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는 경기에 장현수(왼쪽)와 황희찬이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6.18

▲ 아쉬움 남는 경기에 장현수(왼쪽)와 황희찬이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0대1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2018.6.18 ⓒ 연합뉴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시아팀들의 초반 성적표는 저조하다. 이란만 유일하게 1승을 거뒀을뿐, AFC 가맹국 자격으로 출전한 한국, 사우디, 호주는 나란히 첫 경기에서 패배의 아픔을 맛봤다. 특히 사우디는 개막전에서부터 개최국 러시아에게 0-5로 참패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현재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골-최다점수 차 기록이다.

예년보다 이변의 확률이 높아졌고 강팀과 약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번 월드컵에서도 아시아 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승리한 이란도 아프리카의 모로코를 상대로 내내 열세를 보이다가 경기 막판 상대 자책골로 얻어낸 행운의 승리에 가까웠다. 이란은 남은 상대가 유럽의 강호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라 아직도 16강 진출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 비교적 무난한 H조

'이렇게 극적일수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예선 모로코 대 이란의 경기. 모로코의 아지즈 부아두즈의 자책골이 터지자, 이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렇게 극적일수가' 15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B조 예선 모로코 대 이란의 경기. 모로코의 아지즈 부아두즈의 자책골이 터지자, 이란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시아 팀들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4개국(한국, 이란, 일본, 호주)가 출전해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아시아 팀들이 단 한 팀이라도 조별리그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아시아 팀들이 경쟁력을 보이지 못할수록 '아시아가 월드컵의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게 사실이다.

이제 아시아 팀의 마지막 주자인 일본의 운명에 시선이 쏠린다. 콜롬비아, 세네갈, 폴란드 등과 함께 H조에 속한 일본은 19일 오후 9시(한국시각)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콜롬비아와 조별리그 1차전을 앞두고 있다.

일본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6회 연속 본선무대를 밟고 있는 아시아의 월드컵 단골손님이다. 2002년과 2010년에는 16강까지 오르며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세우기도 했다. 묘하게도 일본은 최근 20년간 한국과 월드컵 본선 성적의 사이클이 비슷했다. 한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일본도 통과했고, 일본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면 한국도 함께 탈락하는 패턴이었다.

직접 월드컵 본선무대에서 맞붙을 일은 없었지만 아시아 축구의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항상 월드컵에서 최소한 더 나은 성적을 올려야한다는 은근한 경쟁심리가 작동하곤 했다.

일본은 그나마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아시아 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해볼만한 조편 성을 받았다는 평가였다. 일본이 속한 H조는 유일하게 월드컵 우승국이 한 팀도 속해 있지 않은 조다. 절대약자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페인이나 브라질같은 강력한 우승후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평가다. 독일-멕시코-스웨덴 등과 함께 죽음의 F조에 속한 한국과는 조추첨에서 마지막까지 남았다가 희비가 엇갈리며 국내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국은 지난 18일 열린 F조 첫 경기에서 스웨덴에 0-1로 아쉽게 패하며 첫 승에 실패했다.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는 1998년 프랑스대회 멕시코전(1-3)이후 20년 만에 당한 첫 패배다. 남은 상대가 멕시코와 독일이라 한국으로서는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미 강호 콜롬비아와 첫 경기, 승리 가능성은

일본으로서도 첫 경기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첫 상대인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는 일본에게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준 팀이기도 하다. 당시 콜롬비아는 일찌감치 2연승으로 16강행을 확정 지은 상황에서 1.5군을 출장시키는 여유를 보였고, 1무 1패로 벼랑 끝에 몰려있던 일본은 베스트멤버를 총가동했으나 결과는 1-4로 일본의 완패였다. 콜롬비아는 이 대회에서 8강까지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객관적 전력에선 콜롬비아의 우세가 점쳐진다. 일본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1위, 콜롬비아는 16위다. 상대 전적에서도 콜롬비아가 2승1무로 앞서 있다. 참고로 한국은 지난해 홈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정예멤버가 출전한 콜롬비아를 2-1로 제압했던 기억이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의 분위기는 한국과도 비슷한 면이 많다. 바로 자국 대표팀의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대단히 낮고 월드컵 열기도 예년에 비해 미적지근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전임 슈틸리케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이후 신태용 감독이 간신히 본선티켓을 따냈지만 저조한 경기력과 팀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일본은 월드컵을 코앞에 둔 지난 4월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다. 평가전에서의 부진, 일부 대표 선수들과 축구협회와의 불화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보통 4년주기로 열리는 월드컵에서 1감독-1월드컵 체제를 고수하던 일본으로서는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감독경질의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지휘봉을 잡은 니시노 아키라 감독의 팀 운영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J리그의 명장 출신으로 최근까지 대표팀 기술위원장을 역임하던 아키라 감독은 할릴호지치 감독의 뒤를 이어 급하게 일본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으나 지도자로서 현장공백기만 3년이 넘은데다 월드컵 무대를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냈다.

'아저씨 재팬'이라는 별명... 베테랑 축구 통할까

니시노 감독이 월드컵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생겨난 일본대표팀의 새로운 별명이 바로 '아저씨 재팬'이다. 할릴호지치 감독 시절 홀대받던 혼다 게이스케, 오카자키 신지, 카가와 신지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복귀하며 팀컬러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대표팀의 평균연령은 28.17세로 역대 월드컵에 나서는 일본의 자국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다. 아저씨 재팬이라는 별명은 그만큼 익숙한 얼굴들, 예상가능한 선수들만 발탁했다는 점에서 4년전 한국대표팀이 '의리축구' 논란에 휘말렸을때와 비슷하게 부정적인 어감이 강하다.

당시 한국이 너무 어린 선수들 위주로 라인업을 꾸려서 논란이 됐다면, 현재의 일본은 정반대로 노장 선수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30대를 넘긴 선수만 7명이다. 일본의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은 아저씨 재팬의 문제점을 '과거로의 퇴행'으로 보고 있다. 혼다와 가가와 등은 모두 전성기가 지난 멤버들이고 이들을 전술의 중심으로 한 '일본식 패스축구'의 한계는 이미 지난 월드컵을 통해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할릴호지치 전 감독이 일본의 약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피지컬 중심의 직선적인 축구를 도입하려고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못했고 일본은 결국 월드컵을 앞두고 익숙하고 안전한 스타일로 회귀하는 길을 택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발탁했던 젊은 피들은 니시노 감독으로 지휘봉이 바뀌면서 대거 외면받았다.

일본은 월드컵을 앞두고 파라과이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4-2로 승리했지만 간판 공격수 오카자키 신지가 부상을 당하여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오카자키는 현재 일본 대표팀 최다득점자(113경기 50골)까지 지난 브라질대회 콜롬비아전에서 유일하게 골을 넣은 경험이 있는 선수였다. 여러모로 콜롬비아전에서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되는 이유다. 한국 팬들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라이벌 일본의 운명을 흥미롭게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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