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어디로 가려고? 아이슬란드 길피 시구르드슨(왼쪽부터), 호르더 맥너슨, 비르키르 브자르나손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

▲ 메시! 어디로 가려고? 아이슬란드 길피 시구르드슨(왼쪽부터), 호르더 맥너슨, 비르키르 브자르나손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나란히 '축구의 신'이라고 불리며 한 시대를 양분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두 슈퍼스타의 운명이 2018 (FIFA) 러시아월드컵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B조에서 16강 진출에 거의 다가섰다. 포르투갈은 첫 경기에서 우승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호날두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3-3 무승부를 기록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호날두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1승 1무로 골득실에서 앞서 조 1위에 올라있는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도 약체 이란(승점 3점)이라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행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다.

반면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자칫 월드컵 조별리그 D조에서 일찌감치 탈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1차전에서 월드컵 첫 출전국인 아이슬란드와 1-1로 비기며 불안하게 출발했던 아르헨티나는 2차전에서는 크로아티아에 졸전 끝에 0-3으로 완패를 당하며 1무 1패로 조 3위로 밀려났다.

이미 크로아티아가 2연승으로 16강 한 자리를 확정지은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자력으로 조별리그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조 3위로 밀려난 아르헨티나가 마지막 최종전에서 나이지리아를 잡는다고 해도 아이슬란드가 남은 2경기에서 승점 4점 이상을 획득하면 아르헨티나는 무조건 탈락하게 된다. 아르헨티나는 골득실(-3)에서도 아이슬란드에 3골차로 뒤져 불리한 상황이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톱시드 국가 중 무난한 조편성으로 평가받았던 아르헨티나로서는 '희대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생애 첫 '월드컵 득점왕' 꿈꾸는 호날두, 메시는 2경기 무득점

호날두 해트트릭, 환호의 순간들 세계 최고의 공격수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1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페널티킥(왼쪽부터), 중거리 슛, 프리킥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각각 환호하고 있다.

▲ 호날두 해트트릭, 환호의 순간들 세계 최고의 공격수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5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 피시트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1차전 스페인과 경기에서 페널티킥(왼쪽부터), 중거리 슛, 프리킥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뒤 각각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인 활약에서도 호날두의 우위가 압도적이다. 호날두는 이번 대회 포르투갈이 기록한 4골을 모두 혼자 책임지며 그야말로 '하드캐리'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월드컵에서도 디에고 코스타(스페인)와 데니스 체리셰프(러시아. 이상 3골)를 제치고 단독 득점선두에 오르며 유력한 골든부츠(득점왕) 후보로 올라섰다. 현재까지 이번 대회 헤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호날두가 유일하다.

단 2경기 만에 축구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종합선물세트처럼 다 보여 줬다는 것도 이색적인 장면이다. 호날두는 스페인전에서 오른발로 페널티킥골로 포문을 연 데 이어 왼발 중거리슛과 날카로운 오른발 프리킥골로 2.3호골을 터뜨렸다. 모로코전에선 헤딩골까지 넣었다. 양발과 머리는 물론이고 페널티킥·프리킥·필드골까지 총망라했으니 그야말로 '득점의 교본'이 따로 없다.

또한 호날두는 지난 모로코 득점을 통하여 축구사에 새로운 이정표도 세웠다. '헝가리의 전설' 페렌츠 푸스카스를 넘어 유럽 A매치 사상 최다인 85번째(152경기) 득점을 터뜨리며 역대 유럽 선수 A매치 최다 골 기록을 경신하는 업적을 수립했다. 2006년 독일대회부터 무려 4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고 있는 호날두는 사상 4번째로 본선 4개 대회 연속 득점 기록도 세웠다. 포르투갈의 16강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오며 최소한 2경기 이상을 더 치를 수 있게 된 호날두는 생애 첫 월드컵 득점왕에 대한 가능성도 높아졌다.

