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 러시아 vs. 우루과이, 사우디 vs. 이집트 25일 오후 11시] 부담 없는 순위결정전

월드컵은 조별리그 2번째 경기까지 축구팬들의 다양한 시청권리와 각국 중계진의 편의를 위해 각기 다른 시간에 경기를 시작한다. 하지만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인위적으로 16강 상대를 고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조 경기가 같은 시간에 열린다. 가끔 자국의 운명과 상관없는 빅매치가 동시간에 열리면 축구팬들은 커다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A조는 일찌감치 16강 진출국이 결정된 상태에서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러시아는 2002년의 한국과 일본, 2010년의 남아공에 이어 21세기 이후 '가장 약한 개최국'이라는 우려를 씻고 조별리그에서 연일 골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 5-0 승리, 이집트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둔 러시아는 승점 6점을 확보하면서 가볍게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조별리그 두 번째 경기까지 +7의 골득실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도 러시아가 유일하다.

반면에 우루과이는 러시아가 대승을 거둔 상대들에게 각각 1-0 신승을 거두며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이집트는 우루과이전에서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뛰지 못했고 사우디는 러시아전 대패로 사기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따라서 우루과이의 승점6점은 우루과이 본연의 실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토너먼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조별리그 최종전을 통해 경기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많은 축구팬들은 아직 러시아가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며 '러시아 강팀설'에 의문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남아공월드컵 4강 우루과이는 러시아의 진짜 전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매우 좋은 상대다. 하지만 조별리그 순위와 상관없이 16강 상대가 스페인 혹은 포르투갈이 될 확률이 높은 만큼 양 팀 모두 조1위가 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지는 의문이다.

'침착하게'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흐가 패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 '침착하게'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흐가 패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루과이와의 첫 경기에서 '비겨도 좋다'는 마인드로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 이집트는 후반 종료 1분을 남겨두고 호세 히메네스(A마드리드)에게 헤더골을 허용하며 패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집트는 러시아전에서 어깨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살라를 투입하면서까지 승리를 노렸다. 하지만 살라의 몸상태는 완전하지 않았고 후반에만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28년 만의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2경기 2패, 골득실 -6의 사우디는 이번 대회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팀으로 평가 받는다. 개막전 충격의 0-5 대패 이후 우루과이전에서 반전을 꿈꿨지만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우루과이를 위협할 만한 반전상황을 만들지 못했다. 양 팀 모두 탈락이 확정된 만큼 1.5군 선수들의 출전을 예상할 수 있지만 또 언제 올지 모를 월드컵 본선무대 마지막 경기인 만큼 '유종의 미'를 거두려는 마음이 강할 것이다.

[B조 포르투갈 vs. 이란, 스페인 vs. 모로코 26일 오전 3시] 혹시일까 역시일까

이번 월드컵에는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들이 대거 출전했지만 대회 초반 단연 돋보이는 스타는 역시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대회마다 한 골씩 기록했던 호날두는 이번 대회 스페인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2경기에서 무려 4골을 기록하고 있다. 10년 가까이 세계 축구팬들의 오랜 토론 주제였던 '메시 호날두 중 최고는 누구인가' 논쟁도 이번 월드컵을 통해 호날두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

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연합뉴스


모로코와의 첫 경기에서 질식수비를 통해 자책골을 유도하며 승점 3점을 챙긴 이란은 스페인전에서도 같은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후반 9분 디에고 코스타(A마드리드)에게 골을 허용하며 승점을 추가하지 못했다. 스페인이 최종전에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모로코에게 덜미를 잡히는 그림은 쉽게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이란은 강적 포르투갈을 반드시 꺾어야만 16강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다.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무려 6골을 주고 받는 난타전을 펼친 스페인은 이란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실리적인 축구를 통해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이번 대회 주전 스트라이커로 중용되고 있는 코스타가 지난 대회 부진을 씻고 2경기 3골을 몰아치고 있다. 오랜 FC바르셀로나 생활을 접고 일본 J리그로 이적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비셀 고베)의 클래스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지난 대회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씻겠다는 스페인의 각오는 매우 강하다.

모로코는 이번 대회 2연패로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지만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패한 2경기 모두 매우 선전했다. 모로코는 2경기에서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무려 29개의 슈팅을 시도했을 만큼 적극적인 경기를 펼쳤다. 특히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전혀 기죽지 않고 후반전 무서운 공세를 퍼부으며 포르투갈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이미 탈락이 확정 모로코는 스페인전에서도 정면승부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B조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1승1무 승점 4점으로 나란히 공동1위를 달리고 있어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모로코전 승리로 승점3점을 챙긴 이란 역시 16강 진출 확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축구팬들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16강 진출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란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조국인 포르투갈에 비수를 꽂을 전략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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