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 tvN


몰입이 방해되고, 긴장감이 흩어졌다. 차라리 동생 역할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다른 배우를 캐스팅했다면 어땠을까.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4회를 보면서 머릿속을 맴돌았던 생각이다. 원작의 인물 설정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면, 캐스팅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했던 게 아닐까. 싱크로율 100%를 자랑했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구멍이 생겼다. 바로 이성연 역의 이태환이다.

웹소설, 웹툰에서 출발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분명 만화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소재의 독특함과 이야기의 쫄깃함으로 승부를 보는 드라마는 아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힘은 캐릭터에서 나온다.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까지 출중하니 몰입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주인공인 박서준(이영준 역)과 박민영(김미소 역)은 물론 박유식 역의 강기영과 '봉과장' 봉세라 역의 황보라의 감초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버릴 캐릭터가 없다.

여기에 하나의 캐릭터가 추가됐다. 이영준의 형이자 '모르페우스'라는 필명을 활동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이성연(이태환 분). 이성연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변곡점에 해당하는 중요한 캐릭터다. 그의 역할은 갈등의 촉매제이다. 이영준과 김미소 사이에 알쏭달쏭한 로맨스가 싹트는 시점에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형제 간의 갈등을 촉발함으로써 드라마에 텐션을 불어넣는 중책을 맡고 있다.

'여심 킬러'라는데, 어딘가 많이 부족한 매력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 tvN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서로에 대한 앙금을 드러냈다. 이영준은 형의 존재를 매우 불편하게 여겼다. 또, 이성연이 회사로 찾아오자 김미소에게 심부름을 시켜 두 사람이 마주치지 못하도록 했다. 집에서도 주먹질을 하며 다퉜다. 이성연 역시 이영준에게 묵은 감정을 폭발시켰다. "그때 네가 한 짓만 아니었어도, 지금 네 자리에 있는 건 나였을 거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며 열등감을 드러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1~3회까지 안정적인 스토리를 쌓아왔기 때문에 이쯤에서 변화를 주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갈등의 요소로서 이성연의 투입은 다소 뻔하지만, 이상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태환의 연기는 그 비중을 생각했을 때 기대 이하다. 또, 기존 배우들과의 합도 그다지 맞지 않아 보인다. 겉돈다고 해야 할까. 한마디로 연기력 부족이다.

극 중 '여심 킬러'라고 하지만 그 매력이 어딘가 많이 부족하다. 이대로는 삼각 관계를 형성하기는커녕 그 어떤 설렘도 주지 못할 형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하기에도 뭔가 어설프다.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동생에 대한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표현하기에도 연기의 깊이가 얕아도 한참 얕다.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갈 뿐 감정의 전달은 뒷전이다. 주말 드라마 특유의 정형화된 연기톤이 식상하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 닥친 한 차례의 고비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한 장면 ⓒ tvN


무엇보다 1995년생인 이태환이 1988년생인 박서준의 형 역할로 나온다는 것부터 어색하다. 아무리 만화적 성격이 짙은 드라마라 하더라도 이십대 중반의 배우에게 삼십대 중반(35살) 캐릭터를 맡긴 건 무리수였다. 이태환이 연기하는 이성연은 내면의 성숙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풋풋한 인상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이영준과의 케미도 맞지 않고, 긴장감도 발산되지 않는다. 무게 중심이 이영준 쪽으로 확 쏠려버렸다.

3회에서 시청률 6.95%까지 치솟았던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4회에서 6.379%로 조금 주춤했다. 파죽지세의 흐름이었지만, 화룡점정에는 약간 실패한 느낌이다. 맛깔스러웠던 드라마, 다 된 밥에 재를 부린 격이랄까. 조금 더 뻗어나갈 수 있었던 기세가 수그러든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이영준과 김미소 캐릭터에 무게가 쏠리고, 박서준과 박민영에게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분명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재미있다. 최근 법정물이나 수사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가벼우면서 발랄한 분위기의 드라마로서 단연 돋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주인공이 매력적이고, 그들이 그리는 사랑이 알콩달콩하다고 해도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면 지루해지는 법이다. 새로운 변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 <김비서가 왜 그럴까>로서는 한 차례의 고비가 닥친 셈이다. 과연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낼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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