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우림은 데뷔 22년차 밴드다. 20년 넘게 활동한 밴드가 드물기도 하지만 이렇게 오래 활동한 '혼성밴드'는 더욱 드물다. 게다가 자우림만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가며 여전히 강한 개성을 갖고 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팀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5년 만에 정규 10집 <자우림>을 선보이며 발매 하루 전인 지난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뷔 22년차 밴드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 데뷔한 지 20주년이 지난 소감은.
김윤아 : "어떤 면에서 이제 시작이라는 기분도 든다. 공연이나 레코딩을 하면서 이제 좀 '아, 이런 거구나' 싶다."

김진만 : "서로 동료이기 이전에 좋은 인생 친구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서로 가르치고 배운다."

- 이번 정규 10집 <자우림>의 특징은.
김윤아 : "사운드적으로 더 정교하고 촘촘해졌다. 앞으로 음악 작업할 때도 사운드적으로 더 좋게 하는 게 바람이다."

- 20년 동안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이선규 : "자우림의 20년 전 노래를 듣고 아직도 대중이 공감하는 걸 봤을 때, 그게 자우림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일탈'의 가사를 보면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점프를'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사람들도 일탈하면 아파트 옥상을 떠올리더라."

김진만 : "지금까지도 그랬고 '이게 자우림색이니까 이걸 지켜야해'도 없고, '이게 트렌드니까 이걸 하자' 이런 것도 없다. 그래서 오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약자에게만 분노하는 사회

- 약자에게만 쉽게 분노하는 걸 꼬집는 첫 번째 트랙 '광견시대'가 인상 깊다.
김윤아 : "저희가 전에 발표한 '광야', '낙화'와 같은 맥락의 곡이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너는 공부만 잘 하면 돼, 그럼 탄탄대로야' 하고 주입하는 것 같다. 네가 어떤 도덕관과 가치관을 가지든 그건 우리가 묻지 않을게 하고 마치 공부 외에 나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 너가 밟을 수 있는 아이들을 다 밟고 올라가, 그럼 네가 승자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해 왔지만 지금이야말로 이걸 폭발적인 사운드로 터뜨렸을 때 더 폭발적인 때라 생각했다. 최근에 그런 일들이 많았기도 했고."

- 최근 '그런 일들'이란 어떤 걸 말하는 건지.
김진만 : "분노가 많은 요즘 세상에서 서로 참지 못하고 그걸 터뜨린다. 사회적 약자들이 분노하는 건 보고 있으면 '방법은 잘못 됐지만 이해는 간다' 이런 느낌이라면, 사회적 강자들이 분노를 폭발하는 걸 보면 느낌이 다르다(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갑질' 관련 이슈를 언급하는 듯했다)."

"20년 전과 초봉 비슷한 사회... 갑갑하다"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 공감능력이 윤아씨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한 적 있다. 어떤 방식으로 타인에 공감하는지.
김윤아 : "저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은 SNS다. 제가 SNS에 글을 올려서 영감을 얻는다는 뜻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훔쳐보는 걸 좋아한다. 그들은 지금 뭘 고민하고 무엇에 열광하며 행복해하고 있는지를 날 것으로 보여주는 게 SNS다. 저 같이 영감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에겐 사냥터 같은 곳이다. 나의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들 이야기를 본다."

- SNS 외에 영감을 얻는 곳은.
김윤아 : "뉴스다. 우리 자우림 세 명이 여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처럼 생각이란 걸 하게 되고 마음이 있으니까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노래로) 쓴다."

- 요즘 사람들의 삶은 어떤 것 같은지.
김윤아 : "확실히 제가 데뷔할 때 바라본 선배들의 삶과 지금 20~30대의 삶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국가 전체로 보면 수치는 성장하고 있는데 실제로는 아닌 것 같다. 초봉이 20년 전과 별다르지 않다. 말이 안 된다. 제가 만약 취업을 준비하는 20대 여자라면 막막할 것 같다."

- 노래가 하찮게 여겨진 적이 있었다고 들었다.
김윤아 : "음악을 만든다는 게 비생산적이고 자기만족만을 추구하는 작업이잖나.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 일은 죽고 사는 문제인데 말이다. 지금 사회인이 되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음악 이게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비하 같은 감정에 짓눌려 있었는데 가장 심했던 때가 제 솔로앨범 <타인의 고통>을 만들 때였다. 그런데 멤버들과 자우림 앨범을 만들 때는 그런 생각에서 자유롭다. 이게 동료의 힘인 것 같다."

- 주류음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은 안 해봤는지.
김윤아 : "일단 그럴 능력이 없다. 또, 대중에게 사랑받는 건 계산해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비긴어게인2>... 포르투갈 버스킹의 기억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 JTBC <비긴어게인2>를 통해 포르투갈에서 버스킹한 소감은.
김윤아 : "나 스스로를 위해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시기에 촬영을 가게 됐다. 지난 솔로 앨범 작업한 이후에 내가 한심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는데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연극부를 했었는데 뮤지컬을 준비하며 제가 음악을 만들어서 올렸는데 그때 순수한 기쁨이 있었다. 그런 단순한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그럼 비굴한 마음이나 자괴감 없이 음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현실적으로 그렇진 않더라."

- 방송하면서 윤아씨 이미지가 유해진 것 같다.
김윤아 : "저는 방송을 싫어하지 않고, 자우림으로 음악을 계속 하기 위해서 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의 경우도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음악은 듣지 않는 것 같다. 오직 음악을 할 수 있는 <비긴어게인2> 같은 방송은 언제든지 좋다. 그런데 방송에 많이 나오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저를 무섭게 보더라. 평상시 저는 허당이고 너그러운 사람인데 왜 세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제 표정이 딱딱한가..."

밝음과 어둠의 공존... 그것이 인간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 김윤아의 솔로앨범은 무거운데 이번 자우림 앨범은 어떤지.
김윤아 : "자우림 팬들 사이에 그런 가설이 있다. 자우림의 홀수 앨범은 밝고, 짝수 앨범은 어둡다는 가설이다. 타이틀곡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 같다. 이번 10집은 밝음과 어두움의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앨범 같다. 자우림 앨범의 테마는 '인간'인데, 사람이란 게 어떤 날은 행복하고 어떤 날은 자기 비하에 떨어지고 그렇지 않나.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앨범도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

- 예전과 변하지 않은 것이나 변한 것이 있다면.

김윤아 : "여전히 아슬아슬한 기분이다. 뭐 하나만 잘못되면 전부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기분.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럴 것 같다. 저 역시 백조처럼 물 밑에서 열심히 발버둥치는 사람이다."

김진만 : "창작자로서 더듬이를 세우고 세상을 바라보는 건 똑같은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보다는 여유있게 날을 휘두르는 느낌이다."

- 사람들에게 어떤 밴드로 기억되고 싶은지.
김윤아 : "다른 분들이 어떻게 기억해주시는 걸 떠나서 저에겐 한 가지 목표가 있다. 앨범이 더 이상 좋아질 수 없겠다 싶을 때 그만두는 밴드가 되고 싶다. 나빠져서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않고 끝까지 좋은 앨범을 만들고 좋지 않을 때 그만두면 좋겠다. 그렇다면 팬들께도 그렇게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자우림 자우림이 22일 오후 6시 정규 10집 <자우림> 발매를 앞두고 지난 21일 오전 서울 학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열었다. ⓒ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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