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메인포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메인포스터

▲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메인포스터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메인포스터 ⓒ UPI 코리아


01.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처음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극장가는 충격에 빠졌다. 1990년대 초반 영화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와 훌륭한 그래픽, 진짜 살아있는 듯한 공룡들의 움직임은 전에 본적 없는 장면들이었기 때문이다.

감독의 전작이었던 < E.T.>가 갖고 있던 흥행 기록을 깨고 월드와이드 전체 흥행 순위 1위를 차지하는 것은 물론, 국내에서도 서울 관객만으로 100만을 넘는 성적을 거둔 작품이었다. – 당시 국내에는 전국 집계를 할 만한 체계가 정착되지 못했다. – 흥행도 흥행이지만 이 작품이 추앙 받는 건, 영상 특수 효과의 표본임과 동시에 20세기 말 인류 영화사의 상징과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으로 인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최신 할리우드 영상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에 비하면 조악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감독은 그런 부분들까지도 카메라의 위치, 각도의 조절 및 동선의 구체화 작업을 통해 그 약점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 고심했고, 그 흔적들이 작품 곳곳에 역력하게 드러난다. 속편인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와 <쥬라기 공원 3>는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첫 작품 <쥬라기 공원 1>만큼은 여전히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02.
때문에,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이을 새 영화 <쥬라기 월드>가 제작된다는 소식이 처음 들렸을 때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했다. 2편과 3편이 처참하게 망가진 지도 오래, 지난 2005년에 이미 스티븐 스필버그가 <쥬라기 공원 4>(가제)를 개봉할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가 유니버셜의 반대로 무산된 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메이크 될 시리즈의 메가폰을 스티븐 스필버그가 아닌 콜린 트러보로우가 잡는다고 하니,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보자면, <쥬라기 월드>를 제작한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북미에서는 개봉 첫 날, 8200만 달러에 가까운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역대 3위의 오프닝 기록을 세웠고, 첫 주 주말에 월드와이드 5억 달러를 넘어서며 오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쥬라기 공원>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그동안 제작된 속편들 가운데는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 실제로 뚜껑을 열어본 작품은 과거의 팬들과 신규 관객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전작들에 대한 오마주를 가져가면서도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적응하고자 하는 노력을 담아낸 것이 <쥬라기 월드>였으니까. 물론 여기에는 <쥬라기 공원 3>가 개봉한 지난 2001년 이후, 15년 만의 복귀라는 점이 약간의 유예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 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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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은 그런 맥락 속에서 태어났다. 어쩌면, <쥬라기 공원> 2편과 3편의 혹평을 딛고 다시 시작한 <쥬라기 월드>의 속편으로써 상당히 무거운 책임감을 갖게 된 셈. 그러나 변수는 또 있었다. <쥬라기 월드>를 연출한 콜린 트러보로우 감독이 <스타워즈> 에피소드의 연출로 인해 시리즈를 떠나게 된 것. – 결과적으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제작사와의 의견 차이로 <스타워즈> 에피소드 감독직에서 하차한다. - 그렇지 않아도, <쥬라기 공원 3>가 시리즈 내에서 가장 낮은 평가, 수준 이하의 평가를 받는데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떠났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상황에서 이제 겨우 제 궤도에 오른 시리즈가 중도에 감독의 교체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뒤를 이어 감독직을 수락한 건, 스페인의 떠오르는 감독 중 하나인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 <오퍼나지 : 비밀의 계단>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고, <더 임파서블>과 <몬스터 콜>을 통해 작품성과 예술성까지 인정받기 시작한 사람이다.

