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한폭의 데칼코마니'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흐와 러시아의 로만 조브닌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 '너와 나 한폭의 데칼코마니' 19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A조 러시아와 이집트의 경기. 이집트의 모하메드 살라흐와 러시아의 로만 조브닌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월드컵의 역사를 돌아보면 개최 대륙의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다는 전통이 있다. 역대 총 20차례의 월드컵 본선에서 개최 대륙이 우승하지 못한 사례는 단 2회에 불과하다. 특히 유럽으로 범위를 좁히면 역대 10번의 유럽 월드컵에서 타 대륙의 국가가 우승한 경우는 1958년 스웨덴 대회의 브라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무려 60년전의 이야기다. 확률적으로 따지면 유럽대륙에서 열리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도 역시 유럽팀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가 된다.

어느덧 조별리그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예상대로 유럽국가들의 초반 강세가 두드러진다. 19일까지 각 조별로 1차전을 모두 완료한 가운데 유럽 국가들(14개국)의 성적 합산은 8승 4무 2패로 단연 압도적이다. 20일 개최국 러시아가 이집트를 꺾고 2연승으로 16강진출을 거의 확정지은 것을 포함하면 9승 4무 2패다.

1차전에 패배한 유럽팀은 지난 대회 월드컵 챔피언인 F조의 독일과 H조의 폴란드, 단 두 팀뿐이다. B조의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1차전에서 유일하게 유럽팀간의 격돌로 화제를 모았지만 팽팽한 접전 끝에 3-3 무승부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랑스, 벨기에, 덴마크,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은 모두 무난하게 첫 승을 신고했다.

유럽팀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스위스와 아이슬란드마저 각각 남미의 강호 브라질-아르헨티나와 무승부를 이끌어내는 이변을 연출했고 스웨덴도 한국을 제물로 첫 승을 신고했다. 전반적으로 유럽팀들의 전력이 평준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아프리카, 1승 4패로 저조... 북중미서는 멕시코만 자존심 세워

반면 전통적으로 월드컵에서 유럽의 강력한 대항마로 군림했던 남미(5개국)는 1차전에서 1승 2무 2패에 그치며 다소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남미를 대표하는 '양강'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각각 유럽팀에게 덜미를 잡히며 첫 경기에서 1-1 무승부에 그친게 뼈아팠다. 콜롬비아는 4년전 조별리그에서 완승을 거둔 일본에게 충격적인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페루는 덴마크에 패했으며 우루과이만 이집트를 상대로 고전끝에 막판 결승골로 간신히 신승했을 뿐이다.

아프리카(5개국)도 1승 4패로 저조하다. 2002년 이후 16년만에 월드컵 본선무대로 돌아온 H조의 세네갈이 폴란드를 상대로 유일하게 승리를 챙겼을뿐 이집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튀니지는 첫 경기에서 모두 패배의 쓴 맛을 봤다.

북중미(3개국)는 전통의 맹주 멕시코가 유일하게 자존심을 세웠다. 월드컵 6회 연속 16강 진출에 빛나는 멕시코는 첫 경기에서 월드컵 우승국 독일을 침몰시키는 이변을 연출하며 역시 '조별리그의 생존왕'다운 면모로 죽음의 F조를 더 큰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E조의 코스타리카와 G조의 파나마는 각각 유럽팀인 세르비아와 벨기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5개국, 호주 포함)는 지난 대회에 비하면 선방했다. 지난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참가대륙 중 유일하게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아시아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1차전에서만 2승 3패를 기록하며 벌써 지난 대회 성적을 뛰어넘었다.

이란은 모로코를 잡고 20년 만에 본선무대 승리를 신고했으며 일본은 콜롬비아를 꺾고 4년전 조별리그의 패배를 설욕했다. 또한 일본이 월드컵에서 남미팀을 제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과 일본은 상대의 막판 자책골(모로코)- 이른 퇴장과 페널티킥 허용(콜롬비아)같은 변수가 잇달아 발생하는 운도 누렸다. 호주는 비록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프랑스를 만나 패하기는 했지만 아시아 가맹국 중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한때 아시아를 대표하는 강호로 꼽혔던 사우디와 한국은 실망스러운 첫 경기를 보여주며 월드컵 출전 자격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사우디는 개막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무려 5골을 헌납하며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골 -최다점수차 패배를 기록하는 굴욕을 맛봤다. 아시아 국가중 월드컵 최다출전 기록을 자랑하는 한국도 유럽의 스웨덴을 상대로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시도하지 못하는 졸전 끝에 첫 패를 당하며 16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

골든부츠 경쟁, 유럽 선수들이 강세

비록 유럽의 초반 강세가 두드러지지만 이제 1경기씩을 치렀을뿐,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실제로 이번 대회의 특징은 몇몇 팀들을 제외하면 강팀과 약팀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고 있으며 예년에 비하여 이변이 더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독일과 폴란드는 멕시코와 세네갈에게 덜미를 잡히며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은 대회 초반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프랑스와 잉글랜드도 이기기는 했지만 각각 한 수아래로 꼽혔던 호주와 튀니지에게 예상밖의 악전고투를 치르며 내용상으로는 비기거나 패했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경기였다. 유럽의 강팀들도 약팀을 손쉽게 압도하는 모습은 예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한편 골든부츠(득점왕) 경쟁도 자연히 유럽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나란히 3골로 공동선두에 오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데니스 체리세프(러시아)를 비롯하여 디에고 코스타(스페인), 해리 케인(잉글랜드), 로멜로 루카쿠(벨기에), 아르템 주바(러시아. 이상 2골)에 이르기까지 득점 상위권을 초반 모두 유럽 출신들이 독식하고 있다.

비유럽 출신 득점왕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남미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네이마르(브라질), 라다멜 팔카오-하메스 로드리게스(이상 콜롬비아), 루이스 수아레스-에딘손 카바니(이상 우루과이) 아프리카의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아시아의 손흥민(한국) 등은 모두 아직 첫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는 확실한 스트라이커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패의 명암이 갈리는 경우가 더 뚜렷해진 분위기다. 본격적으로 16강행의 윤곽이 가려지게될 2차전에서 각국 해결사들의 활약 여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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