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월드컵 최강전사 호날두의 4번째 골 세리머니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2018.6.20 ⓒ 연합뉴스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포르투갈이 20일 오후 9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B조 2차전 모로코와 맞대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포르투갈은 대회 첫 승리를 신고하며 죽음의 조 탈출 가능성을 높였다. 

전반 4분 만에 균형이 깨졌다. 주앙 무티뉴가 올린 코너킥 크로스를 호날두가 날렵한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이 득점이 결승골이 됐다. 포르투갈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드시 승점을 따내야 했던 모로코의 공세에 크게 밀리면서 전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행운이 따랐다. 후반 35분, 모로코의 코너킥 상황에서 공이 페페의 팔에 맞는 장면이 나왔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모로코 벤치와 선수들이 격하게 항의했지만, 주심은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았다. 호날두의 선제골을 지키는 데 급급했던 포르투갈에는 천만다행이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만 축구하나

포르투갈은 만만찮은 저력을 보인 모로코를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면서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그 중심에 호날두가 있다. 호날두는 우승 후보 스페인과 조별리그 1차전 맞대결부터 펄펄 날았다. 팀 동료들의 지원이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보이며 해트트릭을 쏘아 올렸다. 포르투갈은 승리를 따내지는 못했지만, 호날두 덕에 승점 1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호날두는 승리가 필요했던 2차전 모로코와 맞대결에서도 수비의 허를 찌르는 움직임과 날카로운 헤더로 승점 3점을 가져왔다. 그는 2경기 만에 4골을 쏘아 올리며 개최국 러시아 돌풍 중심에 선 데니스 체리셰프를 따돌리고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호날두가 유럽 무대에서 보인 신적인 활약이 월드컵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호날두의 월드컵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2006 독일 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 월드컵까지 세 차례나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이렇다 할 활약상을 남기지 못했다. 소속팀에서는 밥 먹듯이 득점포를 가동했지만, 1114분을 누빈 월드컵 무대에서는 3골에 그쳤다. 지난 대회에서는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조국의 굴욕적인 조별리그 탈락을 막지 못했다.

극적이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나 다름없는 이번 대회에서 단 2경기 만에 이전의 골 기록을 뛰어넘었다. 세르히오 라모스와 헤라르드 피케가 버틴 스페인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개인 능력이 빼어난 모로코를 상대로도 득점포 가동에 성공했다. 약팀을 상대로 몰아친 것이 아닌, 강팀을 상대로 빼어난 결정력을 뽐냈다.

새로운 역사도 추가했다. 호날두는 '전설' 페렌츠 푸스카스를 제치고 유럽 선수 중 가장 많은 A매치 득점을 올린 선수가 됐다. 1950~60년대 이름을 날린 푸스카스는 A매치 89경기 84골이란 놀라운 기록을 남기며 감히 넘볼 수 없는 존재였다. 호날두가 모로코전서 A매치 85(152경기)번째 골을 터뜨리며 '전설'을 뛰어넘었다.

흠잡을 데가 없다. 국제대회 성적이 아쉽다는 유일한 단점을 유로 2016 우승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초반 맹활약으로 지워간다. 이대로라면 또 다른 역사의 탄생을 볼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호날두는 기대에 부합하는 활약을 보이지만, 팀은 그를 따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포르투갈은 호날두 혼자서 축구하고, 승리까지 가져오는 느낌이다.

호날두 홀로 맹활약... 지원이 필요해

호날두의 프리킥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프리킥하고 있다. 2018.6.20

▲ 호날두의 프리킥 포르투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0일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B조 모로코 경기에서 프리킥하고 있다. 2018.6.20 ⓒ 연합뉴스


1차전은 호날두와 스페인의 맞대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스페인은 특유의 조직적인 패스 축구로 포르투갈에 맞섰지만, 포르투갈은 호날두만 돋보였다. 전방에서 호날두와 호흡을 맞춘 곤살로 게데스는 존재감이 너무 없었다. 호날두에 쏠린 시선을 활용해 기회를 잡고, 화력을 더하는 모습은 없었다.

미드필더진의 활약도 마찬가지였다. 중원에 포진한 윌리엄 카르발류와 주앙 무티뉴는 스페인 미드필더진과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상대의 패스 길을 따라가는 데 체력을 쏟아부으면서, 호날두의 파괴력을 더할 수 있는 패스는 자취를 감췄다.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시원한 중거리 슈팅이나 날카로운 침투도 없었다.

좌우 측면에 위치한 베르나르도 실바, 마누엘 페르난데스도 다르지 않았다. 뒷공간을 허무는 시원시원한 돌파나 크로스는 없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어 호날두에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키는 움직임도 부족했다. 오직 호날두 홀로 공격을 도맡았고, 3골을 몰아쳐 승점을 가져왔다.

2차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티뉴가 1차전보다 나아진 것을 제외하면, 공격에서는 호날두만 돋보였다. 득점도 수비를 절묘하게 따돌리는 움직임과 날카로운 헤더가 가능한 호날두였기에 가능했다. 게데스와 실바, 카르발류 등은 젊고 빠른 재능들이 즐비한 모로코 공격진과 비교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포르투갈은 수비도 불안하다. 모로코전에 운이 따랐기 망정이지 실점이나 다름 없는 장면이 꽤 많았다. 35세의 페페는 경험이 풍부하지만 세월이 드러나는 느린 발을 어찌할 수 없고, 조세 폰테 역시 34세로 젊고 빠른 공격수에 약하다. 슈팅 수(10-15), 유효 슈팅(2-4), 키 패스(7-11) 등 모든 공격 기록에서 크게 밀린 데는 수비진의 불안한 모습이 한 몫을 담당했다.

지원이 절실하다. 호날두가 매 경기 신적인 활약을 이어가며 승리를 가져올 수는 없다. 아직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것은 아니지만, 토너먼트에서는 호날두에 대한 집중 견제가 더 강해진다. 함께 수비하고, 만들어가는 공격이 필요하다. 포르투갈이 3차전 이란전에서는 호날두와 함께 승리에 다가설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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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VS모로코 호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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