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거 특집 방송 <배철수의 선거캠프>에 패널로 나온 전원책 변호사

MBC 선거 특집 방송 <배철수의 선거캠프>에 패널로 나온 전원책 변호사ⓒ MBC


"생방송이니깐 말하는 건데요. 지금 보수가 눈물겨운 상황이에요. 살려 주세요."

전원책의 읍소와 유시민의 골림 후 다독임. 13일 MBC가 야심차게 준비한 선거방송 <배철수의 선거캠프>의 한 줄 요약은 이러하다. 이전 <썰전>의 두 논객을 그대로 MBC로 이동시킨 <배철수의 선거캠프>는 이미 예측 가능했던 6·13 지방선거 판세만큼이나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당의 압승이 예상된 가운데,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역시 여당의 압도적인 우세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유시민 작가는 여유로웠고, 전원책 변호사는 애써 냉정을 유지했지만 자주 "괴롭다", "불편하다"는 표현을 썼다. 진행자 배철수가 "톰과 제리" 같다던 둘의 대화를 잠시 옮겨 보자.

"기분이 좋습니까? 이렇게 보수가 몰락하는 걸 보니까 속이 시원합니까?" (전원책)
"일단은 속이 시원하고요." (유시민)

"기분이 좋습니까?" (전원책)
"네, 일단은 기분이 좋고요. 그런데 이제 원래 새는 좌우 양 날개로 난다, 이게 진보 쪽에서 많이 쓰는. 최근에 와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국가도 균형이 필요합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납니다." (유시민)

물론, 그게 끝이 아니다. 진행자 배철수는 유시민 작가를 향해서 계속 "겸손"이란 표현을 내놨고, 그런 배철수를 전원책은 '좌파'로 몰아붙였다. 전체적으로 <썰전>과 같은 예능감이 우위에 있는 특집 선거방송이었지만, '보수의 몰락'이란 지방선거 결과가 그대로 반영된 토크이기도 했다. 유시민의 너그러운 분석과 전원책의 보수를 향한 성난 질책이 겸비된.

나이브했던 '보수논객' 전원책의 진단

 MBC 선거 특집 방송 <배철수의 선거캠프>

MBC 선거 특집 방송 <배철수의 선거캠프>ⓒ MBC


"정태옥 스캔들은 단순한 국회의원의 망언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집권여당을 하고, 탄핵을 거치면서 남아있던 온실 속의 화초, '웰빙정당'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남아있던 자유한국당 세력 국회의원들이 아직도 얼마나 현실을 모르고 있고 대중을 모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산 증거예요. 유정복 후보에게 투표할 분들을 10%는 주저앉혔을 거라고 봅니다."

전원책은 화가 나있었다. 마치 '이부망천' 망언으로 자유한국당을 자진 탈당한 정태옥 전 대변인의 스캔들이 선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듯이. 물론 홍준표 대표에 대한 질책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세기가, 농도가 살짝 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발언들은 귀를 의심케 했다. 아마도, 대표 하나의 책임이라기보다 보수 전체의 책임론을 강조하기 위한 유화적인 제스처였을 것이다. 예컨대 이런 식.

"어쨌든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이 아마 지금 굉장히 침울할 겁니다. 내가 그 분위기를 대충 짐작은 하는데 이번에 야당에 결정적인 것은 홍준표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선거를 이끌 리더가 안 보였다. 후보군들 중에서 말이에요.

화제를 낳고, 선거를 이끌 리더가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 한 명, 두 명만 있었어도 이렇게 참패는 하지 않았겠죠. 그런데 한번 보세요. 올드보이라고 지칭되는 분들을. 그분들이 대중의 신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고, 참신성이 안 보였단 말이에요.

그리고 또 그동안의 여러 문제점을 낳고 구설수에 올랐던 분들이 여전히 그대로 공천을 받았고 특히 지난번에 탄핵 과정에서 한번 찢어졌다가 다시 재결합을 하면서 거기에 대해서 어떤 반성도 없이 후보 공천은 그대로 이루어졌고, 현직 우선이라는 명분으로 또 가령 우리 창원 시장 같은 경우에는 안상수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왔잖아요."

'보수를 살려달라'던 보수논객의 현실인식이 이정도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홍 대표도 잘못이지만 제대로 된 리더도 없었다, 올드보이들도 지지부진했다, 화제성도, 참신성도 부족했다, 정도의 현실인식으로 돌아선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 세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어찌 됐건, 두 사람 다 홍준표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는 듯했다.

그리고 유 작가의 아래와 같은 예견은 현실이 됐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소속의 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등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홍준표 당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폭동 양상'이란 표현을 쓴 유 작가의 예견은 역시나 날카로웠다.

"그런데 홍준표 대표는 아마 즉각 사퇴를 해야 될 거예요. 만약 사퇴하지 않고 어물어물하면... 말하자면 정치적인 폭동 양상으로 당내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그런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기 때문에 저는 뭐 이거는 즉각 사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봅니다. 문제는 홍준표 대표의 거취가 아니고 그 다음이에요, 그 다음. 그러면 누가 나서서 이렇게 전대미문의 참패의 충격에 빠진 이 당을 세울 것이냐 하는 문제인데 이게 안 보이는 거예요, 지금."

