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 포스터. "생명은 스스로 길을 찾는다"(Elama loytaa keinonsa)는 문장이 핀란드어로 적혀 있다.

영화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 포스터. "생명은 스스로 길을 찾는다"(Elama loytaa keinonsa)는 문장이 핀란드어로 적혀 있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




*주의! 이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오랜만에 '공룡 덕심'이 일어났다. 한국판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아래 <쥬라기월드2>)에 삭제된 장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뒤였다. 배급사가 12세 관람가 등급을 받으려고 원작 오마주 신을 삭제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은 그 논란을 가라 앉히기 위해 한국 팬들에게 "한국 상영 버전은 내가 공식 승인한 것이다"라고 SNS를 통해 해명했다. 나는 핀란드에 거주하는 덕분에, 삭제 장면 없는 유럽판으로 영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주 개인적인 감상기지만, 한국 관객의 걱정과 불만을 조금 해소할 수 있을까 싶어 몇몇 느낀 점을 쓴다.

아쉬웠던 후속작들, <쥬라기월드>가 '하드캐리' 했다

공룡 싸움의 끝판왕은?  벨로시랩터 블루와 T-렉스가 힘을 함쳐 인도미누스 렉스 싸우는 현장에 모사 사우르스가 등장해 승패를 가른다. <쥬라기 월드>(2015) 마지막 장면.

▲ 공룡 싸움의 끝판왕은? 벨로시랩터 블루와 T-렉스가 힘을 함쳐 인도미누스 렉스 싸우는 현장에 모사 사우르스가 등장해 승패를 가른다. <쥬라기 월드>(2015) 마지막 장면. ⓒ Universal Pictures


영화 <쥬라기공원> 첫 번째 시리즈가 나온 건 1993년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공룡들을 영화관에 끌고 들어와 거의 전 지구를 환호하게 했다. 이 영화 덕분에 인류는 적어도 수만 년 전 이곳에 살았던 생물체의 모습과 이름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쥬라기공원>의 인기로 영국 자연사 박물관에 관람객이 폭증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영화지만 지금 봐도 놀랍다.

하지만 그 후속작들은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분명 2편 <잃어버린 세계: 쥬라기공원>(1997)에서는 공룡 종류가 늘었고 <쥬라기공원3>(2001)에선 거대 익룡에 더해 공룡 대결 신도 볼 만했다. 영화에 사용된 CG 기술이나 재연 수준은 더 나아졌지만, 첫 편의 충격과 전율을 느끼게 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나마 <쥬라기월드>(2015)는 스케일이나 스토리 면에서 원작의 계보를 꽤 괜찮게 이어 받았지만 영화 마지막 벨로시랩터와 T-렉스가 연대해 인도미누스 렉스와 싸우는 장면은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져 아쉬웠다.

이번에 <쥬라기월드2>를 보고 나니, 영화가 다시 한번 굳건하게 시리즈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럽고, 공룡을 포함한 연기자들의 호흡도 좋아 보였다. 매력 있는 과학자 캐릭터가 여럿 등장해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데다 CG와 '애니마트로닉스(생물과 비슷하게 만든 로봇을 사용해 촬영하는 기술)' 기술이 공룡을 더 현실감 넘치게 재연해내기도 했다.

관객으로서 가장 눈에 띈 장면을 뽑자면, 조연급 공룡이 온 몸을 던져 열연하는 순간이었다. 2편에 등장한 대머리 공룡의 친척뻘인 스티기몰로크(Stygimoloch)가 박치기로 주인공을 돕는 장면이다. 그의 메소드 연기가 없었다면 <쥬라기월드2>는 도무지 어떻게 영화를 전개했을까 궁금할 정도다.

오마주가 이렇게 넘치는데 청와대 청원씩이나?

'신 스틸러' 대머리공룡의 열연 대머리 공룡이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에선 '메소드 연기'로 줄거리 전개를 이끈다. 두꺼운 두개골 뒷부분이 등뼈와 연결되어 있어 부딪히는 힘이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신 스틸러' 대머리공룡의 열연 대머리 공룡이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에선 '메소드 연기'로 줄거리 전개를 이끈다. 두꺼운 두개골 뒷부분이 등뼈와 연결되어 있어 부딪히는 힘이 대단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 Universal Pictures


오랜 '쥬라기' 시리즈 팬으로서 무엇보다 즐거웠던 요소는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오마주다. 일단 영화 시작을 화려하게 알리는 모사 사우르스의 공중 식사, 주인공 일행이 섬으로 들어갈 때의 전경과 테마곡, 혼비백산 공룡 떼 사이에 남아 있던 관람용 캡슐, 다른 공룡 목덜미를 물어 쓰러뜨린 뒤 포효하는 T-렉스, '문 열고' 집에 들어오는 인도랩터 그리고 청문회에 나온 <쥬라기공원> 생존자 제프 골드블럼 박사 등. 더 자세히 적을 수는 없지만 영화 내내 메모한 장면만 열 가지는 됐다.

