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화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 성하훈


지방선거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6월 10일,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김상화 집행위원장은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의 유세차 위에 올랐다. 부산지역 영화인을 대표해 오 후보에 대한 지지연설을 하기 위해서였다.

김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20년 동안 (부산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도시로 만들어왔는데, 한순간에 무너뜨린 어떤 아저씨가 있다"면서 "부산영화제와 부산문화예술인들을 어떻게 괴롭혀 왔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서병수 부산시장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이유 하나로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쫓아낸 일"을 강조하면서 "부산 문화예술인들이 민관이 함께 부산의 문화 예술을 일궈내는 협치를 실현해 내고 부산영화제를 새롭게 꾸릴 수 있도록" 오거돈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시의 지원을 받고 있는 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었지만, 지역 영화계를 대표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선거전에 뛰어들든 것이다. 다행히 지지했던 오거돈 후보가 당선되면서 난처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허리띠 졸라매는 국내 최대 청소년영화제

국내 최대 청소년 대상 영화제인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약칭 BIKY)가 19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폐막작과 주요 상영작을 발표했다. 13회를 맞는 올해 영화제는 오는 7월 11일 ~17일까지 7일간 55개국 175편을 상영한다. 이는 영화제 역사상 역대 최대규모다.

봄에 개최되는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 이어 여름에 개최되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는 가을의 부산국제영화제와 겨울에 부산독립영화제와 함께 부산에서 성장하고 있는 영화제 중 하나다. 지난 13년 동안 꾸준히 발전해 왔고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다수의 청소년 대상 영화제가 약화된 현재 제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영화제 기간 중 전국에서 모여든 어린이와 청소년들로 인해 영화의 전당 주변이 북적거린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빠듯하기 보다는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기 일쑤였다. 부산청소년영화제에도 서병수 시장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미쳤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이기도 한 김상화 위원장은 지난 2016년 이용관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쫓아낸 정기총회 당시 총회를 끝내지 않고 퇴장하는 서병수 시장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항의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수석 프로그래머를 맡고 있는 주유신 교수(현 영진위원) 역시 함께 나서면서 서울 영화인들의 걱정과 염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런 행동이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다른 행사들에 대한 부산시 지원 예산이 오를 때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예산은 동결됐다. 지난해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에서도 탈락했고, 올해도 지원을 요청하는 사업들이 많다보니 선정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175편이 상영되는 영화제를 4억 3천만 원으로 치러내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내 영화제에서 이 정도 작품이 상영되려면 10억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상의 어려움을 아는 해외 영화인들은 모두가 자비를 들여 영화제를 찾는다.

그럼에도 영화제측은 선거 결과와 관련 큰 기대는 갖지 않고 있다. 예산의 어려움을 드러내는 것 역시 조심스러워 한다. 맑고 순수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로서의 자존심 때문이기도 하다. 꿋꿋함을 잃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집행위원장은 예산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 채 "아이와 어른이 함께 느끼며 같이 즐거운 자리가 되는 영화제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며 "우리의 생활문화 자체가 교육이기에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교육적인 영화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인생에는 행복하지만은 않은 고비들이 있으나, 남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만 스스로의 아픔도 잘 돌보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영화제를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통해 '더불어 사는 세상' 강조

 13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포스터

13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포스터 ⓒ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올해 개막작은 이란의 중견 감독 모하메드 탈레비 감독의 작품 <꿈의 끝>으로 선정됐다. 아라쉬'라는 8살 소년이 어느 날 밤 몰래 할아버지의 말을 몰고 나갔다가 생긴 사고로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갖게 되고, 주변인들의 도움과 애정으로 극복한다는 내용이다. 서정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시각으로 아이들의 사회적 교육적 환경에 관심을 둔 영화들을 찍어온 감독이 한 소년의 성장담을 한 편의 서정적인 동화책처럼 풀어냈다.

폐막작은 나다 감독 뤽 피카드 의 <크로스 마이 하트>다. 이 작품은 프랑스령이었던 퀘벡의 민족주의적 분리 독립 움직임이 한창이던 1970년을 배경으로 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무력감과 청소년의 자기결정권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전체적으로 공동체의 갈등과 화합, 차별이 아닌 다름의 존중, 가족 간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을 다룬 가족영화들이 주로 상영된다. 자녀들과 부모들이 함께 보는 영화제가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특징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향한 가르침을 영화를 통해 구현하려는 것이다.

부산어린이청소년영화제 BI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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