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조 포르투갈 vs. 모로코 20일 오후 9시] 호날두의 원맨쇼 계속 될까

 호날두가 스페인전에서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모로코 정도는 어렵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

호날두가 스페인전에서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모로코 정도는 어렵지 않게 요리할 수 있다. ⓒ 러시아월드컵 홈페이지 화면캡처


축구의 신이 무적함대를 상대로 보인 원맨쇼. 스페인은 대회 개막 이틀 전에 감독이 교체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와 칠레에게 덜미를 잡히며 쓸쓸히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무기력한 스페인은 없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그토록 뛰어난 경기내용을 보여 주고도 첫 경기에서 승점 3점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반대편에 '축구의 신'에 빙의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출전한 지난 3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골을 기록했던 호날두는 자신의 네 번째 월드컵 첫 경기에서 한 경기 세 골을 몰아 넣었다. 비록 두 번째 골은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맨유)의 실수가 동반됐지만 후반 종료 직전에 넣은 3번째 프리킥 골은 그야말로 호날두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환상적인 골이었다. 덕분에 포르투갈은 최상의 경기를 펼친 스페인을 상대로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모로코는 중동의 절대강자 이란을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가 후반 추가시간 아지즈 부하두즈(상파울리)의 자책골로 0-1로 패하고 말았다. 볼 점유율에서 64-36, 패스 성공률에서 86-66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지만 역시 축구는 골이 나오지 않으면 승리를 가져갈 수 없는 스포츠다. 유럽의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만나야 하는 모로코로서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포르투갈은 지난 스페인전에서 모두가 호날두만 바라보고 있었다. 포르투갈의 이번 대회 목표가 '호날두에게 팀의 운명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면 모로코전에서는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모로코 역시 포르투갈에게 승점 3점을 헌납한다면 조별리그 탈락이 사실상 확정된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두 팀의 대결인 만큼 서로 적극적인 공세로 나온다면 의외로 많은 골이 나올 수도 있는 경기다.

[A조 우루과이vs. 사우디 21일 오전 0시] 침묵의 투톱, 사우디전서 터질까

 우루과이에게 승점 3점을 안긴 선수는 수아레스도,카바니도 아닌 최종 수비수 히메네스였다.

우루과이에게 승점 3점을 안긴 선수는 수아레스도,카바니도 아닌 최종 수비수 히메네스였다. ⓒ 러시아월드컵 홈페이지 화면캡처


고전 끝에 챙긴 1승이었다. 우루과이는 지난 15일 이집트와의 첫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결장했음에도 후반 늦은 시간까지 이집트의 밀집수비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반 44분 우루과이를 구한 호세 히메네스(A마드리드)의 결정적인 헤더골이 없었다면 A조는 커다란 혼전양상에 빠졌을 것이다. 히메네스의 골은 피지컬이 좋은 센터백이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좋은 예였다.

이제는 공격진이 풀어야 한다. '월드클래스 투톱' 루이스 수아레스(FC바르셀로나)와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는 이집트전에서 많은 기회를 잡았지만 끝내 골문을 흔들지 못했다. 아무리 이집트 수비에게 집중마크를 당했다곤 하지만 수아레스와 카바니가 상대의 집중수비를 받는 것은 소속팀에서도 매우 익숙한 일이다. 이번 대회 우루과이의 성적을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만만한 사우디를 상대로 우루과이의 투톱이 골 맛을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스트라이커였던 앨런 시어러는 러시아와 사우디의 개막전이 끝난 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월드컵에 나올 자격이 없는 팀"이라고 혹평했다. 아시아 4개국 가운데 가장 '꿀조'에 속했다는 평가가 무색한 졸전이었다. 그만큼 개막전에서 보여준 사우디의 경기력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사우디 축구협회에서는 이미 '개막전에서 부진했던 몇몇 선수를 징계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선수단에 충격요법을 던지기도 했다.

2002 월드컵 첫 경기에서 독일에 8골을 내줬던 사우디는 이후 카메룬에게 1골, 아일랜드에게 3골을 내주며 3패로 탈락했다. 그만큼 사우디는 첫 경기에서 대패를 당하고 위축되면 나머지 경기에서도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 이미 골득실에서 -5를 안고 출발한 사우디가 16강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은 연승뿐이다. 하지만 대반전을 기대하기에 우루과이는 너무 강한 상대다.

[B조 스페인 vs. 이란 21일 오전 3시] 중동 수비축구, '무적함대'에 도전장

 월드컵 본선으로 감독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이에로 감독은 이란을 제물로 감독 데뷔 첫 승을 노린다

월드컵 본선으로 감독 데뷔전을 치르고 있는 이에로 감독은 이란을 제물로 감독 데뷔 첫 승을 노린다 ⓒ 러시아월드컵 홈페이지 화면캡처


스페인은 대회 개막을 불과 이틀 앞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대표팀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 협상을 했다는 이유였다. 아무리 스페인에 경험 많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해도 출항 직전 선장을 잃은 무적함대에 미칠 악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게다가 첫 상대는 슈퍼스타 호날두가 속해 있는 유로2016 우승팀 포르투갈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은 포르투갈과의 첫 경기에서 슈팅 12-8, 유효슈팅 5-3, 볼 점유율 61-39, 패스 성공률 93-87로 앞서며 지극히 '스페인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물론 내용상 포르투갈을 압도하고도 승점 3점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호날두가 그렇게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그림은 스페인의 계산에도 없었을 것이다. 월드컵 본선 경기로 감독 데뷔전을 치른 페르난도 이에로 감독도 어수선한 대표팀 분위기를 잘 수습했다는 평가.

이란은 모로코와의 첫 경기에서 내용으로는 밀렸지만 결과로는 승리하는 매우 실리적인(?) 축구를 하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있는 '죽음의 조'에서 초반1위로 치고 올라갔다. 비록 골은 이란 선수가 아닌 상대 선수가 기록했지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미국전에 이어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무대 승리를 따낸 이란의 기세는 한껏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아마 이란 대표팀 내에서는 스페인과도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을 것이다.

모로코라는 첫 번째 관문을 넘긴 이란은 승점 3점을 확보해 둔 만큼 남은 두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사상 첫 조별리그 통과에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남은 상대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다. 섣부르게 전진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마냥 수비에만 신경 쓰다간 오히려 스페인에게 대량 실점을 허용할 수도 있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기도 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실리축구가 '무적함대' 스페인에게도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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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프리뷰 포르투갈 우루과이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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