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중견 가수들까지 속속 일본 시장 도전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 조용필, 김연자 등을 비롯해 보아, 소녀시대, 카라 등 많은 K팝 스타들이 일본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국내 인기에 힘 입어 일본 음반까지 발매한 트와이스에 이어 올해 들어선 성시경, 이적 등 발라드 성향의 중견 가수들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성시경, 이적... 발라더들의 예상밖 일본 진출

 과감히 '신인의 자세'로 돌아간 성시경은 쇼핑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쇼케이스 무대+악수회 등을 통해 일본 팬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과감히 '신인의 자세'로 돌아간 성시경은 쇼핑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쇼케이스 무대+악수회 등을 통해 일본 팬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성시경 일본 공식 트위터


평소 두터운 친분을 자랑하는 선후배 성시경, 이적이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진출했다. 7월 4일 일본 싱글 발매를 앞둔 성시경의 진출은 앞선 국내 가수들의 경우와는 좀 달라 보인다. 성시경은 쇼핑몰에서 미니 라이브, 악수회 등을 진행하며 밑바닥에서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바다 건너 음악 팬들과의 만남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도쿄TV 인기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에 깜짝 출연하는 등 10여 년 넘게 봉인(?)했던 연기력도 간만에 선보이고 있다.

성시경은 지난 3월 KBS 쿨FM <이수지의 가요광장>에 출연해 "한류로 간 게 아니니까 신인이다. 심지어 잘 안 되는 신인이다. 스케줄도 쉽지 않아서 새벽 라디오도 고맙게 가고 TV 출연도 아직 쉽지 않다"며 나름의 고충을 설명하기도 했다. 즉, '한국의 인기 가수'라는 간판을 내려 놓고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셈이다.

이적의 진출 역시 비슷하다. 그간의 인기곡을 일본어로 다시 부른 현지용 베스트 음반을 지난 4월 출시한 데 이어 지난주 성황리에 끝마친 소극장 투어를 통해 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와이스의 성공, 다수 걸그룹들 현지용 신작 발매 앞둬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은 일본어 녹음 음반을 통해 각각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트와이스와 레드벨벳은 일본어 녹음 음반을 통해 각각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이미 잘 알려진대로 트와이스는 일본에서도 K팝 걸그룹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발매한 현지 데뷔 음반 < #TWICE > 이후 내놓은 3장의 싱글로 한국 못잖은 성공적인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발매한 세번째 싱글 < Wake Me Up >은 발매 첫주 2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주간 오리콘 차트 및 빌보드 재팬 차트 1위를 차지했고 해외 여성 뮤지션으론 최초로 플래티넘 인증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엔 레드벨벳, 오마이걸이 일본 데뷔 음반 발매를 확정 지었고 여자친구, 모모랜드, EXID 등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홀 투어'를 통해 성공적인 현지 시장 공력을 시작한 레드벨벳은 7월 4일 첫번째 일본용 미니 음반  < Cookie Jar >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개 국내 인기곡들을 모은 '베스트 음반'을 먼저 선보이고 나중에 일본용 싱글 및 음반을 내놓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레드벨벳은 장기간의 순회 공연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 현지용 신곡을 내세운 음반 발매를 택했다. 실제로 레드벨벳의 일본 데뷔 음반 선곡을 살펴보면 동명곡 'Cookie Jar'를 비롯한 3곡의 신곡을 전면 배치했다.

이밖에 지난달 일본어 베스트 음반을 발표한 여자친구, 8월 새 음반을 발표하는 블랙핑크와 오마이걸, 이미 각종 무대로 신고식을 치른 모모랜드, 이달 27일 데뷔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인 EXID 등도 일본내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행 속내... 척박해진 국내 음악 환경 + 새로운 도전

 2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이적 역시 최근 일본어 음반 발매 및 소극장 공연을 통해 본격적으로 현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20년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이적 역시 최근 일본어 음반 발매 및 소극장 공연을 통해 본격적으로 현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뮤직팜


너도나도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지만 누구나 동방신기-소녀시대-카라처럼 성공한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지난 수년간 악화된 한일 관계 속에 과거와 높아진 '반한류'에 대한 장벽 등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SM, JYP 등 대형 기획사 그룹들의 일본 진출은 어느 정도 예정된, 그리고 당연한 수순에 해당된다. 이미 앞서 활발히 해외 활동을 펼쳐온 소속사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트와이스와 레드벨벳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걷고 있다. 반면 기성 가수 및 중소 업체 소속 걸그룹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이들은 왜 일본행을 선택했을까?

먼저 국내 음악 시장 여건이 이들에게 갈수록 불리하게 돌아가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발라드 성향 솔로 가수들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활로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이돌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발라드의 입지는 대폭 줄어들었다. 어린 후배 그룹들만큼의 음반 판매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확실한 팬덤을 보유한 그룹들이 음원 순위에 여러 곡을 동시에 올려놓는 만큼 솔로 가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반대로 축소되었다. 최근만 하더라도 오후 시간대 실시간 순위 1~50위 이내만해도 불과 3개 정도 팀의 곡이 20~30여 개 이상을 차지하는 게 다반사다.

몇 안되는 빈 틈 마저도 젊은 가수들의 몫이 되면서 30~40대 이상 기성 가수들의 신곡 발표는 위축되었고 음악 예능 출연 혹은 간간히 펼치는 공연 내지 행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오마이걸은 오는 8월 유닛 '오마이걸 반하나'의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본 활동에 펼칠 예정이다.

오마이걸은 오는 8월 유닛 '오마이걸 반하나'의 음반 발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본 활동에 펼칠 예정이다.ⓒ WM엔터테인먼트


같은 아이돌이라도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불리한 여건에 놓여있다. 고정 팬덤의 규모에서도 차이가 나고 음반, 음원 순위 마저도 일부 팀을 제외하곤 높은 순위에 장기간 머무는 것이 버거운 편이다. 지난해 음반 판매량만 보더라도 보이그룹 20여개 팀 이상이 단일 음반 판매 10만 장 이상을 기록한 데 반해 걸그룹은 트와이스, 레드벨벳 등 단 두 팀에 불과하다.

한동안 '효자 노릇'을 해주던 중국 시장은 한한령 이후 쉽지 않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음악 시장(6조 원 규모)인 일본은 안정적인 수입처로 손꼽을 만하다. 여전히 CD를 비롯한 실물 음반의 판매가 활발히 이뤄지는 데다 열성적인 마니아층의 존재 덕분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성업 중인 것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반면 어떤 이에겐 새로운 도전의 의미도 담고 있다. 성시경의 경우, 비록 최근 몇 년 사이 신곡 발표가 거의 없었지만 각종 TV 예능 프로그램을 여러개 고정 출연할 만큼 유명 연예인으로선 남부럽지 않은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안 해도 될, 사서 고생이라 할 수 있는 일본 내 늦깎이 신인 활동은 말 그대로 도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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