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승리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선수들이 독일을 1-0으로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 멕시코 승리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선수들이 독일을 1-0으로 꺾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에겐 아직 2경기가 남아있다.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으로 맞선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이기는 것이 기적이라면, 간절함으로 녀석을 불러내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24일 오전 0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로스토프에 위치한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2차전 멕시코와 맞대결을 벌인다. 대표팀은 1차전(스웨덴)에서 아쉽게 패배를 기록한 만큼, 멕시코전에서는 반드시 승점을 따내야 한다.

쉽지는 않다. 멕시코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격파하며 기세가 올랐다. '올인' 전략을 펴고도 패배의 쓴맛을 본 대한민국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러나 도전조차 해보기 전에 포기하는 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다. 1차전에서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우리가 잘하는 것을 그라운드에 쏟아낸다면 기적을 연출할 수 있다.

멕시코는 빠르다. 강한 압박으로 볼을 빼앗아 순식간에 문전을 위협한다. 개인 능력이 빼어나 적은 숫자로도 득점 기회를 만든다. 전방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와 독일 전 결승골의 주인공 이르빙 로사노 등은 빼어난 결정력을 갖췄다. 무리하게 올라선다면,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스웨덴의 교훈 되새겨야

기본적인 형태는 스웨덴 전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의 우선순위는 수비다. 다만, 마냥 물러서는 것은 곤란하다. 스웨덴 전에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초반 10분 이후의 선택이었다. 대표팀은 스웨덴을 상대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강하게 몰아친다면, 상대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대표팀의 선택은 안정이었다. 뒷걸음질 치며, 우리 스스로 주도권을 넘겨줬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 전처럼 이번에는 우리가 스웨덴을 강하게 몰아쳤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한 번 물러선 대표팀은 스웨덴의 뻔한 공격에 고전했고, 불운까지 따르며 패배를 맛봤다.

빼어난 역습을 자랑하는 멕시코를 상대로 시작부터 강하게 맞붙는 것은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예고 없이 찾아드는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초반이라도 우리의 흐름이라면, '승부를 걸겠다'는 생각으로 몰아칠 필요가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 스피드와 개인기에서 멕시코에 뒤처지지 않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멕시코의 후방은 전방처럼 빠르지 않다는 것이 독일 전에서 증명됐다.

물론 실점을 막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멀뚱멀뚱 서 있는 수비가 아닌, 압박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압박으로 생긴 공간을 빠르게 메우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상대의 개인 능력이 빼어나다면, 2~3명이 붙어 볼을 뺏어내야 한다. 한 발 더 뛰는 축구만이 승리를 불러올 수 있다.

막내의 정신력

이승우는 대표팀의 막내다.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선수고, 월드컵 직전에서야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일찍이 스타덤에 오른 선수지만, 아직 무르익지 않았다. 그러나 이승우는 절망에 빠진 대표팀에 희망을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이승우는 멕시코전을 앞두고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는 "어려서부터 월드컵을 보면서 우리가 3승 한 것을 본 적이 없다. 1패만 했다. 2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팀 분위기나 사기는 떨어지지 않았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형들을 믿고 코칭스태프를 믿는다. 쉽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에 나설 것이다.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공격진에서 좀 더 세밀하게 플레이한다면 멕시코를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1차전 이후 비판과 비난이 몰아쳤다.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사람이기 때문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대표라면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 비판에 못 이겨 무너지면 그걸로 끝이다.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 비판을 환호로 바꾸겠다'는 의지가 절실하다.

멕시코가 독일 전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전차군단'이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다. 독일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디펜딩 챔피언'다운 아름다운 축구를 고집했다. 어떻게 해서든 결과를 가져와야 했지만, 그들의 자만함은 패배로 직결됐다. 독일은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전혀 없었다.

멕시코는 그러한 독일을 잡은 팀일 뿐이다. 전방에 포진한 에르난데스가 두려운가. 올 시즌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강등권까지 추락했던 웨스트햄에서 고전했다. 리그 28경기에 나섰지만 선발은 16경기에 불과했다. 득점도 8골에 그쳤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던, 레버쿠젠의 주포 역할을 톡톡히 하던 때와 차이가 있다.

우리에겐 손흥민이 있다. 1차전에서는 아쉬운 활약을 보였지만, 그래도 손흥민이 있어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잉글랜드 무대에서 21골을 몰아친 데 이어 올 시즌에는 18골을 넣었다. 리그에서는 12골 6도움을 기록했고, EPL 득점랭킹 10위에도 올랐다. 더욱이 그의 주 포지션은 에르난데스처럼 최전방 공격수가 아닌 측면 공격수다.

로사노의 번뜩이는 재능이 무서운가. 빼어난 재능인 것은 맞다. 올 시즌 네덜란드 리그에서 29경기 출전 17골 8도움을 올렸다. 과거의 명성을 잃은 네덜란드 리그라지만,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그러나 UEFA 유로파리그 4강 신화에 앞장선 황희찬이 있고,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한 이승우가 있다. 무엇보다 황희찬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로사노와 맞붙어 웃은 기억이 있다.

후회 없이 싸운 이들에게 비판할 사람은 없다. 죽을힘을 다해 싸웠는데 결과가 따르지 않는다면, 현실을 받아들이면 된다. 대다수 국민은 박수와 격려로 화답할 것이다. 멕시코의 승리를 확신하는 이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판을 찬사로 뒤바꾸겠다는 투지가 절실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 우리의 저력을 보인다면 기적이 찾아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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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VS멕시코 이승우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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