에서만 골을 허용했을 뿐 3경기에서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했다. 5경기에서 무려 91.3%의 선방률을 기록한 나바스는 세 번이나 수훈선수(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고 야신상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나바스는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14년 8월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며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기여한 나바스는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코스타리카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코스타리카에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스타급 필드플레이어가 없었기에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골키퍼 나바스는 언제나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스타리카의 축구팬들은 나바스가 이번 월드컵에서도 선방쇼를 펼치며 코스타리카의 돌풍을 이어 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브라질, 스위스, 세르비아와 E조에 속한 코스타리카는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만 2-2로 비겼을 뿐 1무 2패의 성적으로 E조 최하위에 머물렀다. 나바스는 3경기에서 5골을 허용하며 5경기에서 2골을 내줬던 브라질 월드컵 같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코스타리카가 허용한 5골을 나바스의 탓으로 돌리긴 힘들다. 하지만 나바스는 브라질에서 영광을 누렸던 시절이 무색하게 자신의 30대 첫 월드컵을 초라하게 마쳤다.

'월드컵의 사나이', 러시아에선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독일이라는 나라가 그 동안 월드컵에서 워낙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독일은 유난히 월드컵과 궁합이 좋은 골잡이들을 많이 배출했다. 70년대의 게르트 뮐러(14골)를 시작으로 90년대의 위르겐 클린스만(11골), 그리고 2000년대를 풍미한 미로슬라프 클로제(16골)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2010년대 클로제의 뒤를 이은 '월드컵의 사나이'가 바로 토마스 뮐러(바이에른 뮌헨)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 선수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독일과 스웨덴의 경기 모습.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스웨덴의 에밀 포르스베리 선수를 상대로 공을 몰고 있다. ⓒ AP/연합뉴스


뮐러는 2010년 약관의 나이에 출전한 남아공 월드컵에서 5골 3어시스트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뮐러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7경기에서 5골을 기록하며 독일의 우승을 이끌었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뮐러의 나이는 고작 24세. 앞으로 뮐러가 최소 두 번의 월드컵에 더 출전할 수 있고 독일이 언제나처럼 8강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다면 클로제의 월드컵 최다골 기록은 뮐러가 가볍게 넘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축구가 예상처럼 흘러간다면 지금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스포츠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월드컵 시즌만 되면 공이 알아서 문전에 있는 뮐러 앞으로 배달되던 지난 두 대회와 달리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뮐러는 최악의 부진으로 자신의 월드컵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고 말았다. 앞선 두 번의 월드컵에서 10골을 기록했던 뮐러가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한 골도 추가하지 못한 것이다.

뮐러는 멕시코와의 첫 경기부터 풀타임으로 활약하고도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고 독일이 2-1로 승리한 스웨덴전에서도 공격포인트를 추가하지 못했다. 급기야 요아힘 뢰브 감독은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뮐러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고 뮐러는 후반 17분 교체 선수로 들어와 35분 가량 뛰었지만 독일의 사상 첫 조별리그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대부분의 독일 선수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뮐러에게도 러시아는 '악몽'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인간계 최강'이라는 유럽 최고 스트라이커의 명성은 어디에?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이나 가봉의 피에르 오바메양(아스널)은 축구팬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세계적인 선수들이지만 아직 한 번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웨일스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60년, 가봉은 아직 한 번도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역시 비슷한 이유로 러시아 월드컵 전까지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 차례나 득점왕을 차지했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연속 폴란드 올해의 축구 선수에 선정된 레반도프스키는 폴란드 축구를 상징하는 슈퍼스타다. 도르트문트와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독일 최고의 명문팀들을 거치며 6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369경기에 출전해 무려 245골을 기록했다. '신계'에 있는 메시와 호날두를 제외하면 레반도프스키를 유럽무대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열린 세네갈과 폴란드의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네갈의 알프레드 은디아예를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열린 세네갈과 폴란드의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네갈의 알프레드 은디아예를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 EPA/연합뉴스


레반도프스키는 유럽예선 10경기에서 무려 16골을 몰아치는 대활약으로 폴란드를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슈팅, 연계플레이, 공중볼 다툼 등 스트라이커로서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고 평가받던 '무결점 포워드' 레반도프스키도 월드컵 무대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폴란드 공격의 중심이 레반도프스키라는 것을 너무 잘 아는 상대팀에서 집중수비를 통해 레반도프스키의 위력을 반감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레반도프스키는 세네갈과 콜롬비아, 일본전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명성에 금이 가고 말았다. 물론 폴란드 대표팀에는 뮐러나 하메스 로드리게스, 프랭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처럼 레반도프스키에게 절묘한 어시스트를 찔러 줄 쟁쟁한 동료들이 없다. 하지만 대표팀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에이스가 짊어진 숙명이다. 결국 레반도프스키는 자신의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소득 없이 허무하게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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