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희


6월 17일 새벽, 밤새 달린 기차로 모스크바에 도착했습니다. 친구를 만나서, 그녀의 너무도 예쁜 집에 짐을 풀고 모스크바 시내 관광에 나섰어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17일 모스크바에서 우리 조의 다른 팀들인 독일과 멕시코의 경기가 있었어요. 표를 구할 수만 있었으면 경기장에 갔을텐데, 안타깝게도 이번 경기는 워낙 빅매치라 일찍부터 매진이었어요.

친구랑 모스크바 국립 발레단의 우아하고도 다이내믹 했던 <백조의 호수>를 보고 나왔더니, 경기장에서 철수한 양국의 응원단이 붉은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네요. 경기 결과는, 너무나 의외로 '독일'의 패배!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우승 후보였던 독일인데 말입니다. 역시, 축구는 모를 일이예요!

ⓒ 이창희


길에서 만나는 멕시코 응원단의 얼굴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부러웠어요! 그들에게 축하의 박수와 응원의 하이파이브를 보내며 걷다 보니 근사한 식당이 보이길래 자리를 잡았습니다. 근데, 이럴 수가!

'독일은 이쪽, 멕시코는 이쪽으로!'

식당 중간쯤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간이 벽이 있더라고요. 그 벽을 중심으로 한쪽에는 주변의 사람들과 한껏 축하를 나누는 멕시코 응원단이 앉아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심각한 얼굴로 메뉴를 정하는 독일 응원단이 앉아 있네요. 아마 경기장에서 지하철을 타고 나오면 이 광장을 거쳐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만, 공간의 긴장감은 놀랍기만 하네요. 이것도, 월드컵 현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장면이겠죠?

ⓒ 이창희


게다가, 6월 18일은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를 응원하러 니즈니 노브고로드로 이동하는 중인데요. 팬들에게 제공되는 무료 열차의 한 칸에 있는 네 개의 침대가, 스웨덴 팬 두 명과 저를 포함한 한국 팬 두 명으로 채워졌습니다. 이것도 미묘한 분위기예요. 일단은, 서로의 행운을 기원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잘 자요. 우리 모두의 행운을 기원하며, 좋은 꿈 꾸시죠!'

곧,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이제 막 아침이 되었고, 기차는 결전의 장소에 도착하는 중입니다. 대한민국,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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