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하면 지금도 회자되는 건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퍼포먼스다.

개막전에서 전 대회 우승국 프랑스를 물리치는 이변을 일으켰던 세네갈은 처음 출전한 월드컵 무대에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전력이 떨어지며 월드컵과 인연을 맺지 못한 세네갈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6년 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그때보다 한층 더 강해진 세네갈은 H조 조별리그 경기에서 폴란드를 2-1로 물리치며 화려한 월드컵 복귀전을 치렀다.

이에반해 폴란드는 그동안 개최국 러시아와 함께 1번 포트 팀 중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분류됐는데 세네갈전에서 보여준 폴란드의 모습은 실제로 그러했다. 특히 러시아가 약체라는 평가를 딛고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기에 더욱 대조되는 폴란드의 모습이었다. 앞으로 기본적으로 전력이 탄탄한 콜롬비아와 1승을 거둔 일본을 상대했을 때 우려가 나올 만한 경기를 펼친 폴란드는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측면과 중앙 막힌 폴란드, 준비 철저했던 세네갈

폴란드의 주된 공격은 측면과 중앙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 공격루트가 차단될 시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선수가 존재하지 않으면 답답한 공격전개를 보여준다.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폴란드의 공격이 바로 이러한 모습이었다. 폴란드의 중원은 크리호비악과 지엘린스키를 비롯해 밀리크가 나섰고 측면에는 그로시츠키와 브와치코프스키가 출전했다. 전방에는 주장인 레반도프스키가 출전한 폴란드는 중원과 측면의 선수들이 살아나야 활화산과 같은 공격이 터질 수 있었다.

하지만 세네갈 앞에서 폴란드의 장점이 발휘되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후방에서부터 매끄럽지 못한 빌드업에 양 풀백들의 활약 또한 저조했다. 이날 폴란드의 측면 풀백은 마치에이 리버스와 우카시 피슈첵이 나섰지만 기동력이나 오버래핑 등 공격적인 측면에서 윙 포워드들과의 연계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러다 보니 측면에서 2대1의 싸움에 놓일 수밖에 없었던 폴란드의 윙들은 세네갈의 기동력에 눌려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열린 세네갈과 폴란드의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네갈의 알프레드 은디아예를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열린 세네갈과 폴란드의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네갈의 알프레드 은디아예를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 EPA/연합뉴스


측면이 죽으면 중앙이 살아나야 했지만 폴란드의 중원은 이드리사 게예와 알프레드 은디아예가 포진한 중원을 상대로 압도하지 못했다. 기동력과 중원 장악력 모든 면에서 완패한 폴란드의 중원은 창의적인 공격이 나오지 못하면서 결국 레반도프스키의 활약까지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반해 세네갈은 전체적으로 팀의 간격과 수비시 뛰어난 조직력을 선보였다. 간격유지가 잘 되다 보니 폴란드의 측면과 중앙을 이용한 공격과 역습을 차단했다. 여기에 본선 전서부터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된 폴란드의 수비진을 상대로 스피드를 앞세운 역습으로 폴란드를 흔들면서 위협적인 모습을 만들었다. 전체적인 경기내용 면에서 세네갈이 폴란드를 상대로 준비를 상당히 잘한 경기로 평가할 수 있다.

폴란드에겐 운이 없었던 실점 장면

경기 스피드나 전술에서 세네갈에 밀리던 폴란드는 흐름을 완전히 세네갈에 내줬다. 사디오 마네를 기점으로 진행된 세네갈의 역습 과정에서 이드리사 게예의 중거리 슈팅이 폴란드 수비수 티아고 치오네크의 몸을 맞고 자책골로 연결되면서 더욱 그랬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아담 나와르카 감독은 3백 포메이션으로 바꿔 흐름을 가져가고자 했다. 하지만 이번엔 집중력 결여로 인해 실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15분 중원에서 크리호비악의 백패스를 세네갈의 음바예 니앙이 가로챘다. 니앙은 슈체츠니 골키퍼까지 제친 후 그대로 빈 골대에 골을 성공시키며 2-0으로 달아나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폴란드 선수들은 부상치료 차 나가 있던 니앙의 투입 시점을 두고 주심에게 항의하는 모습이었으나 폴란드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실점 상황에선 니앙의 투입된 시점을 논하기보단 무의미한 백패스를 시도한 크리호비악의 집중력 저하를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다. 바로 앞에 동료선수가 있었음에도 짦은 백패스가 아닌 긴 백패스를 시도하면서 문제를 야기했는데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와 판단미스가 아쉬웠다.

세네갈, 'AGAIN 2002' 보여주다

세네갈이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와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전이자 본선 첫 경기였던 프랑스전을 승리로 장식했던 세네갈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본선 첫 경기인 폴란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이로써 세네갈은 2002년에 이어 폴란드전 승리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3승을 기록했는데 모두 유럽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2002년 프랑스, 스웨덴전 승리).

세네갈이 폴란드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사디오 마네와 이스마일라 사르, 음바예 니앙을 중심으로 빠른 스피드를 통한 역습, 이드리사 게예와 알프레드 은디아예의 성실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 중원 장악을 비롯해 측면과 중앙,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연결해주는 폴란드와 대조적인 다양한 공격루트 제공에 탄탄한 조직력까지 보여주며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아프리카 팀 중 가장 강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특히 세네갈의 승리가 다행이었던 건 월드컵 개막 이후 아프리카 팀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아직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집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튀니지 모두가 패배를 기록하고 있던 상황에서 세네갈이 그 연패를 끊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던 승리였다.

이제 세네갈에게 남은 건 2002년과 마찬가지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일이다. 세네갈이 일본전을 승리할 경우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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