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디손 카바니 투톱을 앞세운 우루과이가 '얼마나 잘할까' 혹은 '몇 골이나 넣을까' 기대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웬걸. 시간이 흐를수록 나도 모르게 이집트를 응원하게 됐다. 팀 전력의 절반이나 다름없는 모하메드 살라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잘 싸우는 그들이 승리를 챙기길 기원했다. 

이집트가 15일 오후 9시(아래 한국시각)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 위치한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A조 1차전 우루과이와 맞대결에서 0-1로 아쉽게 패했다. 이집트는 89분간 세계적인 스타가 즐비한 우루과이를 상대로 잘 싸웠지만, 경기 막판 통한의 결승골을 헌납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집트는 첫 경기에서 승점을 따내지 못하면서 개최국 러시아(2차전), 사우디아라비아(3차전)전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됐다. 특히 우루과이전이 시작되기 전, 출전 100%를 장담했던 살라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부상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만약 2, 3차전에서도 살라가 출격할 수 없다면, 이집트의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이집트가 신태용호에 전한 교훈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 2018.6.6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6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까지 2번의 평가전을 치른 뒤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 부르크로 이동한다. 2018.6.6 ⓒ 연합뉴스


이집트는 스웨덴전을 준비하는 신태용호에 큰 교훈을 전했다. 첫 번째는 '수비'였다. 이집트는 A조의 가장 강력한 상대로 손꼽히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인상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짜임새 있는 수비 조직력은 하루 이틀 준비한 것이 아니며, 그들이 월드컵을 위해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는지 확실히 보여줬다.

전방 압박부터 인상적이었다. 이집트의 전방 압박은 투지만 앞세우지 않았다. 기술적이었다. 전방에 포진한 선수들은 우루과이의 공격 속도를 늦추는 데 집중했고, 성공했다. 불필요한 반칙을 최소화하고, 수비가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시간을 벌었다. 그 사이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은 상대가 슈팅할 수 있는 공간을 선점하며 우루과이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신태용호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우리 대표팀에는 황희찬과 이승우 등 투지를 앞세워 전방 압박에 나서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의 전방 압박은 반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칙은 우리의 수비 준비 시간을 벌어주지만, 동시에 공격 준비 시간을 넘겨주게 된다. 불필요한 반칙으로 얻을 수 있는 카드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집트는 전방에서 영리하게 시간을 끌었다. 후방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측면은 조금 허술하더라도 슈팅이 나올 수 있는 중앙 지역은 확실하게 메웠다. 섣불리 공을 빼앗으려 나서지 않았고, 자리를 지키면서 위험 상황을 방지하는 데 집중했다. 포백 수비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90분 내내 좁은 간격을 유지했고, 마치 한 포지션에 위치한 선수처럼 움직였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도 공수 간격이 심각하게 벌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상대가 우리 진영에서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공격의 수가 늘어나고 위험 지역에서의 슈팅이 나올 확률이 커진다. 본선에서는 '수비 리더' 장현수와 '주장' 기성용 등이 공수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 

측면은 내주되, 슈팅 공간은 확실히 틀어막는 모습도 필요하다. 우리 대표팀 수비는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상대는 우리보다 전력이 두 수는 위다. '모든 공간을 틀어막겠다'는 생각보다는 '상대에게 손쉬운 기회를 내주지 않겠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집트가 압박 강도를 조절하던 모습도 배워야 한다. 이집트는 90분 내내 전방 압박에 나서지 않았다. 90분 내내 강한 압박이 불가함을 잊지 않았고,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않아야 할 때를 확실히 구분했다. 우리 대표팀은 승리를 따내기 위한 투지는 좋지만, 너무 무리하면 일찍이 체력이 소진돼 자멸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집트가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결정적 이유

이집트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였지만 승점을 챙기지는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세트피스였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으로 갈수록 불필요한 반칙이 늘었다. 경기가 자주 끊기면서 좋았던 흐름이 깨졌고, 통한의 결승골까지 내줬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공격'이다. 이집트의 수비는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살라가 빠진 공격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속도가 문제였다. 이집트는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의 볼을 가로챈 상황에서도 빠른 역습에 성공하지 못했다. 호흡이 불완전한 탓도 있었고, 패스의 세밀함도 아쉬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떨어지는 팀이 승리 혹은 승점을 따내기 위해서는 빨라야 한다. 공격에 힘을 실은 강호는 수비에 약점이 많다. 그들이 전열을 갖추기 전에 슈팅을 시도해야 한다. 신태용호에는 손흥민과 황희찬, 이승우 등 빠른 선수들이 많다. 이들의 공격 속도를 최대한 살려 슈팅까지 만들어낼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다. 이집트에는 공격의 지휘자가 보이지 않았다. 우루과이 진영에서 볼을 잡으면 마음이 급해졌고, 무모한 슈팅이 나왔다. 통할 리가 없었다. 순간적인 틈을 노리는 패스,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 등은 보다 완벽한 기회와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대표팀에는 기성용과 이재성 등 창의적인 선수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들의 공격 재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처럼 아쉬운 것은 없다. 잘 싸웠으면 이겨야 한다. 우리 대표팀이 이집트가 전한 교훈을 명심하고, 스웨덴전 필승을 위해 나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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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VS우루과이 신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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