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21일 방송된 jtbc <썰전>의 한 장면. ⓒ JTBC


"다음 총선이 이렇게 치러지면, 자유한국당은 다 죽는 거예요."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권한대행을 저격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당의 존립 위기를 맞은 제1야당의 상황을 비꼬기 위함도 아니었다. 유시민 작가는 진심 안타깝다는 얼굴과 목소리였다. 결과론에 입각한 과장이나 비판을 위한 비판은 없었다. 반면, 같은 '보수'를 자처하는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무릎 꿇고 이벤트 할 게 아니라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고민하라며 더 센 죽비를 들었다. 

"의원들은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물론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공천을 쉽게 받아서 회사원과 같은 국회의원을 한 거예요. 당이 탄핵이나 대선패배나, 선거에서 위기를 겪는데도, 초·재선을 비롯해서 당의 중진이든 제대로 책임을 지려는 사람은 없고, 전부 '나 빼고 혁신'이야. 제일 문제는 그거에요.

국민들에게 (보수의) 변화가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려면, 당 해체냐 당 간판 내리느냐는 본질이 아니에요. 나는 희생돼서는 안 된다는 전제로 재편의 시나리오를 짜면 누가 그걸 동의하고 인정할 수 있겠어요."

21일 방송된 JTBC <썰전>이 6·13 지방선거 결과를 놓칠 리 없었다. 한데, 유 작가는 조금은 다른, 그러나 이미 수없이 제기된 문제제기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한국 선거 제도 자체의 맹점 말이다. 유 작가는 여야 국회는 물론 국민들 역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화두를 재점검 차 던지고 있었다.

"자유한국당이요, 광역비례대표 득표율을 보면 26%를 받았어요. 이 정도면 1/4 넘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으니까, 당이 망한 거 아니잖아요. 근데 왜 당을 해체 하냐고요. 이런 극단적인 행동들을 왜 하냐고요."

"여당이 의석 110개 중 102개 가져가... 말이 되나"

 21일 방송된 JTBC <썰전>.

21일 방송된 JTBC <썰전>. ⓒ JTBC


이제는 진단도 나올 만큼 나왔다. 보수의 몰락, 수구냉전 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철폐,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등등. 유 작가나 박 교수 역시 6·13 지방선거의 풀이에 대해 완벽히 새로운 의견을 제시할 수는 없었으리라. 대신 유 작가가 목소리를 높인 것이 바로 소선구제의 맹점이었다.

"생각을 해 봤는데, 우리나라 선거제도가 진짜 이상해요. 이 난리를 치는 건, 선거제도 때문이야. 얼마나 웃기냐면, 서울에서 지역구가 100개예요. 민주당이 97, 자유한국당이 3, 97대 3이에요. 광역비례대표 지지율은 50.9대 25.1인데. 그래서 비례 대표를 (민주당)5개, (한국당)3개로 나누니까. 아니, 지지율이 50.9%인데, 여당이 의석 110개 중에 102개를 가져갔어요. 이게 말이 돼요?"

유 작가가 자꾸 "이번 지방선건가 총선이었다면?"이라고 되묻고선 다음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은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유 작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그대로 총선에 대입하며 "민주당이 250개고, 자유한국당이 40개, 나머지 10개도 안 돼"라는 셈법을 내놨다. 박 교수가 "1당 독재 수준"라고 혀를 차고, 유 작가가 "빨리 국회를 열어야 돼요, 지금의 선거제도를 가지고 있으면 다 죽어요"고 촉구한 까닭이다. 

또 유 작가는 "민주당도 무섭다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등골이 서늘할 정도의 결과라고 했다"는 일종의 전제도 잊지 않았다. 자신만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맞다. 국민의 심판이라고 하기엔 쏠림이 도드라졌다.

더욱이 아무리 '의미 있는 숫자'라고는 하지만 소수정당, 진보정당의 몫은 너무나 적었다. 두 사람은 '소선구제도가 비합리적인 제도'라는 데 오랜만에 의견을 일치시켰다. 대신 향후 전망에서는 의견을 조금 달리 했다.

선거구제 개편, 민주당이 실천하기 좋은 시절

 21일 방송된 JTBC <썰전.

21일 방송된 JTBC <썰전. ⓒ JTBC


"좋은 정치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요구나 소망이 현실에 있는 만큼의 비율로 의회에 반영되는 거예요. 이 제도로는 지방이든, 중앙이든 간에 좋은 정치가 이뤄지는 게 불가능해요. 그래서 우리 정당들이 조금만 선거에서 뒤지면 몰살당하니까 죽기 살기로 싸우고, 집권여당이, 대통령이 성공하면 야당이 죽으니까, 어떻게든 발목을 잡고 죽이려고 하는 거예요. 서로 간에." (유시민 작가)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소선구제도를 바꾸는 걸 극렬히 반대해 왔어요. 왜냐면 영남패권주의를 반대해 왔으니까. 영남패권주의는 이제 무너졌잖아요. 다급한 건 선거제도를 생각한다면 자유한국당이에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구 개편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거죠." (박형준 교수)

유 작가의 정당론도, 박 교수의 전망도 모두 그럴 법했다. 거대 정당들이 박 터지게 싸워야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었다. 또 굳이 여당은 자기 지분을 내놓는 선거구제 개편에 잰걸음을 낼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 작가는 여당의 분발을, 큰 그림을 그리는 대승적 판단을 촉구하고 있었다. 그것이 모든 정당들이, 국회가, 한국 정치가 사는 길이라는 뜻이리라.

"이럴 때 일수록 민주당이 앞장서서 (선거제도를) 고치겠다고 얘기를 해야 돼요. 민주당이 마음먹어야 해요. 지금 호시절이라고 해서, 4년만 내다보고 정치를 하면 안 되고요(중략). 정당이 각자 자기 색깔대로, 정책을, 후보를 내고, 경쟁한 다음에 각자 국민에 지지를 받는 만큼 의석을 가진 다음에, 국회에 모여서 다수연합을 만들 수 있게끔 하는 것. 지금 민주당이 이걸 하기에 너무나 좋은 시절이에요."

지방선거 후 추미애 대표가 참패한 자유한국당을 두고 유 작가는 '꼰대정당'이란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뭘 또 그렇게까지'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선거구제 개혁과 관련해선 동일한 잣대를 쓰는 게 가능할 것 같다. 선거구제 개편을 이대로 놔둔다면, 압도적인 승리를 국민의 일방적인 지지로 착각한다면, 더불어민주당 역시 '기득권정당', '꼰대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광역단체장 등 주요 공천만 봐도 그러하다. 청년과 여성 등을 배제한 채 장년층 이상 남성들로 채웠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자유한국당을 압도하고픈, 그래서 정국을 유리하게 풀고 싶은 그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지방선거는 총선이 아니지 않은가. 유 작가가 "빨리 국회에 모이라"는 야당들과 함께 여당 역시 밀린 숙제들을 신속히 처리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해서 말이다.

썰전 유시민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