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조의 러시아와 우루과이가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이 이끄는 우루과이는 21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로스토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집트와 사우디에게 각각 승리를 거두며 승점 6점을 확보한 러시아와 우루과이는 양 팀이 맞붙는 3차전 결과와 상관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승부는 전반 23분에 갈렸다. 카를로스 산체스(몬테레이)의 코너킥이 헤더를 노리던 우루과이 선수들과 사우디 수비의 키를 모두 넘겼고 공은 이들 뒤에서 자리 잡고 있던 루이스 수아레스(바르셀로나)에게 향했다.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수아레스가 이를 놓칠 리 없었고 수아레스가 왼발로 가볍게 차 넣은 공은 그대로 우루과이의 결승골이 됐다. 우루과이의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수아레스의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가입 자축골이었다.

두 번의 기행으로 월드컵 공식 사고뭉치로 낙인 찍힌 수아레스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큰 사고를 쳤지만 수아레스(오른쪽)가 우루과이 축구의 영웅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큰 사고를 쳤지만 수아레스(오른쪽)가 우루과이 축구의 영웅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러시아월드컵 홈페이지 화면캡처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통산 135경기 출전 82골,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통산 202경기 출전, 152골, 73도움. 2013-2014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2015-2016 시즌 라 리가 득점왕, 2015-2016,2016-2017 시즌 라 리가 도움왕.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아닌 우루과이가 낳은 월드클래스 골잡이 수아레스의 기록이다(물론 호날두의 기록은 이보다 훨씬 화려하다).

수아레스는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와 짝을 이뤄 라 리가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군림하고 있지만 국가대표 경력 역시 이에 못지않게 화려하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부터 이번 러시아 월드컵까지 총 3번째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는 수아레스는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할 만한 대형 사건들을 만들어 왔다. 2010년대 '월드컵 공식 사고뭉치'라고 해도 크게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출전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에서 우루과이는 한국과 만났다. 당시 한국은 경험이 적은 수아레스보다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디에고 포를란을 더 경계했지만 수아레스는 한국전에서 두 골을 몰아 넣으며 한국의 사상 첫 원정 8강의 꿈을 무너트렸다. 하지만 진짜 대형 사고는 한국과의 16강이 아닌 가나와의 8강전에서 벌어졌다. 이른 바 수아레스의 '신의 손' 사건이다.

수아레스는 가나와 1-1로 맞서던 연장 종료 직전 골문 앞 혼전 상황에서 가나의 슛을 두 '손'으로 막아냈다. 분명 페어플레이 정신에 크게 어긋하는 플레이였지만 공교롭게도 가나의 아사모아 기안(카이세리스포르)이 페널티킥을 실축했고 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가 승리했다. 결과적으로 퇴장을 각오한 수아레스의 플레이는 우루과이를 4강으로 이끈 '구국의 선방'이 된 셈이다(물론 우루과이는 수아레스가 빠진 채 치른 4강전에서 네덜란드에게 패했다).

2014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엽기적인 플레이로 유명세를 탔다. 잉글랜드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수아레스는 이탈리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지오르지오 키엘리니(유벤투스)의 어깨를 깨무는 마이크 타이슨이나 할 법한 기행을 저질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수아레스가 아약스 시절과 리버풀 시절에도 이미 두 번이나 상대를 무는 반칙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는 점이다.

우루과이 축구 대표팀 역대 월드컵 최다골 공동 2위 등극

 수아레스가 자신의 100번째 A매치 경기에서 결승골로 자축을 했다.

수아레스가 자신의 100번째 A매치 경기에서 결승골로 자축을 했다. ⓒ 러시아월드컵 홈페이지 화면캡처


두 번의 월드컵에서 보여준 기행을 통해 사고뭉치로 낙인 찍혔지만 이와 별개로 수아레스의 기량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동갑내기 스트라이커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와 투톱을 이루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양분하던 남미축구에서 2010년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수아레스는 부상이나 징계기간이 아닐 때는 꼬박꼬박 대표팀 일정에 참가해 나라를 위해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수아레스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루과이 대표팀의 확고부동한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세계 언론과 축구팬들은 수아레스가 또 어떤 기행으로 사고를 칠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집트와의 첫 경기에서 오버액션을 통해 아흐메드 헤가지(웨스트브로미치)의 경고를 유도한 것을 제외하면 아직 별다른 사고를 치지 않았다(사실 축구에서 이기고 있는 팀이 그 정도의 오버액션을 보이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다).

이집트전까지 A매치 99경기에 출전했던 수아레스는 사우디전을 통해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에 가입했다. 물론 A매치 경기가 많아진 요즘 시대에서는 센추리 클럽에 가입하는 선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FIFA가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국가대항전에 100회 이상 출전하는 일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영광이 아니다(한국은 김호곤부터 기성용까지 총 14명의 선수가 센추리 클럽에 가입돼 있다).

수아레스는 자신의 100번째 A매치에서 이번 대회 첫 골로 센추리클럽 가입을 자축했다. 수아레스는 전반23분 코너킥 상황에서 혼란스러운 문전 뒤에서 영리하게 위치를 잡고 있다가 왼발로 가볍게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3골,2014년 브라질 월드컵 2골에 이어 수아레스의 월드컵 개인 통산 6호골이다. 우루과이 축구 역사에서 1950년대 스타 오스카 미구에스(8골)에 이어 포를란과 함께 월드컵 최다골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3연속 월드컵 골과 함께 우루과이 대표팀 역대 A매치 최다 득점 기록(52골)을 보유하고 있는 수아레스는 이미 우루과이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번 대회 2경기 연속 1-0 승리를 거둔 우루과이는 같은 상대에게 8골을 몰아친 러시아에 비하면 화려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루과이는 16강전까지 최소 2경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고 수아레스가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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