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각 조의 1차전이 20일 오전 0시(이하 한국시간) 있었던 폴란드와 세네갈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종료됐다. 20일 오전 3시에 조별리그 2차전 경기를 가진 러시아와 이집트를 제외한 30개국은 한 번씩 상대와 자웅을 겨뤘다.

역시 월드컵이다. 이제 개막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 어떤 대회보다 다양한 색채의 팀이 맞붙는 월드컵인 만큼 흥미로운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16경기에서는 총 38골이 터졌는데,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1차전에서 나온 49골에 비하면 11골이나 부족하다. 그럼에도 열기는 지난 월드컵 못지않다. 

러시아 월드컵 초반이 뜨겁게 달궈진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이변'의 발생이다. 상대적 약팀이 강호를 잡는 이변이 조별리그 1차전부터 속출하면서 월드컵의 열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드디어 통한 이란의 축구

'이렇게 극적일수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예선 모로코 대 이란의 경기. 모로코의 아지즈 부아두즈의 자책골이 터지자, 이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렇게 극적일수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예선 모로코 대 이란의 경기. 모로코의 아지즈 부아두즈의 자책골이 터지자, 이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장 먼저 사고를 친 국가는 아시아 지역 예선 A조를 선두로 돌파한 이란이다. 8년 간 이란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지도력이 빛났다. 아시아 국가는 숨조차 쉬지 못하게 만드는 '질식 수비'를 바탕으로 치명적인 한 방을 장착한 이란의 전술이 월드컵에서도 통했다.

포르투갈, 스페인, 모로코와 함께 죽음의 B조에 배정된 이란은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여겨졌던 모로코를 1-0으로 제압했다. 지난 시즌 네덜란드 리그 도움왕 하킴 지예흐를 비롯한 모로코의 우수한 2선 자원들은 이란의 끈끈한 수비 덫에 걸렸다. 이란 선수들은 끈질긴 수비로 모로코 공격진의 최대 장점인 드리블을 무력화시켰다. 혼전 상황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슈팅을 저지했다.

이미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효과를 봤던 이란의 수비 전략이 이번에도 유효했다. 공격력도 소폭 상승한 모습이었다. 승리 과정에서 행운도 따랐다. 주포 사르다르 아즈문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서 무승부로 만족하는듯 했지만, 후반전 추가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아지즈 부아두즈의 자책골을 이끌어내며  웃었다.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돋보인 이란이었다.

모로코전 승리로 이란은 20년 만에 월드컵에서 승리를 거머쥐게 되었다. 승리의 최대 수훈장은 수장 케이로스다. 8년 동안 우직하게 밀고 온 강력한 '플랜 A'로 이란 축구의 역사를 다시 썼다. 스페인-포르투갈로 이어지는 매우 험난한 일정이 남아있지만, 호락호락하게 무너질 이란이 아니다. 브라질 땅에서 이란이 아르헨티나를 집어삼킬 뻔했던 기억을 잊어서는 안된다.

메시도 얼린 아이슬란드의 '혹한의 수비력'

아이슬란드의 도전은 더욱 강렬했다. 아이슬란드는 자신들의 월드컵 도전기 첫 페이지에 아르헨티나와 1-1 무승부라는 대이변이란 결과물을 새겼다. 이란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수비로 이변을 만들었다.

아이슬란드는 전반 19분 만에 세르히오 아게로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4분 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높은 집중력으로 동점골을 잡아냈다.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승점 1점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탁월한 신체조건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메시! 어디로 가려고? 아이슬란드 길피 시구르드슨(왼쪽부터), 호르더 맥너슨, 비르키르 브자르나손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

▲ 메시! 어디로 가려고? 아이슬란드 길피 시구르드슨(왼쪽부터), 호르더 맥너슨, 비르키르 브자르나손이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러시아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10)의 앞을 막아서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마저도 아이슬란드의 '혹한의 수비력'에 얼어버린 듯했다. 메시가 아이슬란드 골문을 향해 때린 무수한 슈팅은 번번이 수비의 방어에 걸렸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후반 19분 메시의 패널티킥 장면이었다. 본업이 영화감독인 하네스 할도르손은 메시의 패널티킥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전 세계 팬들의 전율을 자아냈다.