보수는 진짜 반성하고 있을까

 MBC 선거 특집 방송 <배철수의 선거캠프>

MBC 선거 특집 방송 <배철수의 선거캠프>ⓒ MBC


"홍준표의 스타성"을, "그 만한 (보수)리더가 없다"던 전원책 변호사. 방송 내내 < TV조선 > 메인 앵커 자리에서 '쫓겨난' 전력을 두고 놀림을 당했던 그 전 변호사가 분석하는 보수의 현재는 여전히 애매했다. 특히나 2030 세대와의 소통을 두고 그가 하는 말은 공허한 원론에 불과했다. 그의 발언 자체가 현재 보수가 헤매고 있는 원인을 그대로 노출했다고나 할까.

"한국당이 지금까지 20대, 30대를 아직까지 철모르고 이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하면서 20대, 30대와 거리를 계속 쌓아왔단 말이에요. 이번에 선거에도 역시 아마 나중에 개표 결과를 보면 분석이 될 겁니다. 세대별로. 50대 이상 60대, 70대는 투표장에 그만큼 가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만들 때처럼 투표장에 일제히 몰려들지 않았다. 그때 90%를 넘었지 않습니까?

60대 이상은 그런데 문제는 더 깊은 데 잠복을 하고 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당이 깨달았어야 해요. 새누리당 그때 면면들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20대와 왜 호흡을 하지 못할까. 20대의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고 가장 고민한 부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20대를 가령 모르면 가르치려고만 들지 말고 그 사람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공감의 영역을 넓혀가면서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그런 정책을 펼쳐나갔다면 지금 아마 20대 지지가 굉장히 많이 넓어졌겠죠."

과연 그럴까. 전 변호사에 따르면, 가장 '스타성'있는 그 홍준표 대표를, 자유한국당을 2030가 얼마나 불신하는지, 불신을 넘어 경멸에 가까운 조소를 보내고 있는지 본인은 아직 모르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전 변호사는 "여론조사 믿지 말라"던 홍 대표와 같이 '다수결'을 공격하고,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을 공격했다. 원론적으론 맞을 수 있지만, 현실에 도입했을 때 그 간극이 얼마나 먼지는 적확하게 분석하지 못하는 보수논객의 논리는 이랬다.

"민주주의의 맹점 중 하나가 다수결이 틀릴 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쉽게 말하면 대중의 폭정, 다수의 폭정, 이 테러를 보고 머저리티라고 그럽니다. 다수의 폭정이라는 말이에요. 그것이 일어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것이 기반해서 포퓰리즘 정치가 일어나면 국가는 몰락한다는 거예요. 다수의, 그 다수의 표를 얻기 위해서 거기에 영합을 하면 쉽게 말하면 국가는 몰락할 수가 있다. 보수가 그걸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겠어요?" (전원책)

"아님 세상이 바뀌어가지고 21세기의 국민들은 예전에 그렇게 정치가들이 이야기하던 우중이라고 이야기하던, 어리석은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배철수)

"그게요, 흔히 집단 지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흔히 그런 말을 많이 하거든요. 집단의 지성, 특히 요새 같은 SNS시대에는 집단 지성을 흔히 이야기 많이 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포퓰리즘이 국가를 망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전원책)

미안하지만, 역시나 전 변호사는 핵심을 잘못 짚었다. 맞다. 포퓰리즘이 국가를 망친 예는 얼마든지 많다. 하지만 그 포퓰리즘을 선도한 지도자들이 더 문제였다. 우민정치의 앞엔 그 우민정치를, 혹은 전체주의를 선동하고 운영한 '악인'들이 존재했다. 박근혜를 염원하며, 그에 앞서 박정희 현상에 도취됐던 국민들이 문제인가, 그를 이용한 리더가 더 문제인가를 따져 보면 답은 명확하다.

그래서 전 변호사의 포퓰리즘 운운은, SNS 시대에 대한 경계는, 그 자체로 20대와의 호흡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과도 같아 보였다. 오히려 2030이 쏠릴 수도 있는 그 포퓰리즘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보수정치인'을 우리는 아직 만나지 못했다.

<배철수의 선거캠프>는 그렇게 맥 빠진 선거 결과만큼이나 전 변호사의 원론적인 전망과 공허한 반성이 힘을 뺀 토크쇼라 할 수 있었다. "보수를 살려 달라"던 전 변호사가 "진지하게" 내놓은, 리영희 선생의 말을 가져온 유시민의 조언을 다시 받아 안은 마지막 멘트만큼이나.

"보수가 죽지 않습니다. 새는 두 날개로 난다고 했는데, 한 날개가 없어진 게 아닙니다. 다만 그동안에 보수가 자만에 빠졌던 이 나라의 보수 정치 세력들이 이번에 겨우 각성하고 다시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된다면 지금 이번의 참패가 정말 아주 좋은 약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오히려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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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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