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정부가 보도를 어느 정도 명령할 수 있다 생각하니, 그 때문에 언론에 대한 믿음이 없어졌잖아요."

출발은 '기레기'의 연원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많이 취재했고, 세월호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는 독일 ARD 안톤 슐츠 기자의 지적은 응당 대한민국 언론이 받아들여야 할 낙인일 것이다. 17일 첫 방송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그렇게 대한민국 기레기의 현재를 들춰냈다.

패널인 정준희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겸임교수가 소개한 조사 결과 역시 이를 뒷받침했다. 2017년 영국의 로이터 저널리즘 재단의 언론 신뢰도 조사가 그랬다. 이 조사에서 단 23%의 한국인만 자국의 언론을 신뢰한다고 밝혀, 한국은 조사국 36개국 중에 36위로 꼴찌를 기록했다. 또 퓨 리서치 센터의 뉴스 정확도 순위에서도 한국 언론은 38위로 최하위 수준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급전직하한 언론 신뢰도에 대한 지적은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문제는 그렇게 버틴 '기레기'들이 여전히 이 땅에서 호가호위하며 국민을 우롱하고 현혹하고 있다는 점이리라. <저널리즘 토크쇼 J>는 현 언론지형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현안별로 격파해 나갔다.

오보와 오역, 속보 경쟁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먼저 '정치적 편향'. 지난 3월 BBC는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와 관련 '북미대화 : 세기의 정치도박'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를 제 입맛에 맞게 '오역'해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다.

BBC의 기사 중 "문재인 대통령은 외교의 천재이거나 자기의 나라를 파괴하는 공산주의 중 하나이다"라는 문장 뒤에 오는 "당신이 누구와 얘기하느냐에 따라(depending on)…"이란 중요한 문구를 누락시킨 채, BBC가 '공산주의자' 운운했다는 투로 기사를 왜곡한 것이다. 참다못해 기사를 쓴 로라 비커 BBC 한국 특파원이 나섰다. 그는 "한국 언론은 제 기사들을 공정하게 번역해 주세요"라는 트윗을 올렸다.

"제가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말했다는 기사가 한국 언론에 실렸다고 지인들이 전화로 알려주었어요. 물론 절대 사실이 아니었죠. 이게 핵심입니다. 누구와 얘기하느냐 따라... 완전히 왜곡됐죠."

"전 알 수 없죠. 실수였는지, 의도적이었는지는 그건 그 분들이 알거라 생각해요. 단지 저는 외신기사를 공정하게 번역해야 한다는 걸 그들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중들은 그들이 읽고, 보고, 듣는 것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국 신문이나 다양한 언론 매체들이 대중과 신뢰 관계를 쌓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직접 만난 로라 비커의 인터뷰 내용이다. 이러한 오역 논란이야말로 언론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것은 물론 언론이 '나라 망신'에 앞장서는 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그간 논란이 됐던 '사실확인 소홀'로 인한 오보를 짚었다. 드루킹 사건과 관련 YTN이 '수사당국이 김경수 의원실을 압수수색했다'는 속보를 내보낸 뒤 다른 언론들이 이를 받아서 쓰면서 '오보 릴레이'가 이어졌다. 또 채널A는 4월 22일 '[단독] 드루킹 "돈 잘 받으셨나요" 김경수에 연락'이란 기사를 내보낸 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정하는 촌극을 빚었다. 이를 두고 일선 기자들의 '자괴감'까지 염려했던 <저널리즘 토크쇼 J>. 제작진의 취재에 응한 박진수 언론노조 YTN 지부장은 이렇게 자평했다.

"YTN이 갖고 있는 상징이나 의미는 '방송의 통신사' 개념이거든요. '기자들이 보는 방송사'라고 할 정도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계속 모니터하고요. 그런데 이런 오보가 나면서 YTN의 책무를 잃어버리고 신뢰를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파업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외부 기자에게 그런 얘기를 듣는 자사 기자들은... 특종을 해도 될까 말까인데... 계속 오보가 나가면서 그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고요."

강효상이 말하는 오보의 가치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패널 중 한 명인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은 이 인터뷰를 보고선 "동업자들끼리 지적하는 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열심히 점검하고 또 확인할 테니"라며 반겼다. 하지만 이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던 건, 조선일보 출신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조선일보 vs. 청와대 오보 공방'의 한 축으로 출연한 강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짧은 시간 안에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적지 않게 쏟아냈다.

"인터넷 상에 잠깐 10분 떴던 것은 사실 방송에 나간 것도 아니다. 그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해서 방송이 난리가 났던 날이다. 아마 정신없던 와중에 그런 실수가 있어서 바로 사과를 했고, 저는 그것은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보고요. 만 달러 수수건도 TV조선 입장문을 보니까 녹취나 이미 녹취록이나 이메일도 확보가 됐고 충분히 근거가 있는 보도라고 밝혔고, 저는 그래서 이 기사들이 어떤 악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요."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가 공방으로 소개한 '조선'의 오보는 '한미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팀이 평양 달려갔다'와 '북이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했다', '북한이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로 1만 달러 요구했다'는 세 가지 기사였다. 이에 대해 강효상 의원은 '언론사가 정신이 없었다', '바로 사과를 했다', '녹취록이나 이메일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근거가 있고 악의가 없었다고 평했다.