이 가운데 한국 관람등급 심사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진 두 장면은, 보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하나는 공룡 치아 모으는 악취미 즐기던 용병 켄(Ken Wheatley)이 생을 마치는 장면, 그리고 두 공룡이 '먹이'를 차지 하려고 싸운 뒤 한쪽이 포효하는 마지막 장면. 두 장면이 빠진 것에 화가 난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찾아가 항의했다. 일부 팬들은 이 두 장면을 포함해 약 40초 가량 잘린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런데 '용병'과 '포효' 두 장면이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에서 빠져선 안 될 명장면일까. 삭제 없는 영화를 보고 나니,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먼저 전자는 1편에 <쥬라기공원>에서 벨로시랩터를 피해 도망치던 주인공의 어깨에 팔 한쪽이 떨어지던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짐작된다. <쥬라기월드2>에선 오만한 용병 켄이 공룡에게 벌 받는 장면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또 영화 최후반부 '공룡 포효' 장면은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 등장해 오마주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내겐 영화 앞부분 T-렉스의 포효가 더 시리즈의 상징처럼 보였다. 오마주(hommage)라는 용어가 그렇듯 전편이나 원작에 보내는 '헌사' 정도인데, 그 몇 장면이 빠졌다고 영화가 망가질 리가 있을까.

차라리 마지막 몇 초를 놓치지 마시라

부엌으로 들어오는 벨로시랩터 <쥬라기공원>(1993)의 명장면. 벨로시랩터는 뛰어난 지능으로 동료와 의사소통 할 뿐만 아니라, 문 손잡이를 움직여 문을 열기도 한다.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에서 이 장면을 오마주한 장면 또한 오싹하다.

▲ 부엌으로 들어오는 벨로시랩터 <쥬라기공원>(1993)의 명장면. 벨로시랩터는 뛰어난 지능으로 동료와 의사소통 할 뿐만 아니라, 문 손잡이를 움직여 문을 열기도 한다. <쥬라기월드: 폴른 킹덤>에서 이 장면을 오마주한 장면 또한 오싹하다. ⓒ Universal Pictures


<쥬라기월드2>는 맘먹고 1편의 오마주를 쏟아 넣은 후속작이다. 바요나 감독은 BBC와 인터뷰에서 영화 전반부에서 시리즈의 전통을 잇고, 후반부엔 공포를 넣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창의력과 유쾌함이 담겨 있던 '쥬라기공원'의 볼거리를 그대로 담고 있으면서도 더 다이내믹하게 공룡을 관객 앞에 풀어놨다. 이런 이유로, 영화를 더 즐겁게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1993년 개봉작을 먼저 찾아보고 가길 권한다. 특히 벨로시랩터 두 마리가 남매를 쫓는 '부엌 신'의 명장면, 갈고리 발톱이 바닥을 두드리는 그 소리를 기억하시길.

"생명은 스스로 길을 찾는다." 영화의 원작소설 <쥬라기공원>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적었을 이 문장을 다시 떠올린다. <쥬라기월드2>는 이전 영화와 마찬가지로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질문한 뒤,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열어 놓는다. 무너진 왕국(폴른 킹덤)은 인간의 세계일까, 공룡의 세계일까. 엔딩크레디트 마지막까지 객석을 지켜보고 판단해보자. 이후 새로 출연한 공룡 이름이나 함께 외우면서 다음 '쥬라기월드'를 기다려 보면 어떨까?

[참고자료]
<쥬라기월드2> 감독 및 배우들이 참여한 BBC 인터뷰다. 영화 제작진 및 주연 배우들이 '공룡 영화'를 바라보는 생각, 어떤 기술을 사용해 공룡을 실감나게 만들었는지 '영어로' 들어볼 수 있다.
동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OapDNfSS_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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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기자. 핀란드 라플란드대학 미디어교육 석사 과정. 워치독아시아(Watchdog Asia) 코디네이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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