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반란'을 다짐했던 신태용 감독의 목표는 다짐으로 끝났다. 축구대표팀은 24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온-돈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2패를 기록한 축구대표팀은 마지막 상대인 독일을 물리치면 산술적인 16강 진출 가능성은 있지만 16강진출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1차전 스웨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손흥민과 황희찬을 중심으로 한 공격은 스웨덴전에 비해 스피드한 면모를 보이면서 멕시코의 수비진을 흔들었고, 미드필드에서의 공격전개 측면에서도 스웨덴전에 비해 확연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다만 수비 실수와 석연치 않은 판정이 발목을 잡었다.

첫 번째 실점 과정에서 멕시코의 역습 상황에서 김민우의 볼 트래핑 미스를 시작으로 장현수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한 대표팀은 사뭇 좋았던 분위기가 급작스럽게 가라앉으면서 그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두 번째 실점 상황에서도 멕시코의 헥토르 에레라가 기성용의 발을 거는 명백한 파울성 플레이가 나왔지만 주심은 파울로 선언하지 않었고 이어진 역습 상황에서 치차리토의 골이 나오면서 그대로 무너졌다.

저조한 패스 성공률과 무의미한 세트피스, 공격의 맥 끊다

[월드컵] 황희찬 돌파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황희찬이 질주하고 있다.

▲ [월드컵] 황희찬 돌파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황희찬이 질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스웨덴전 단 2개의 슈팅에 유효슈팅 0개를 기록한 데 반해 멕시코전에서는 손흥민의 만회골을 비롯해 17개의 슈팅 중 6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며 확연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존재했다.

저조한 패스 성공률과 무의미한 세트피스 남발은 대표팀의 경기운영에 답답함을 보였다. 멕시코전에서 대표팀의 패스성공률은 81%(348번중 283번 성공)로 489번의 패스를 시도해 437회 성공해 89%의 패스성공률을 보인 멕시코에 무려 8%나 뒤지는 기록을 보여줬다. 이는 90분동안 보인 패스성공률로서 전반전에는 이 패스성공률이 60%대를 보이면서 패스플레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패스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공격전개는 번번히 맥이 끊겼고 공격전개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지난 스웨덴전에서도 79%의 패스성공률을 보이며 84% 스웨덴의 패스성공률에 크게 뒤졌던 축구대표팀은 지난 스웨덴전에 비해 2% 높은 성공률을 보였지만 상대가 80% 중후반대의 패스성공률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무의미한 세트피스 플레이로 공격기회를 스스로 날리는 모습이 나왔다. 스코어에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얻은 코너킥 상황에서 골문쪽으로 올려 직접 헤딩을 노리는 플레이나 흘러나온 세컨볼을 노리는 플레이로 공격을 계속 이어가야 했지만 대표팀의 코너킥 공격루트는 짧게 내주는 플레이로 공격을 이어갔다.

문제는 이 다음 상황에서 문전으로 올라가는 크로스가 아닌 상대의 압박에 막혀 무의미한 백패스가 나오면서 공격의 맥이 끊김과 동시에 오히려 상대수비를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태용 감독은 여러 패턴의 세트피스를 준비했다고 하지만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세트피스는 과연 무엇을 준비했는지 의문이 가득한 모습을 보여줬다.

멕시코에게 여전히 존재하는 '16강 DNA'

축구대표팀은 멕시코전에서 유난히 운이 따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첫 번째 실점과정에선 대표팀의 수비진에서 미스가 나왔다고 볼 수 있지만 두 번째 골 실점상황에선 명백한 파울성 플레이가 묵과되면서 역습으로 이어져 허무하게 실점을 허용했다. 상대의 핸드볼성 플레이는 그대로 넘어가는 등 심판판정에 있어서도 아쉬운 점은 물론 존재했다.

[월드컵] 환호하는 멕시코 선수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멕시코 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

▲ [월드컵] 환호하는 멕시코 선수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멕시코 대표팀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멕시코의 16강 DNA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그 위력을 과시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6회 연속 16강 진출을 이뤄냈던 멕시코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이미 2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이다. 어쩌면 F조 최강인 독일을 밀어내고 조 1위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어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도 피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 독일전에 비해 멕시코가 보여준 경기 내용면에서는 아쉬운 점은 존재했지만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미드필드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비롯해 로사노와 벨라, 치차리토가 구축한 공격진은 빠른 역습과 뛰어난 개인기량을 바탕으로 한국 수비를 힘들게 만들었다.

지난 독일전에서도 멕시코는 미드필드에서부터 강력한 압박을 시작으로 공격진을 중심으로 한 역습을 통해 독일을 무너뜨렸다. 멕시코는 F조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며 그동안 존재했던 16강 DNA를 발휘하며 연속 16강 진출을 7회까지 늘릴 기세다. 만약 조별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소 무승부를 거둔다면 조 1위가 확정돼 E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까지 피한다면 198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8강 진출도 노려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실패 그대로 답습한 한국축구, 이대로는 안 된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도 한국축구는 이러한 실패를 경험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그때와 같은 실수를 답습하며 또 한번 쓸쓸하게 월드컵을 마무리하게 됐다.

4년 전에도 지역예선을 거치며 조광래-최강희-홍명보 감독으로 이어지는 감독교체로 인해 팀이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데다 상대팀에 대한 정보부족, 감독의 전술부재가 엮이며 브라질 월드컵에서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축구대표팀의 모습에서는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본선에서의 경기내용 등 모든 면에서 그때의 교훈을 학습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에도 월드컵 본선을 1년 앞두고 감독을 바꾼 대표팀은 그때와 똑같은 행보를 답습했다. 1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신태용 감독 역시 팀을 만들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4-4-2를 비롯해 4-3-3, 3백 포메이션 등 다양한 포메이션을 실험해보고자 했지만 부족한 시간 속에 전술이 제대로 다듬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에 김민재를 비롯해 권창훈, 이근호, 염기훈, 김진수에 이어 본선에서는 박주호가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제대로 된 플랜 A 구상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 4년의 시간동안 보여준 행보에서 시작되 월드컵을 앞둔 준비과정에서 모든 게 꼬였던 대표팀에겐 어찌 보면 지난 대회보다 더 최악의 월드컵이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월드컵] 손흥민 '들어가라!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멕시코 엑토르 모레노를 피해 슛하고 있다.

▲ [월드컵] 손흥민 '들어가라!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3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멕시코 엑토르 모레노를 피해 슛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이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쓸쓸한 기분으로 돌아오는 그 허무함은 겪어본 선수들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축구는 4년 전의 실패를 그대로 답습했고, 그저 축제의 현장에 들러리에 불과한 팀이 되고 말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원정 16강의 성적을 거둔 대표팀이지만 그 후 8년동안 2015년 아시안컵 준우승을 제외하곤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두 번의 월드컵 준비과정에선 감독교체가 이어지는 데다 감독의 역량부족 등이 드러나며 고전했고, 이는 장기적이며 구체적인 플랜이 대표팀에 갖춰질 수 없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감독을 교체하면서 월드컵을 치른 감독들은 팀을 만들기엔 턱없이 부족한 1년의 시간동안 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가야 했고, 결과는 지난 대회와 이번 대회 모두 처참한 실패였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과 러시아 월드컵을 치르면서 홍명보 감독과 함께 신태용 감독이란 젊은 감독 인재를 또 잃게 될 수도 있는 한국축구는 이대로 월드컵을 준비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얻었다. 다만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며 물러나는 게 아니라, 협회 전체적으로 지난 4년 동안 월드컵을 준비한 과정에 대한 그 책임을 지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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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멕시코 신태용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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