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러시아 월드컵엔 세계적인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승리를 위한 투지와 열정보다 더 뜨거운 것이 있다. 다름 아닌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이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은 공식적으로 2016년 클럽월드컵부터 도입되었다. 사실 축구에 일부 기술이 도입된 것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시행된 골라인 판독 '호크아이'가 그 시작이었지만, 이제는 그 이외 상황까지도 영상 판독의 이중 감독을 받는 것이다. U-20 청소년 월드컵과 성인 월드컵까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사실상 이제 축구에도 비디오 판독이 전면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이미 K리그나 분데스리가, 세리에A에선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도 비디오 판독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축구와 달리 다른 스포츠에선 이미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경기의 일부로 자리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통해 정확하게 태그를 했는지, 플레이트를 제대로 밟았는지 등을 검증하고 있다. 테니스나 배구에서도 심판은 육안으로 뚜렷하게 판단하기 힘든 공의 라인 아웃 여부 등에 비디오 판독의 도움을 받는다.

심판은 최대한 오심을 줄이고 공정한 판정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심판 또한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 중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을 보고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피파는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오심을 줄이고, 공정한 경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도입 초반, 비디오 판독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끊긴다는 일부 반대 목소리가 있었다. 피파는 이를 수용했고 최근엔 영상 판독 시간도 도입 초반과 달리 많이 줄었다. 현재 피파는 페널티킥, 골 장면, 레드카드, 제재 선수 정정 등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상황에만 비디오 판독을 적용하고 있다. 또 비디오 판독 영상을 관중들은 볼 수 없었던 과거와 달리 이젠 관중들도 영상을 경기장 내 전광판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축구에서 오심을 줄이기 위한 피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심의 여지는 남아있다. 최근 월드컵에서 논란이 되는 장면들만 봐도 그렇다. 결국 비디오 판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주심의 선택적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디오 판독의 전권은 오직 주심에게 있는 것이다. 영상 판독실에서 비디오 판독 심판이 주심에게 무선으로 알려주거나, 주심이 애매한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의 몫은 오직 주심인 것이다. 주심에게는 비디오 판독 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막강한 권리도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비디오 판독이 도입되기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선수들은 주심의 판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것이고, 이젠 주심은 명백하게 애매한 상황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았다는 오명까지 뒤집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세르비아와 스위스의 조별예선 E조 2차전, 세르비아의 공격수 미트로비치가 스위스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 선수 2명에 의해 밀려 넘어졌다. 터치라인 근처에서 높은 크로스가 올라왔고, 공을 보면서 수비를 했다는 점을 양보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파울이자 페널티킥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주심은 밀려 넘어진 미트로비치의 파울을 선언했다. 충분히 VAR의 여지가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영상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도 기성용에게 가한 멕시코 선수의 파울은 명백했지만, 심판은 반칙도 영상도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역습이 결국 골로 연결된, 결정적인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VAR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VAR은 일관성이 없고 심판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야구나 배구에서도 영상 판독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축구보다 논란이 적은 이유는 각 팀에서 영상 판독을 건의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심판의 영상 판독과는 별개로 각 팀 별로 경기당 한번의 영상 판독 건의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된다.

일종의 배구에서 말하는 '챌린지 신청' 제도다. 배구에선 라인 여부에 대한 의문이 들 때 팀별로 라인 아웃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기회를 부여한다. 여기서 핵심은 각 팀이 의문이 드는 상황에 건의 요청을 할 수 있다는데 방점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축구에 기술이 스며드는 것은 골라인 판독 '호크아이'에서 멈추는 게 차라리 낫다. 심판의 절대적 권위를 조금은 분배할 필요가 있다. 계속된 오심논란이 생기는 건 판정의 공정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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