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벼랑 끝에서 구했다.

잉글랜드는 19일 오전 3시(아래 한국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위치한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G조 1차전 튀니지와 맞대결에서 2-1로 승리했다. 잉글랜드는 다크호스로 손꼽힌 튀니지전을 승리로 가져가면서, 2차전(vs. 파나마)과 3차전(vs. 벨기에)에 대한 부담을 줄이게 됐다.

잉글랜드 역대 최연소 주장이자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한 케인의 원맨쇼였다. 케인은 자신의 생에 첫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멀티골을 쏘아 올렸다.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존 스톤스의 강력한 헤더가 모우에즈 하센 골키퍼 선방에 막힌 것을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두 번째 골은 극적이었다. 페르자니 사시의 페널티킥 골로 1-1 균형을 맞춰가던 후반 추가 시간, 케인이 천금 같은 역전골을 터뜨렸다. 코너킥 크로스가 해리 맥과이어의 머리를 거쳤고, 케인이 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잉글랜드 최연소 주장은 자신의 월드컵 데뷔전에서 멀티골과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18년 6월 18일(현지 시간), 튀니지와 잉글랜드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2018년 6월 18일(현지 시간), 튀니지와 잉글랜드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선수가 결승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 이번에는 '명가' 될 수 있나

잉글랜드는 케인의 멀티골을 앞세워 귀중한 승점 3점을 챙겼다. 그러나 마음껏 웃을 수 없었다. '종가'의 경기력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잉글랜드는 에당 아자르와 케빈 데 브라이너, 로멜루 루카쿠 등 황금세대를 앞세운 벨기에와 치열한 조 1위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튀니지전 극적인 역전승은 반갑지만, 크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극적으로 마무리했다는 것이 다소 아쉽다. 최종전인 벨기에와 맞대결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다면, 골득실이나 다득점에서 순위가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전반 11분까지만 해도 잉글랜드의 경기력은 놀라웠다. 케인과 라힘 스털링, 제시 린가드, 델레 알리 등 젊은 재능들을 앞세운 종가의 공격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전반 2분 만에 린가드의 슈팅이 튀니지 골문을 위협했고, 3분 뒤 스털링의 슈팅은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젊은 재능들이 기선제압에 성공하면서, 전반 11분 만에 선제골도 나올 수 있었다.

문제는 이후였다. '우리가 알던 잉글랜드가 매력적인 팀으로 바뀌었구나' 생각하던 찰나, '잘 아는 잉글랜드'가 등장했다. 볼 소유는 하지만, 공격에는 날카로움이 없었다. 초반에 보인 빠른 공격 속도는 자취를 감췄고, 섬세하고 창의적인 패스는 모조리 수비에 막혔다. 공격진의 호흡은 점점 불협화음을 냈다. 

후반 23분, 마커스 래쉬포드를 투입해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과감한 패스와 침투로 기회를 만들려는 시도가 늘었지만, 튀니지 골문을 위협할만한 슈팅은 나오지 않았다. 튀니지의 세트피스 수비가 허술했기 망정이지, 벨기에와 같은 우승권팀과 경기였다면 득점이 가능했을지 의문이었다.

잉글랜드는 중원과 수비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공격과 수비가 따로 분리된 느낌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수 간격은 눈에 띄게 벌어졌다. 중원에서 패스가 끊겨 위협적인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있었다. 스리백 수비의 한 축을 담당한 카일 워커는 불필요한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는 아쉬움도 남겼다.

잉글랜드는 명예회복이 절실한 팀이다. 이제는 '축구 종가'란 이유만으로 우승 후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당장 지난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코스타리카와 우루과이, 이탈리아 등 만만찮은 팀들과 한 조에 속하기도 했지만, 1무 2패의 성적으로 탈락한 것은 큰 충격이었다.

축구 종가의 우승은 단 한 차례뿐이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이었다. 무려 52년 전의 일이다.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고, 세계 최고의 리그를 보유했지만 월드컵과는 매번 거리가 멀었다.

이제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케인과 알리, 린가드, 스털링 등 젊은 재능을 중심으로 새로이 거듭나길 다짐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만큼 흐름만 타면 걷잡을 수 없이 올라설 수 있다. 특히 첫 경기에서도 드러났다시피 마이클 오언 이후 아쉬웠던 확실한 골게터를 보유했다.

잉글랜드가 튀니지전에서 드러낸 문제점을 보완해 남은 경기에서는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러시아 월드컵 종가의 목표는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잉글랜드VS튀니지 해리 케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