이에 대해 패널인 최강욱 변호사는 "실제 간 기자들이 '그런 사실이 없다, 낸 돈은 100여 달러에서 1000달러 언저리'라고 했다. 그런데 그걸 '나는 이메일 받은 게 있으니 오보가 아니다' 이렇게 언론으로서 말할 수 있는 건가. (강 의원이) 편집국장으로 계셨을 때 그렇게 크로스 체킹이 됐다면 (기사를) 빼셨을 것 같은데"라며 일침을 놨다. 이에 대한 강 의원의 답도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었다.

"저는 이런 경험도 있습니다. 과거 사회부장 때 BBK나 도곡동 땅 사건을 보도했는데, 당시엔 상당히 MB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는데 그 당시에는 그게 오보였습니다. 그런데 요즘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것이 상당히 근거가 있는 것으로 나오지 않습니까. 오보라는 것이 나중에 몇 년 뒤에 사실로 밝혀 질 수도 있는 겁니다. 오보 철회는 일리가 있지만, (만 불 같은 경우) 그것이 보도가 됨으로써 북한 당국이 철회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오보의 가치를 역설하는 이 언론인 출신 정치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날 강 의원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조선일보>와 청와대와의 공방 국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조선일보> 사장에게 편지를 썼던 그 속내도 꺼내 보였다.

30년 '조선일보'맨의 놀라운 활약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저는 청와대가 특정 언론의 오보에 대해 이렇게 논평을 낸 것이 이례적이라고 봅니다. 왜 문제냐면 청와대는 제3의 기관이 아니고, 늘 언론에 정보도 주고 비판도 받는, 어떻게 보면 경쟁관계에 있는 기관입니다. 오보다 아니다 판단하는 기관은 사법부고 혹은 방심위고 준사법기관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고. 정부기관이, 국정원이 오보라고 하면, 방심위나 언론중재위에 오보라고 강하게 어필하고 법적인 절차에 돌입하면 되는 겁니다. 근데 청와대가, 가장 최고 권력기관이 가장 정치적인 기관이 오보를 문제라고 삼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 저는 그렇게 보고요."

"청와대가 무슨 얘기를 했었냐면, 앞으로는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이것은 최고 권력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표현입니다. 막강한 권력기관에서 앞으로 단호하게 너희들 대처할 거야, 굉장히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세 패널 모두 강효상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는 의견을 내놨다.

최강욱 변호사는 "어렵게 살엄음 판을 걷고 있으니 잡은 발목을 놓아주십시오, 라는 게 (청와대의) 호소지 압력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정준희 교수는 "(청와대의 반박이)이례적이고 사실은 되도록 안 그러는 것이 좋은 상황"이나 "그것의 결과가 자유의 침해로 이어지느냐 또한 현재 수준에선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더 속 시원한 반박은 최욱의 입에서 나왔다. 최욱은 "사실 의원님이 얼마전에 조선일보에 편지 하나 보내지 않았습니까. 주필 해임시키라고"라며 "그게 저 같은 사람이 보기엔 상당히 언론탄압처럼 보이거든요"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강효상 의원은 '당랑거철(螳螂拒轍)', '견지망월(見指望月)'과 같은 사자성어를 동원, 자신의 충정을 호소했다. 그것은 국회의원으로서 국민에 대한 충정이 아닌 자신이 30년 동안 자신이 몸 바쳤다는 <조선일보>에 대한 충정처럼 보였다.

"조선일보 논조는 조선일보다워야 하는 거고, 한겨레 논조는 한겨레 논조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논리가 팽팽했는데 조선일보가 갑자기 한겨레식의 햇볕정책 논조로 바뀌었다는 거죠. 안타깝다는 거죠. 그것은 기존의 조선일보 논조가 아니다. 전직 사원으로서 사장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이렇게 충정으로 제가 편지를 쓴 겁니다."

"제가 그렇게 (논설위원을) 파면하라고 한다고 해서 파면할 조선일보도 아니고. 저는 1인 시위를 한 겁니다. 마치 노조원이 1인 시위하듯이 한 겁니다. 저도 누구보다 조선일보에 많은 애정과, 30년 동안 땀을 바쳤기 때문에 누구보다 조선일보다 잘되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그렇게 논조를 바꾸라는 요구가 적절했느냐는 물음에 강 의원은 "야당 초선 의원이 그렇게 세게 보이냐?"거나 "야당의 힘이 정말 미비하다"고 에둘러갔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를 향해서는 '읍소'하는 마음이라며 그 충정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KBS의 미디어 비평에 거는 기대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17일 방송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의 한 장면. ⓒ KBS


강효상 의원이 클라이맥스를 화려하게 장식하긴 했지만, <저널리즘 토크쇼 J>는 꽤나 성공적인 첫방 신고식을 치러냈다고 볼 수 있다. 관련자 인터뷰를 포함해 사안을 다각도로 짚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패널 구성 역시 학계와 외국 언론인, 라디오 시사프로와 팟캐스트 진행자까지를 아우르려는 흔적이 역력했다. <썰전> 이후 대세가 돼버린 예능감을 도입한 편집 역시 넘치거나 모자람이 없었다.

무엇보다, 공영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인 KBS가 미디어 비평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야심차게 마련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 첫방이었지만 사안을 짚는 날카로움 역시 무디지 않았다. 이날 페이스북 라이브로 전체 방송을 공개한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앞으로 어떤 사안들을 비판의 도마 위에 올릴지, 또 어떤 모범적인 보도를 발굴할지 기대된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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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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