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의 수'야말로 월드컵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한다.

조별리그에서 2승을 거뒀는데도 16강행을 안심할 수 없고, 2패를 하고도 16강행을 노릴 수 있는 보기 드문 구도가 편성됐다. 바로 한국이 속한 F조에서다.

24일(한국 시각)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경기가 모두 종료된 가운데, 경기를 치른 4팀 중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물론 '16강 진출 좌절'의 꼬리표를 달게 된 팀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  

조 1위에 올라있는 멕시코(2승·득실차 +2)를 비롯해 스웨덴(1승1패·0), 독일(1승1패·0), 한국(2패·-2) 모두 오는 27일 오후 11시 동시간대 열리는 3차전 결과에 따라 16강행의 운명이 결정된다.

'2승' 멕시코도 장담할 수 없는 16강행

[월드컵] 노이어, 내가 먼저!  (모스크바=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멕시코 미구엘 라윤(7)에 앞서 공을 잡아내고 있다. 2018.6.18

▲ [월드컵] 노이어, 내가 먼저! (모스크바=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멕시코 미구엘 라윤(7)에 앞서 공을 잡아내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가장 억울한 느낌이 드는 팀은 역시 멕시코다.

1차전에서 'FIFA랭킹 1위' 독일을 1-0으로 무너뜨린데 이어 한국과의 2차전에서 2-1 승리까지 거두며 '7회 연속 16강 진출'의 역사를 쓴 것으로 보였던 멕시코는 같은 날 열린 F조 경기에서 독일이 스웨덴을 무너뜨리며 16강 진출 확정 소식을 3차전으로 미뤄야 하고 말았다.

만일 멕시코가 스웨덴과의 3차전에서 패하고, 독일이 한국을 이길 경우엔 골 득실차 등에 따라 멕시코가 조 3위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트리며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멕시코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3차전에서 발목을 잡힐 수 없다. 겸손해야 한다(have to stay humble)"라며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월드컵] 김민우, '내가 막을게 현수야'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김민우(12)가 스웨덴의 빅토르 클라손을 수비하고 있다. 2018.6.18

▲ [월드컵] 김민우, '내가 막을게 현수야'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18일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대한민국 대 스웨덴의 경기에서 김민우(12)가 스웨덴의 빅토르 클라손을 수비하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12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오른 스웨덴은 F조 16강 구도를 '혼돈'으로 만든 주인공이다. 독일과의 2차전에서 토이보넨의 선제골을 지켜내고 승리했다면, '1위' 멕시코와 함께 월드컵 16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 동점골(로이스)에 이어 경기 종료 직전 토니 크루스에게 오른발 프리킥 골까지 허용, 역전패하며 16강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평소 냉철하기로 소문났던 스웨덴의 야네 안데르손 감독은 경기종료 후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F조의 모든 팀들이 16강 진출 가능성을 갖게 됐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축구, 16강 확률은 1%...'칠레 기적' 이뤄낼까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천금 같은 승점 3점을 획득한 '기사회생' 독일은 한국과의 3차전에서 승리하고, 멕시코가 스웨덴에 승리하거나 비길 경우 16강을 확정짓는다.

물론 독일은 멕시코가 스웨덴에 패하더라도 한국과의 경기에서 대량득점으로 승리할 경우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제롬 보아텡이 후반 37분 퇴장당하는 수적 열세 속에서도 스웨덴전 승리를 따낸 독일 선수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요하임 뢰브 감독은 한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도 16강 진출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F조 최고의 행운 팀은 역시 한국이다. 2패를 하고도 16강행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 않은 미션인 것은 확실하다. 한국이 16강에 오르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한국이 독일을 2골차 이상으로 이기고 멕시코가 무조건 스웨덴을 이겨야 한다는 점이다.

본선 32개국 체제로 치러진 앞선 5번의 월드컵에서 '승점 3점'으로 16강에 진출한 사례는 1998 프랑스 월드컵의 칠레(3무로 진출)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세계적인 통계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는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1%로 예측했다.

만일 신태용호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임무를 성공적으로 이뤄낸다면 그야말로 '기적의 월드컵 역사'를 새로 쓰는 셈이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종료 후 "남아있는 3차전에서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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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러시아월드컵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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