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가 국민 프로듀서 대표를 맡은 Mnet <프로듀스 48>이 15일 첫 방송됐다.

이승기가 국민 프로듀서 대표를 맡은 Mnet <프로듀스 48>이 15일 첫 방송됐다. ⓒ Mnet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

지난 2년간 숱한 화제를 뿌린 Mnet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이 이번엔 <프로듀스 48>의 이름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15일 첫 방송된 <프로듀스 48>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 한국 아이돌 연습생 48명과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 AKB 48 소속 48명이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앞선 두 차례 시즌에서 한국 연습생들 위주로 구성했던 것에 비하면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욕하면서 보는(?) 원조 예능이 돌아왔다

 지난 15일 방송된 <프로듀스 48>에서는 기획사 연습생들을 라이벌 구도로 배치하면서 경쟁을 부추겼다.

지난 15일 방송된 <프로듀스 48>에서는 기획사 연습생들을 라이벌 구도로 배치하면서 경쟁을 부추겼다. ⓒ Mnet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고등래퍼> <프로듀스101> 등 그간 Mnet이 선보였던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는 '악마의 편집'이라는 평가가 붙었다. 따로 떨어진 장면들을 이어붙여 자극적으로 편집한다는 뜻으로, 그만큼 '욕하면서 보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이번 <프로듀스 48> 역시 첫 회에선 기존의 흐름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참가자 한명 한명씩 96개의 의자를 선택하는 모습부터 첫번째 오디션 과정 등에선 어느 정도 예상했던 그림이 속속 등장했다. 출연 연습생들의 멘트, 유명 출연자들에 대한 리액션 등을 담는 건 역시 변함 없었다.

YG 엔터테인먼트의 로고를 대형 화면에 띄워 마치 YG 소속 참가자가 나오는 것처럼 보여주다가 로고 앞에 전(前)을 붙인다던지 중견기획사 울림(러블리즈 소속사) vs. WM(오마이걸 소속사)의 연습생들을 라이벌 구도로 비춰 경쟁 구도를 만드는 건 역시 긍정이던 부정이건 간에 <프로듀스 48>다웠다.

또한 시청자들이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도록 빈틈 없이 전개되는 구성 및 편집은 KBS 2TV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 JTBC <믹스나인> 등 후발 주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른, '원조'의 자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1회 방영분에서는 향후 어떤 '(악마의 편집) 희생자'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시청자로선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일명 'PD픽'으로 불릴 만큼, 특정 참가자에 대한 과도한 화면 비중 부여는 <프로듀스 48>에서도 비슷했다. 이 부분은 선발 과정의 공정성 측면에서 매 시즌마다 논란이 되었던 만큼 앞으로도 빈번한 논쟁거리가 될 공산이 크다.

국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준 일본 출연자들의 기량

 지난 15일 방송된 <프로듀스 48>의 한 장면. 안무 트레이너 배윤정 단장마저 연이은 일본 출연진의 기대 이하 기량에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프로듀스 48>의 한 장면. 안무 트레이너 배윤정 단장마저 연이은 일본 출연진의 기대 이하 기량에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 Mnet


그런데 <프로듀스 48>에 앞선 시즌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흥미를 키우는 것 이상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비록 기량이 부족한 일부 참가자가 있긴 했지만 수 년 이상의 연습, 훈련 기간을 거친 한국 연습생들의 빼어난 퍼포먼스는 이미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한 그림이었다. 노래+외모+춤 등 이미 데뷔해도 부족함이 없을 수준의 연습생들이 다수 등장했고 몇몇 출연자는 벌써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했다.

