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시된다.

지난 2월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통과된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라 주당 최대 근무시간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특례업종(근로시간 제한을 받지 않고 장시간 근로가 가능한 업종)의 수도 기존 26개에서 5개 업종으로 대폭 축소된다.

직원 300명 이상 사업장은 주 52시간제를 당장 7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각각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방송 등 당초 특례업종으로 분류되던 대중문화 관련 분야가 제외되면서 영향을 받게 되었다. 다만 이들 연예 산업 관련 업종에 대해선 법 적용이 내년 7월로 한시적으로 미뤄진 상태다. 대중문화계에는 극소수 인력만으로 운영되는 사업장(기획사)의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이들 업체들에게까지 실제 적용하려면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 유예기간 등이 남아 있다고는 해도, 향후 3~4년 이내엔 연예계 관련 상당수 직종에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채용 정보 사이트 등록된 정보에 따르면 2018년 3월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는 401명, YG는 381명, JYP 170명, FNC 156명의 직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 기자 말).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대한 연예계 종사자들의 견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고 있다. "업계 실정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법 개정"이라는 반대 의견과 "노동력 착취 수준의 기존 환경 개선"이라는 찬성의 목소리가 비등하게 나온다.

부정 의견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멜론 뮤직어워드의 한 장면.(홈페이지 캡쳐)  주52시간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연예 기획사들 역시 새로운 법 규정에 따라 직원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업체 카카오M(구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주최하는 멜론 뮤직어워드의 한 장면.(홈페이지 캡쳐) 주52시간근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연예 기획사들 역시 새로운 법 규정에 따라 직원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카카오M


회계나 기획, 영업 등 일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되더라도 타 업종 종사자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제작 일선에서 연예인들의 일정을 담당하는 현장 매니저들의 업무 환경이다. 이들의 근로 시간을 주 52시간에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시각이다.

가령 가수·그룹들이 음반을 내놓거나 배우가 드라마 및 영화 촬영을 하면서 활동할 때엔, 당사자인 연예인 이상으로 가장 바쁘게 일을 하는 것이 매니저들이기 때문이다.

음악 방송 프로그램 하나만 출연하더라도 새벽부터 가수들과 함께 하루 종일 일정을 소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방 행사를 소화할 경우엔 그 시간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 및 대기 시간도 근무 시간에 해당되기 때문에 이럴 경우 1일 8시간 근무가 아니라 사실상 24시간급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몇몇 아이돌 그룹의 경우 멤버들의 숙소에서 함께 숙식을 하며 일정 등을 관리하는 직원이 있기도 한다. 이것 역시 업무에 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기존 출퇴근 방식으로 근무하는 사무직 혹은 생산직 근로자와는 상황이 다르다.

반대로 활동 휴식기엔 장기간 일정이 전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즉, 특정 시기에 업무가 집중되고 그렇지 않을 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극과 극의 근무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예기획사 일각에서 "새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이 연예계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졌다"고 반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다. 일부에선 상황에 맞는 '탄력 근무제'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강제로라도 살인적인 업무 환경 개선해야"


 국내 굴지의 연예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사내 전경.  주52시간 근무제가 7월1일부터 시행된다.(홈페이지 캡쳐)  영화-방송 등 연예계 관련 업종은 내년 7월로 일단 시행이 유예되었지만 근무 환경 개선의 강제 적용은 수년 이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굴지의 연예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사내 전경. 주52시간 근무제가 7월1일부터 시행된다.(홈페이지 캡쳐) 영화-방송 등 연예계 관련 업종은 내년 7월로 일단 시행이 유예되었지만 근무 환경 개선의 강제 적용은 수년 이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SM엔터테인먼트


반면 법률에 근거해 지금의 근무 시간에 제약을 두는 한이 있더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제작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매니저들에 대한 처우는 여전히 열악한 편이다. 특히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선 피로 누적에 따른 교통 사고 발생의 우려도 높은 게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소속 연예인까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또한 현재처럼 종사자들의 희생에만 의존하는 지금과 같은 업무 구조로는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의 후진성을 탈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워낙 힘든, 육체적+정신적인 고충이 뒤따르다 보니 일부 업체들은 빈번한 매니저 교체(이직, 퇴사)로 인해 원할한 업무 진행이 쉽지 않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숙련된 매니지먼트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에서 예전 업무 방식만 고집한다면 일손을 구하는 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번 일을 계기로 대대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의 불편함은 분명 있겠지만 지금보다 나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매니지먼트 인력 운영 방식도 21세기에 걸맞게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제도 보완 및 운영의 묘가 필요한 상황

'기획사'로 대표되는 연예계 업체 전반에 새로운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는 온갖 시행착오가 발생하는 것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우려한 업계의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상반기 '콘텐츠 업계 고용 체질 개선 TF'를 만들고 각종 관련 단체 및 협회들과 회의를 진행하면서 여러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달라지는 법 테두리 내에서 확실한 대비책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종사자들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이 자칫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하려면 문체부를 중심으로 하루 빨리 구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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