04.
감독의 교체와는 무관하게 이번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은 자연스럽게 이전 시리즈의 뼈대를 이어받는다. 전작인 <쥬라기 월드>이후의 내용인 '쥬라기 월드'의 폐쇄 이후에 대한 이야기다. 테마파크가 폐쇄된 섬에서 화산 폭발 조짐이 보이자, 공룡의 멸종만은 막아보고자 오웬(크리스 프랫 역)과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역)가 섬으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어두운 세력 음모를 알게 된다. 그들은 공룡이라는 대상을 이용하는 일과 공존하는 일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반의 성공이다. 영화는 끊임없는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흥분시키지만, 이것이 작품의 스토리로부터 기인하는 서스펜스가 아닌, 단순한 시각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전작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큰 이유다.

이와 같은 평가를 얼마 전에 개봉한 <스타워즈 : 한 솔로>의 글에서도 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이는 감독의 역량 혹은 작품의 수준의 문제를 벗어난 영화 외적인 문제처럼 보인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공통점은 과거와 현재 사이에 존재하는 세월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원작의 팬들이 기대하는 바와 현재의 팬들이 기대하는 바 사이의 간극이 결코 완전한 성공을 거두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작품의 시선이 스토리가 아닌 서스펜스의 획득으로 옮겨지다 보니 극이 단순해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가 공룡에 대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시리즈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메시지를 던짐과 동시에 새로운 종(種) 앞에서 인류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 고민해왔다.

바로 지난 작품인 <쥬라기 월드 1> 역시 멸종된 대상을 현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마음대로 처분을 결정하는 등의 권리를 인간이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주된 소재로 하고 있기에 <쥬라기 공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에 부족한 점들이다.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영화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 스틸컷 ⓒ UPI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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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기는 하다. 극이 단순해진만큼 효과적이지 못해서 그렇지. 인간과 공룡, 두 대상의 생명 권리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 물음은 두 대상이 공존할 가능성을 0%에 수렴하는 순간 무의미한 것이 된다. 영화 속에서 오웬이 블루를 길들임으로 인해 인간과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정도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이 공존을 담보하는 것 역시 아니다.

질식하는 공룡을 보고 풀어주려던 클레어가 오웬의 경고를 듣고 포기하는 장면에서 이미 이 문제에 대한 결과는 도출된 셈이고, 의미를 잃은 셈이다. 이 상황에서 메이지(이사벨라 써먼 역)가 아무리 공룡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해 봤자 이상론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작품이 갖는 스토리의 빈약함은 결국 여기에서 감출 수 없게 되어버린다.

애초에 3부작으로 예정된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배경적 설정이 명확하지 못한 것 역시 문제다. - 명칭이 그렇다고 해서 <쥬라기 월드>가 전작인 <쥬라기 공원> 시리즈와 다른 것은 아니다. – 전작이었던 <쥬라기 월드>의 경우에는 공원 내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배경을 확장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렇지 않다. 멸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현재 파괴된 공원이 위치한 이슬라 누블라 섬 뿐만 아니라, <쥬라기 공원 2 : 잃어버린 세계>와 <쥬라기 공원 3>의 배경이 되는 이슬라 소르나 섬에 대한 이야기가 반드시 진행되어야만 했다.

이슬라 소르나 섬에 대한 상황을 확정 짓지 못한 상태에서는 이슬라 누블라의 공룡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제작사 측에서 이미 망한 시리즈 작품으로 알려진 <쥬라기 공원 2>와 <쥬라기 공원 3>와 거리를 두기 위함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중요한 지점이다.

06.
앞서 설명한대로,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섬의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흘러내리는 극 초반부의 시퀀스, 클레어와 프랭클린(저스티스 스미스 역)이 벙커 속에 갇혀 바리오닉스에게 위협받는 시퀀스, 후반부에서 록우드 저택에서 벌어지는 추격 시퀀스 등의 장면들이 선사하는 긴장감은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법하다.

이제 시리즈에서 남은 것은 단 한편. 그 마지막을 이상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갈지를 선택할 일만 남은 것 같다. 섬을 탈출하지 못하고 홀로 울부짖던 브라키오사우루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왜일까? 어쩐지 단순한 해피엔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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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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