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포스터.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포스터. ⓒ 코리아스크린


자객 혹은 암살자를 뜻하는 스페인어 '시카리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각종 음모와 전술 싸움이 백미인 작품이었다. 특히 케이트 메이서(에밀리 블런트)를 위시한 마약 조직 소탕 작전은 여타 첩보물, 범죄물 영화들과 분명한 차별점을 보이면서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 받았다.

전편이 인물들의 심리 갈등에서 오는 딜레마 상황을 장르적으로 풀었다면 오는 27일 개봉하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아래 <시카리오2>)는 전편보다 건조하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어떤 군인들

임무 실패 후 팀에서 배척당한 케이트가 CIA 요원 맷(조슈 브롤린)의 팀에 지원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후 상황은 충분히 관객들에게 현실감을 주기 충분했다. 도덕적이고 합법적인 작전이 아닌 크고 작은 불법을 저지르면서 마약 조직 카르텔을 죄어 가는 설정은 그 자체로 딜레마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1편의 밀도 높은 구성을 2편에서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케이트 같이 선택의 문제에서 고민하는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고, 오히려 맷과 1편에서 베일에 싸였던 팀원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멕시코 마약 조직과 전쟁을 원하는 미국 정부는 '지저분하게' 일처리를 하는 맷을 다시 호출하고, 맷의 1등 팀원인 알레한드로가 이 공작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군인들의 날이다. 한 마약 조직 카르텔 보스의 딸을 납치해서 멕시코 내 다른 카르텔들을 자극하고 이로 인해 멕시코 상황에 개입하고자 했던 미국의 야욕대로 움직이는 군인들. 맷과 사냥개로 불리던 알레한드로가 적격이었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한 장면.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한 장면. ⓒ 코리아스크린


영화는 테러리스트를 수송하는 카르텔, 카르텔을 자극하기 위해 계략을 꾸미는 맷과 CIA, 멕시코 국경으로 보내져 딸을 납치한 뒤 각종 위기를 겪는 알레한드로, 그리고 멕시코 사람들을 미국으로 밀입국 시키는 일을 돕는 한 소년 등 이야기를 4개로 분할해 놓았다. 4개의 이야기가 서서히 맞물리면서 인물들 또한 서로 만나게 되고 때론 적대시 하는 과정을 묘사했다.

그 자체로 충분히 몰입감이 높다. 1편의 성공 이후 "속편으로 시카리오의 명성을 더럽히지 않고 싶었다"며 강한 의욕을 보인 각본가 테일러 쉐리던 덕일 것이다. 실제로 서부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 사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그는 본인이 겪고 느꼈을 법한 황량하고 무거운 감정을 각 인물과 사건에 녹여냈다. '시카리오 시리즈'에서 느껴지는 건조함과 차가움이 바로 그런 이유일 것이다. 테일러 쉐리던은 이 시리즈뿐만이 아니라 <로스트 인 더스트> <윈드 리버> 등으로 범죄, 서부극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냈다.

캐릭터 대결

1편에서 모호한 남자 알레한드로의 매력에 빠진 관객이라면 2편에서 얻어갈 게 클 것이다. 직접 카르텔 보스의 딸 이사벨라 레예스(이사벨라 모너)를 납치해 본국으로 수송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그가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나오기 때문.

역시나 따뜻함은 찾기 힘들다. 영화로 알 수 있는 건 그의 딸이 청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 하나다. 카르텔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후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그가 맷의 팀원이 된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데 오히려 영화는 그의 사적 복수를 배반하는 미국을 묘사함으로써 3편에 대한 강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한 장면.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의 한 장면. ⓒ 코리아스크린


1편 속 케이트 같은 독립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이사벨라에게 기대하기엔 무리다. 시종일관 납치돼서 홀로 탈출을 시도해보기도 하지만 이야기 안에서 이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기엔 힘들어 보인다. 맷과 다른 인물들도 불륨감이 다소 죽었다. 알레한드로 1인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건 전개와 캐릭터 대결을 통한 쾌감보다 <시카리오2>는 액션 장면의 신선함을 꾀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드니 빌뇌브에 이어 2편의 메가폰을 잡은 스테파노 솔리마 감독은 <수부라 게이트>를 통해 빼어난 범죄 영화를 만든 장본인. 하지만 1편의 개성과 장점은 다소 죽이는 선택을 했다. 이 때문에 캐릭터의 정서적 연결성도 희미하게 느껴진다. 독립적인 작품으로 보면 임무 수행 과정에서 독특한 카메라 워크와 장면 처리가 인상적이지만 시리즈인 만큼 전편의 미덕을 기대하던 관객에겐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한 줄 평 : 3편만 더 궁금하게 만들어 버린 2편
평점 :★★★☆(3.5/5)


영화 <시카리오: 데이 오브 솔다도> 관련 정보
연출 : 스테파노 솔리마
각본 : 테일러 쉐리던
출연 : 조슈 브롤린, 베니치오 델 토로, 이사벨라 모너, 캐서린 키너
수입 및 배급 : 코리아 스크린
러닝타임 : 122분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북미 개봉 : 2018년 6월 29일
국내 개봉 : 2018년 6월 27일(세계 최초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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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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