반면 일본 AKB48 소속 참가자들은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 국내 시청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겨줬다. 안무라고 하기엔 민망한 수준의 율동 + 불안한 가창력 등을 연이어 노출했기 때문이다. AKB48 외에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SKE48(나고야팀), NGT48 (니가타팀), HKT48(하카타팀), NEB48(오사카팀) 등 사실상 올스타 출연진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본 출연자들의 무대를 본 배윤정 트레이너는 "일본에서 데뷔한 것 아니냐? 뭘로(어떤 장점으로) 뽑힌 거냐. 칼군무 같은 건 중요하지 않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반면 "안무를 맞추는 것보다 귀여움이 일본 아이돌에게는 더 중요하다", "우리는 한 달 준비하고 데뷔한다"라는 AKB48 멤버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아이돌이라도 한국과 일본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달랐다.

일각에서는 시즌1 첫회 당시 부족한 기량으로 비난을 받았던 김소혜(아이오아이)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 vs. 일본 참가자들간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 기량 문제는 향후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의문이지만 일단 첫 회의 관심도를 높이는 데 한몫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5년 동안 방치된 유명 그룹 아이돌... 소속사에 대한 비판 목소리

 지난 15일 방송된 <프로듀스 48>의 한 장면. 참가자 이가은은 2012년 유명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새 멤버로 합류했지만 이듬해 팀의 활동이 중단됐다.

지난 15일 방송된 <프로듀스 48>의 한 장면. 참가자 이가은은 2012년 유명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새 멤버로 합류했지만 이듬해 팀의 활동이 중단됐다. ⓒ Mnet


<프로듀스 48> 첫 회에서 가장 눈길을 모은 참가자는 유명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 이가은이었다. 지난 2012년 가희가 졸업(탈퇴)하고 가은이 새 멤버로 합류했지만 이듬해 팀은 활동 중단 상태에 놓였다. 이후 가은은 사실상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역시 같은 회사 소속으로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했던 뉴이스트는 매년 새 음반 발표를 해왔던 데 반해 이가은은 그냥 방치 상태에 놓여 있었다. 게다가 그는 회사 후배 연습생들이 <프로듀스 101> 시즌1을 거쳐 프리스틴으로 데뷔하는 걸 그냥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몇몇 시청자들은 "그룹 만들기만 할 뿐 정작 제대로 일을 못한다", "5년간 활동도 안 시키면서 풀어주지도 않고 회사에 묶어두냐" 등 회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가은의 소속사인 플레디스 대표는 이번 프로그램에 공동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참여하고 있다.

<프로듀스 48>이 이가은에게 희망의 기회가 되어줄 지 여부와 관계 없이 데뷔만 시켜주고 이후부터는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만드는 기획사의 운영 행태는 현재 국내 아이돌 시장의 문제점 중 하나를 고스란히 드러낸 지점이다.

첫 방송 화제몰이는 무난... 이후엔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프로듀스 48>에 참가한 AKB48의 유명 멤버들인 미야와키 사쿠라(HKT48), 마츠이 쥬리나(SKE48)

<프로듀스 48>에 참가한 AKB48의 유명 멤버들인 미야와키 사쿠라(HKT48), 마츠이 쥬리나(SKE48) ⓒ Mnet


<프로듀스 48> 첫회는 일단 무난한 화제몰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1.132%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로 앞선 시즌 1(1.042%)보단 약간 높고 시즌2(1.638%)보단 낮았다. 걸그룹 서바이벌, 일본 연예인들 참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금요일 밤 인기 예능의 치열한 경쟁, 월드컵 개막 등을 감안하면 비교적 선전을 펼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프로듀스 48 >의 앞길이 계속 순탄할 지는 현재로선 유보적이다. 당장 첫 회부터 눈물바다를 이룬 일본 출연자들로 인해 자칫 'AKB48 눈물 성장기'로 프로그램의 성격이 변질될 우려를 자아냈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 vs 일본 참가자들의 현격한 기량 차이가 트레이닝 과정에서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인지,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출연자를 상대로 한 '악마의 편집' 등 향후 각종 해결해야 할 숙제도 여전히 쌓여있는 상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스48 아이돌서바이벌 AKB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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