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청소년(U19) 대표팀 선수들

한국 여자배구 청소년(U19) 대표팀 선수들 ⓒ 아시아배구연맹


마지막 경기에서 가장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그래서 더 아쉬움이 남는 대회였다.

한국 여자배구 청소년(U19) 대표팀이 지난 10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18 여자배구 U19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5위로 마감했다. 지난 2016년 대회와 똑같은 순위다. 그에 따라 2위까지 주어지는 2019년 U20(청소년) 세계선수권 대회 출전권 획득에 실패했다.

한국은 대회 마지막 날인 17일 베트남과 5-6위 결정전에서 세트 스코어 3-0(25-17, 25-16, 25-23)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주최국이자 중국, 일본, 태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된 아시아 신흥 강호다. 한국은 직전 대회인 2016년 U19 아시아선수권에서 5위에 그쳤다. 때문에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B조에 자동 편성됐다.

한국은 이날 경기에서 고교 3학년 정지윤과 2학년 정호영의 쌍포가 빛을 발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다. 레프트 정지윤이 17득점, 정호영이 라이트와 센터를 오가며 16득점을 기록했다. 두 선수가 33득점을 합작했다. 공격성공률도 정호영이 55.5%, 정지윤이 53.5%로 준수했다. 이어 센터 이주아 7득점, 레프트 박혜민이 5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유망주 대거 포함... 첫 출발 부진·선수 운용 아쉬움

한국은 이번 대회에 고교 유망주들이 대거 포함되면서 결승 진출에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초반에 불안한 출발을 하면서 고전을 거듭했다. 지난 10일 대만과 첫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석패한 여파가 컸다. 이후에도 좀처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았다. 어린 선수들의 특성상 초반 출발이 꼬이면서 더욱 위축됐다.

세터들의 레프트 공격수에 편중된 볼 배급과 단조로운 경기 운영, 리베로의 수비 불안도 부진이 계속된 이유였다. 감독의 선수 기용과 활용 면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8강전에서 강호 중국을 만나 0-3으로 패하면서 5-8위전으로 밀려 났다. 이날 경기도 비록 완패를 했지만, 넘지 못할 산은 아니었다. 매 세트 중반까지 앞서가다 막판에 역전패를 당했다.

세터들이 높이가 낮은 레프트에 편중된 경기 운영을 하면서 막판 고비에서 중국의 장신 벽과 고공 공격에 무너졌다. 이후 5-8위전에서는 한결 향상된 경기력을 보였지만, 이미 세계선수권 티켓과는 멀어진 뒤였다.

주전 평균신장 '190cm', 우승 팀보다 부러운 '중국 장신 군단'

 중국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왼쪽부터 5번 자오뎬(193cm), 11번 쑨옌(187cm), 2번 처원한(193cm) 선수

중국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왼쪽부터 5번 자오뎬(193cm), 11번 쑨옌(187cm), 2번 처원한(193cm) 선수 ⓒ 아시아배구연맹


이번 대회 우승은 일본이 차지했다. 일본은 결승전에서 중국에게 3-0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특유의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의 짜임새가 참가국 중에서 가장 완벽했다. 특히 이번 대회 MVP를 수상한 세터 소노다(161cm)는 탁월한 토스워크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중국의 '어린 장신 군단'은 더욱 인상 깊었다.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성인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일본은 단신의 한계가 분명하다. 아무리 수비 조직력이 뛰어나도 중국, 유럽, 남미의 장신 군단 앞에서는 약한 면모를 보인다. 반면 중국은 장신화의 위력으로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번 중국 청소년 대표팀의 면면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12명 엔트리 전체의 평균신장이 185cm나 됐다. 특히 리베로를 제외한, 주전 선수 6명의 평균신장은 190cm에 달했다. 19세 이하로만 구성된 청소년 대표팀인데도 세계 강호들의 성인 대표팀 주전 평균신장보다 높다.

중국 청소년 대표팀의 주전 선수 신장을 살펴보면, 레프트 처원한 193cm, 쑨뤄칭 188cm, 라이트 쉬루야오 192cm, 센터 자오뎬 193cm, 량웨이판 186cm, 세터 쑨옌이 187cm다. 리베로 니페이판도 177cm에 달했다.

중국이 청소년 대표팀부터 철저하게 장신 유망주 육성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이번 대회에서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한국 여자배구도 성인 대표팀의 경우에는 주전 선수 평균신장이 중국, 러시아를 제외하고 세계 강호들과 비교해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중국은 청소년 대표팀마저 한국 성인 대표팀보다 주전 선수 평균신장이 최소 6cm 이상 높다.

중국 대표팀, 성적보다 '어린 장신 선수 육성' 총력

 일본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왼쪽부터 6번 히라야먀(178cm), 13번 소노다(161cm), 5번 요시다(174cm) 선수

일본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왼쪽부터 6번 히라야먀(178cm), 13번 소노다(161cm), 5번 요시다(174cm) 선수 ⓒ 아시아배구연맹


사실 중국 청소년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장신 군단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준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고전한 경기가 적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도 일본에 0-3, 태국에 2-3으로 2패를 당하며 A조 3위에 그쳤다.

중국 장신 선수들이 고전한 이유는 아직 어린데다, 몸 상태와 경기력을 만들어가는 시작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서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가면서 어느 시점에는 무서운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국의 성인 대표팀 선수들이 대부분 그런 코스를 밟아왔기 때문이다. 중국은 당장의 성적보다 그 점에 방점을 두고 청소년 대표팀을 구성한 것이다.

단순히 15억 인구에서 나오는 자원의 풍부함만으로는 세계 최강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장신 선수가 유리한 농구 등 다른 종목에서 중국은 세계 최강과 한참 거리가 멀다. 유럽과 남미에도 장신 선수는 많다. 그러나 중국 여자배구는 다르다. 랑핑 감독의 주도 아래 장신 유망주의 조기 국가대표 발탁과 육성에 매우 적극적이고 치밀하다.

이번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에서도 중국은 도쿄 올림픽을 목표로 주전급 선수를 고루 활용하면서 장신 유망주 경험 쌓기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성적에 급급해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장신 선수를 완성형 선수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조기에 국가대표팀 체제에 끌어들여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아울러 꾸준함과 인내가 필요하다. 중국 여자배구는 그 점을 가장 잘 알고, 잘 실천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세계 최강으로 올라선 비결임은 물론이다.

한국 대표팀도 올해부터는 어린 장신 유망주를 성인 국가대표팀에 발탁해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네이션스 리그에 이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출전 엔트리 14명 중에 정호영(190cm·라이트), 박은진(188cm·센터), 이주아(186cm·센터)가 포함됐다. 현재 고교 유망주 중 육성 필요성과 성장 가능성 면에서 주목받는 3인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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