2018년 통계청 기준으로 인구 약 33만8000명의 소국 아이슬란드가 일을 냈다. 프로리그가 없는 자국 사정상 대부분 축구 선수 외 본업을 가지고 있는 아이슬란드가 만든 동화 같은 스토리에 팬들을 열광하고 있다. 이미 유로 2016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침몰시킨 아이슬란드의 영화 같은 반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독일을 침몰시킨 멕시코의 작은 기적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멕시코 로사노 첫 골 환호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 이르빙 로사노(22)가 첫 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멕시코가 F조 최강국을 가리는 경기에서 독일을 시종일관 압도하며 1-0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첫 경기부터 패하며 굴욕을 맛봤다.

멕시코의 승리는 작은 기적이다. 북중미의 최강자 멕시코는 충분히 독일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독일을 상대로 승리는 쉽사리 얻을 수 있는 수확물이 아니다. 독일은 부상으로 신음하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복귀하는 등 완전한 전력을 갖추고 대회에 돌입했다. 선수 개개인이 가진 능력이 워낙 탁월하고 월드컵에서 유독 강한 모습도 보여주는 국가다. 그 어떤 나라도 독일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 끝에 멕시코는 독일을 침몰시켰다. 독일 수비진의 전진성과 기동성이 떨어지는 중원 자원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이날 터진 유일한 득점이 멕시코의 준비성을 방증한다.

전반 35분 사미 케디라의 공을 거칠게 탈취한 멕시코의 수비수 엑토르 모레노는 곧장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공을 전달했다. 마츠 훔멜스가 자신을 막기 위해 전진하는 것을 눈치챈 에르난데스는 원터치 패스로 훔멜스를 따돌렸다. 주장 안드레스 콰르다도의 전진 패스를 받아 질주한 에르난데스는 왼쪽 패널티 박스로 진입하는 이르빙 로사노에게 패스를 했다.

왼쪽 풀백 조슈아 키미히가 비운 자리를 부랴부랴 독일의 공격형 미드필더 메수트 외질이 메웠지만 역부족이었다. 로사노는 외질을 제친 후 결정력을 발휘하며 선제 득점을 신고했다. 득점 장면 이외에도 멕시코는 경기 내내 비슷한 패턴으로 독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후반전에는 독일이 동점골을 위해 공격수를 총동원하기 전에 먼저 교체 카드를 활용해 견고한 수비라인을 구축하며 대응했다.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의 완벽한 승리였다.

멕시코 이외에도 작은 이변을 연출한 국가들이 있다. 유럽의 복병 스위스는 유력한 우승후보 브라질과 1-1로 비겼다. 필리페 쿠티뉴에게 선제 실점을 내줬음에도 일궈낸 값진 무승부였다.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일본과 콜롬비아의 경기 장면. 이날 일본은 2-1로 콜롬비아를 꺾고 1승을 올렸다.

2018 러시아 월드컵 H조 일본과 콜롬비아의 경기 장면. 이날 일본은 2-1로 콜롬비아를 꺾고 1승을 올렸다. ⓒ AP/연합뉴스


H조는 작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먼저 일본이 콜롬비아를 2-1로 꺾으며 첫 경기부터 환호했다. 콜롬비아가 전반 3분 만에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의 핸들링 파울로 퇴장과 동시에 패널티킥을 헌납하면서 자멸한 경향이 있지만, 수적 우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일본의 경기 운영도 칭찬 받아 마땅했다. H조의 다른 국가 세네갈은 톱시드 국가인 폴란드를 2-1로 잡으며 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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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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