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1회 금각역사영화제 개막식에서 가수 이승환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15일 충남 서천에서 열린 1회 금각역사영화제 개막식에서 가수 이승환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성하훈


 15일 충남 서천에서 개막한 1회 금강역사영화제 개막식을 가득 메운 관객들

15일 충남 서천에서 개막한 1회 금강역사영화제 개막식을 가득 메운 관객들ⓒ 성하훈


새로운 영화제가 시작됐다. 이름하여 '역사영화제'다. 지난 15일 저녁 인구 1만 2천의 작은 도시 충남 서천군 장항읍은 이 영화제로 인해 북적였다. 야외 상영관은 관객들로 가득 들어차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1회 금강역사영화제 개막식에 몰려든 관객들이었다.

전체 인구의 10분의 1정도인 1천명의 주민들이 자리한 가운데 장항읍 기벌포영화관 야외무대에서 개막한 금강역사영화제는 가수 이승환의 축하공연과 이어진 영화 상영을 통해 작은 소도시를 시네마천국으로 변하게 했다. 2박 3일의 짧은 영화제지만 열기는 국내 이름 있는 영화제 못지않았다. 개막식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응원 속에 첫 영화제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며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임성민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는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정지영 조직위원장, 최용배 집행위원장, 김인수 충남문화산업진흥원장, 명계남 배우 한국영화아카데미 교수를 역임한 김영 프로듀서 등 많은 영화인들이 참석해 새 영화제를 성원했다.

외세의 아픔 간직한 금강의 도시

16일부터 시작된 일반상영도 극장 좌석을 가득 채우며 영화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서천에서 상영된 영화 < 1987 >의 장준환 감독이 영화 상영 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고, 수준 높은 질문과 답변 속에 영화제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군산 동국사에서는 1933년에 만들어진 1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만선시찰>이 특별 상영되기도 했다. 1933년 5월 4일~19일 사이 일본 후쿠시마와 만주국 안둥까지 여행한 기록영상으로 9.5mm 필름이다. 15일 서천에서 시작한 영화제는 17일 강 건너 군산에서 폐막식을 갖고 3일 간의 행사를 마무리한다.

 16일 군산 동국사에서 1933년에 만들어진< 만선시찰> 상영 후 종걸 스님으로 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16일 군산 동국사에서 1933년에 만들어진< 만선시찰> 상영 후 종걸 스님으로 영화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금강역사영화제


다양한 영화제들이 연중 개최되는 현실에서 금강역사영화제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근래 역사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암살>과 <밀정> <동주> <박열> 등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들과 < 1987 >에서 보듯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주목받았다.

1회성 이벤트보다는 방향성과 의미를 굳건히 담아 영화제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지난 2년간 착실한 준비를 통해 첫 행사를 시작한 것도 특징이다. 금강역사영화제는 지난 2016년 서울에서 역사영화와 관련된 토론회를 시작으로 준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기간 중에는 서울에서 이틀 간 예비행사인 8.15 역사영화제를 개최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1회 영화제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전주영상위원회장을 역임했고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정병각 조직위원장을 중심으로 오랜 시간 독립영화 작업을 해온 김대현 감독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독립영화의 역사와도 같은 낭희섭 독립영화협의회 대표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던 전찬일 평론가, 전주영화제와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를 지낸 맹수진 평론가 등이 집행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을 개최지로 한 것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도시의 특성 때문이다. 충남과 전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생활권이 같은 군산시와 서천군은 격동의 근현대사를 힘겹게 걸어오며 유난히 외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공통점이 있다. 과거 일제의 대표적 수탈 기지였던 아픈 역사를 딛고 지금은 각각 생태문화도시, 근대문화도시로서 성장했다.

일제 강점기의 흔적 등이 많이 남아 역사의 숨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것도 영화제가 개최되는 데 밑바탕이 됐다. 금강은 이 두 도시와 경계를 이루며 서해와 합류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두 도시를 아우르는 영화제의 이름이 됐다.

금강역사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은 정병각 감독은 "차근차근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면서 "1회 행사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내년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1회 영화제를 2박 3일의 짧은 기간 동안 개최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영화를 통해 역사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영화제가 되도록 하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전쟁, 제국주의, 이념 갈등에 주목

 지난 15일 금강역사영화제 개막작 언더파이어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지난 15일 금강역사영화제 개막작 언더파이어를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금강역사영화제


금강역사영화제는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을 주목하고 있다. 동아시아 각국의 영화들을 통해 전쟁과 제국주의, 식민 경험, 그리고 이념 갈등의 기억을 영화가 어떤 식으로 담고 있는지 깊이 살펴보고 평화적 해결 방안을 생각해 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개막작 <언더파이어>는 일제 침략기 중국인들이 추락한 미군 비행기 조종사를 도와 안전지대로 탈출하게 만든 이야기를 담은 항일영화다. 폐막작은 중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담은 궈커 감독의 다큐멘터리 < 22 >로 동아시아를 침략했던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되새기는 작품이다. 이강천 감독이 1955년 작품 <피아골>은 한국전쟁의 상흔을 담은 고전영화다.

5개국 17편의 상영작들은 이런 주제의식을 선명히 드러냈다. 남북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내 다양한 차원의 갈등과 이웃 나라인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미국과 지속적으로 긴밀하게 협력해 평화를 위한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담겠다는 것이 금강역사영화제의 취지다. 역사와 영화가 만나 영화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첫 행사를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정치 사회적 의미가 커 보인다.

특히 행정구역이 다른 두 도시를 묶었다는 점에서도 영화제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어낸 모습이다. 관객의 이동성을 고려해 주요 작품은 서천과 군산에서 교차로 상영됐는데, 앞으로는 개/폐막식도 두 도시를 오가며 열릴 예정이다. 역사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영화제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프로그램과 두 도시의 지원과 협력이 향후 영화제의 성패를 가늠할 주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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