라이벌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아직 1골도 기록하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남미예선 때만 해도 아르헨티나가 뽑아낸 19골 중 팀 내 최다인 7골을 혼자 책임지며 조국을 월드컵 무대로 이끌었던 메시지만 본선으로 국한하면 지난 2014 브라질 대회 16강전부터 벌써 6경기 연속 무득점이다.

아이슬란드와의 1차전에서는 결정적인 PK 찬스에서 상대 골키퍼 할도르손의 선방에 저지당하며 득점에 실패했고, 크로아티아전에서는 고작 슈팅 1개를 시도하는 데 그치는 부진으로 팀의 완패를 막지 못했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만 해도 메시는 월드컵 통산 5골을 기록하며 3골에 그친 호날두보다 앞서 있었으나, 호날두가 단숨에 4골을 추가하며 메시와의 격차를 뒤집어버렸다.

'현 시대 최고의 축구 선수' 논쟁, 러시아 월드컵에서 종지부 찍나

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연합뉴스


재미있게도 4년 전과는 정반대의 양상이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지난 2014 브라질 대회에서 독일과 가나에 밀려 조 3위에 그치며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당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결승전까지 이끌며 비록 독일에 패하여 준우승에 그쳤지만 골든볼(최우수선수)까지 수상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입장이 바뀌어 아르헨티나가 탈락 위기에 놓였고 포르투갈은 16강행을 눈앞에 뒀으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모두 호날두와 메시라는 걸출한 슈퍼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 선수가 각각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라는 소속팀에서 쟁쟁한 동료들의 지원을 받으며 수많은 우승트로피를 챙긴 것과 달리 국가대항전에서 상대적으로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하지만 호날두가 지난 유로 2016 우승을 끝으로 국가대항전 무관의 한을 풀어내면서 팽팽하던 두 선수의 위상은 조금씩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메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비롯하여 2015-16 코파아메리카(남미선수권)에 이르기까지 메이저대회 국가대항전 3연속 준우승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는 불운에 눈물을 흘렸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국가대항전에서 정상에 오른 것은 A매치에 포함되지 않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 유일하다. 아르헨티나는 1993년 코파 아메리카를 끝으로 FIFA 주관의 국가대항전에서 벌써 25년째 무관에 허덕이고 있다.

포르투갈과 아르헨티나 모두 에이스인 호날두-메시와 다른 선수들의 실력차가 존재한다는 약점은 동일하지만, 그래도 전력 면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더 낫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그러나 사실상 유로 2016에 이어 월드컵 무대에서도 사실상 혼자 힘으로 포르투갈을 여러 차례 위기에서 구해낸 호날두에 비하여, 메시는 본인의 부진에 팀 동료들의 지원까지 받지 못하여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세르히오 아게로, 곤살로 이과인 등 유럽 빅리그에서 소속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선수들도 유독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힘을 쓰지 못하는 징크스가 메이저대회마저 반복되고 있다. 지난 크로아티아전에서는 선수들이 대패에 격분하여 판정에 항의하고 상대 선수의 머리를 고의로 걷어차는 등 '매너에서도 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호날두와 메시는 나란히 세계 최고의 선수에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5회씩 수상하며 지난 10여년간 세계축구계를 지배했던 라이벌이다. 하지만 4~5년 전까지만 해도 전반적인 평가는 메시의 가치를 더 높게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호날두가 전대미문의 유럽챔피언스리그 3연패와 6년 연속 득점왕, 유로 2016 우승 등 최근 몇 년간 '큰 대회에서 더 빛나는' 면모를 보이며 메시와의 평가를 뒤집었다. 메시는 2015년 이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고 최근 3년 연속 UCL 8강 탈락과 국가대항전 무관 등으로 인하여 20대 시절의 독보적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선수로서 이미 모든 것을 이룬 호날두와 메시에게 월드컵은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고지 같은 무대였다. 두 선수 모두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어쩌면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도 높았다. 이번 대회에 호날두와 메시가 남길 최종성적에 따라 10여년간 계속된 두 슈퍼스타간의 '최고 선수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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