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링 무비는 영화 작품을 단순히 별점이나 평점으로 평가하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합니다. 넘버링 번호 순서대로 제시된 요소들을 통해 영화를 조금 더 깊이, 다양한 시각에서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말]
 영화 <튼튼이의 모험> 메인포스터

영화 <튼튼이의 모험> 메인포스터ⓒ CGV아트하우스



01.

작년 이맘때쯤이다. 250만 원의 예산, 9회차 촬영만으로 2시간짜리 영화 한편을 완성해냈던 고봉수 감독. 심지어 배우들의 출연료조차 줄 수 없었던 <델타 보이즈>는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꿈을 대하는 다양한 모습을 입체감 있게 그려내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영화 <튼튼이의 모험>은 그런 고봉수 감독의 신작이다. 상황은 여전히 나아진 것이 없다. 2000만 원의 예산과 11회차 촬영, 심지어 지난해 편집을 마쳤지만 영화제를 전전하다 겨우 정식 개봉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도 지난 작품 <델타 보이즈> 때와 거의 똑같다. 전작에서 4중창 대회에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이들을 이번 작품 <튼튼이의 모험>에서는 레슬링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선수로 둔갑시킨다. 이제는 고봉수 사단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감독과 배우들 사이의 서로에 대한 믿음은 끈끈한데, 촬영 한 달 전까지 제작비가 조달되지 않자 배우들까지 모두 나서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완성시킨 건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02.

영화는 존폐 위기를 앞둔 고등학교 레슬링 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2주 뒤에 열리는 전국체전 예선에 참가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부원들의 모습. 그 중에서도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레슬링 부를 떠난 코치와 선수들을 뒤로 하고 홀로 체육관을 지키는 충길(김충길 역)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실제로 이 영화는 함평농업고등학교 레슬링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과거에 명문 레슬링 고등학교였던 사실이 무색할 만큼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전작인 <델타 보이즈>와 이번 작품 <튼튼이의 모험>은 기본적으로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 일차적으로 캐릭터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진행해 나간다는 것. 서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도록 독특한 인물 설정을 한 뒤, 그들을 통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놓음으로써 갈등과 화해, 화합이 동시에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고봉수 감독만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연이어 두 작품에서 동일한 배우들이 주연으로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여기에서 감독과 배우들의 노력이 빛을 발한다. 두 작품이 상당 부분을 현장의 애드리브에 기대고 있다는 점 또한 공통점인데, 이러한 부분들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03.

 영화 <튼튼이의 모험> 스틸컷

영화 <튼튼이의 모험>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는 것 또한 유사한 점이다. 전작에 비해 한 걸음 더 나아간 점이 있다면, 이번 작품 <튼튼이의 모험>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과 재능 가운데 무엇이 더 중요한지에 대해 묻고 있다는 것이다.

5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레슬링만 해 온 충길은 가장 성실하지만 재능이 없는 인물이다. 반대로, 레슬링을 시작한 지 며칠도 안된 혁준(신민재 역)은 한 번 보기만 하면 금방 따라 하는 재능을 갖고 있지만 노력이 무엇인지 모른다. 진권(백승환 역)은 재능도 부족하고 끈기도 부족해서 자꾸만 꿈을 포기하려고 한다.

이번 작품의 인물들이 '꿈을 위해 노래하라'는 포스터 하나만 보고 무작정 달려들던 <델타 보이즈>의 네 인물과 다른 부분이다. 이 지점의 차이는 작품에 어떤 무게를 더함과 동시에 작품 속 웃음을 발생시키는 장치들을 단순히 휘발되지만은 않도록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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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가르치고 책임지는 코치 상규(고성완 역)의 모습에서도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무게가 느껴진다. 자신의 생계를 이어가는 것도 어려워 코치를 쉬는 동안 마을 버스 운전대를 잡아야 했으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2주의 시간 동안 그는 코치로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들을 책임지고 모두 해낸다.

충길과 혁준, 진권이 레슬링 부의 선수이기 이전에 학생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들의 삶이 뿌리내리고 있는 곳인 가정을 직접 방문한다. 그의 그런 모습은 레슬링 매트 밖에서 이들이 겪고 있던 현실적인 문제들과 각각 매칭되며 운동부 코치라는 직위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을 성장시키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냉철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 <튼튼이의 모험> 스틸컷.

영화 <튼튼이의 모험>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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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작품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랬지만, 고봉수 감독의 작품을 언급하면서 작품 외적인 부분을 먼저 설명해야 하는 일은 흥미로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감독이 놓인 열악한 환경이, 이를 극복해 내며 좋은 작품을 완성해 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런 외적인 요소들에만 매몰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런 끊임없는 시도들을 통해 감독은 고봉수 감독은 분명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날 것 그대로의 웃음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를 지향하지만, 엔딩 크레디트이 올라갈 때쯤이 되면 마음 한 켠에 묵직하게 남는 무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그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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