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생각에 잠긴 신태용 감독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2018.6.17

▲ [월드컵] 생각에 잠긴 신태용 감독 (니즈니노브고로드=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 스웨덴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2018.6.17 ⓒ 연합뉴스


지난 9개월 간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신태용호가 과연 대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국가대표팀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스웨덴과 경기가 18일 오후 9시(한국 시각) 열린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와 400km 떨어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이 결전의 장소다.

이날 경기는 신태용 감독의 운명을 결정할 한 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신태용 감독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이후 한 달은 '믿음의 시기'였다. 성남 일화 감독 시절 거뒀던 강렬한 성공과 올림픽 대표팀·U-20 대표팀 수장으로 보여줬던 능력에 기인한 신뢰였다.

아쉽게도 신뢰는 단숨에 무너졌다. 지난해 8월 31일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이란과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9차전 경기부터 시작됐다. 무려 6만 명이 넘는 대관중이 운집한 신태용 감독의 데뷔전에서 한국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후반전 초반 상대 미드필더 세이드 에자톨라이의 퇴장에도 불구하고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며 0-0 무승부에 그쳤다.

이어진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전에서도 한 골도 넣지 못하며 0-0으로 비긴 신태용호는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는 조롱을 당했다. 그래도 국민들의 지지를 기대했던 신태용 감독 앞에는 '히딩크 사태'라는 거대한 파도가 들이닥쳤다. "한국 대표팀을 맡을 의사가 있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의 말은 국민들은 요동쳤다. 결과적으로 전설적인 감독 히딩크 대신 신태용 감독 체제가 이어졌고, 하루 아침에 신태용 감독은 축구협회의 비호 아래에 있는 '적폐'로 돌변했다.

이란과 경기부터 시작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신태용 감독 지휘 아래 치러진 A매치 경기 중 속 시원한 경기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약체 라트비아에게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월드컵 레벨의 유럽 팀과 경기에서 대부분 패배했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있었던 콜롬비아전 승리와 일본을 4-1로 대파한 경기만이 좋은 기억이다.

신태용 감독의 인터뷰도 논란이 됐다. 연속되는 부진으로 불안감을 느낀 국민들과 계속해서 자신감을 피력하는 신태용 감독 사이에 큰 거리감이 발생했다. 특히 최근 있었던 볼리비아전 졸전 이후 '트릭' 발언은 틀어진 관계에 결정타였다. 거대한 의구심 아래 스웨덴을 만나게 된 신태용 감독이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한 경기

계속되는 대표팀의 부진으로 이번 월드컵을 향한 국민들의 관심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하다. 그나마 관심을 가지는 팬들도 대표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자업자득인 측면이 크지만 객관적으로 역대 그 어느 대표팀보다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신태용호다.

일단 21세기에 참가한 월드컵 중 가장 어려운 조에 편성된 한국이다. 지난 밤 1차전 경기를 치른 독일과 멕시코에게 월드컵 16강은 '기본값'이다. 한국의 첫 상대 스웨덴은 유럽 지역 예선에서 이탈리아를 침몰 시킨 난적 중의 난적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조에 위치한 한국은 부상 악령에 신음했다. 월드컵 참가가 유력했던 주력 선수가 부상으로 대거 이탈했다. 수비수 김민재를 시작으로 베테랑 염기훈과 이근호, 신태용호의 전술적인 열쇠였던 권창훈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마지막까지 코칭스태프가 기다렸던 김진수 카드도 불발됐다.

악재의 연속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하나다. 스웨덴전에서 승리만 거둘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 신태용호를 향한 9개월 간의 의심은 스웨덴전 단 한 경기를 통해 반전 시킬 수 있다.

한국의 지난 9번의 월드컵 도전기에서 챙긴 승수는 단 5승에 불과하다. 특수한 환경에 있었던 2002년 대회를 제외하면 승리 횟수는 2회로 급감한다. 여기에 2006년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만들어 낸 토고전 승리를 제외하면 허정무 감독의 2010년 그리스전 2-0 승리만 남는다.

월드컵 본선에서 국내 감독이 지휘했던 21경기 중 승리는 단 1회에 불과하다. 통계적으로 단순히 보면 한국 감독이 월드컵에서 승리할 확률은 5%도 되지 못한다. 박지성을 필두로 한 '쌍박양용' 정도 만이 한국 감독의 승리를 만들었다.

그만큼 신태용호의 스웨덴전 승리는 어려운 미션이다. 대신 승리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이어졌던 일련의 평가전 패배는 본선을 위한 밑거름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월드컵 본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내린 슈틸리케 경질이란 선택은 '신의 한수'가 될 것이다. 나아가 스웨던전 승리로 인해 신태용 감독의 감독 커리어 전체는 찬란한 한국 축구의 역사가 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스웨덴전에서 원하는 결과를 쟁취하지 못하면 신태용 감독은 추락을 피할 수 없다. 지난 9개월 간의 의심은 확증의 화살이 되어 신태용 감독을 향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4년 전에 경험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로 당시 감독이었던 홍명보는 비난의 소용돌이에 갇혔다.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전설 홍명보의 명성도 무너뜨린 자리다. 불행히도 신태용 감독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해서 '정상참작'이 될 것 같지 않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축구 커리어 전체를 걸었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에서 실패하면 받게 될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신태용 감독 말마따나 승리를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평가전에서 선수들 등번호를 바꾸고 세네갈전의 경우 내용 자체를 비공개를 할 정도로 간절하게 준비를 했다.

남은 건 이제 결과다. 심판의 첫 휘슬이 울린 90분 후 한국 대표팀과 신태용 감독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스웨덴전에 신태용 감독의 모든 것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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