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포스터.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 포스터.ⓒ 씨네룩스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매체에서 토해내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맞닥뜨린다. 그들은 대중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한다. 문제는 관심을 향한 열망이 지나친 나머지 정보의 진실여부는 상관하지 않고 자극적인 내용만 찾을 때 발생한다. 심지어 심심한 진실은 걷어내고 사람들이 혹할만한 자극적인 요소만 부각시키는 경우도 많다. 과연 우리는 이를 얼마나 분별해낼 수 있을까. 

이를 다룬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을 살펴보자. 이야기의 뼈대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살인사건이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백설공주' 비누공장에 재직 중이던 한 여직원이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언뜻 미스터리물의 모양새다. 다만, 사건을 풀어가는 이가 탐정이나 경찰이 아닌 한 사건, 사고 전문 방송의 계약직 조연출인 아카호시(아야노 고)다. 그리고 이런 그를 지켜보며 옆에서 거들기도 하는 또 다른 조력자도 있다. 바로 대중이다.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SNS에 공개하는 남자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에서 아카호시 역을 맡은 아야노 고, 카리노 역을 맡은 렌부츠 미사코.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에서 아카호시 역을 맡은 아야노 고, 카리노 역을 맡은 렌부츠 미사코.ⓒ 씨네룩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특이점이 여기에 있다. 아카호시는 무엇을 먹는지, 누구한테 연락이 왔는지 등 모든 대소사를 SNS에 올린다. 보면서 심각한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 때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는 그와 얼마나 다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아카호시 만큼은 아닐지언정 대다수 사람들은 음식, 여행, 일상생활 등에 대한 글과 사진을 매일같이 인터넷에 올린다. 즉, 그는 끝이 안 보이는 허망한 현실에서 벗어나 가공의 세계에 집착하는 현시대의 흐름을 비추는 인물이다. 아무튼 그렇게 시시한 글만 올리던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지인인 카리노(렌부츠 미사코)다. 그녀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직원이 살해당했고, 그 범인을 알 것 같다며 만나자고 한다. 이때부터 그는 이를 파헤치기 위해 용의자와 피해자의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인터뷰를 한다. 하지만 그에게 사건의 진실은 안중에 없다. 오로지 회사의 인정과 대중의 관심에만 목말라 있을 뿐이다. 그가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SNS 속 누리꾼들 또한 별 다를 바 없다. 마치 피라니아처럼 구미가 당기는 일에 몰려들어 용의자의 신상까지 캐내며 물어뜯을 뿐이다.

방송국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촬영분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겠다 싶었는지, 정확한 검열도 없이 자극적으로 편집하여 방송에 내보낸다. 그 내용을 보면 이렇다 할 증거도 없다. 그저 용의자의 평소 행실, 과거 모습을 보다 의심스럽게 포장할 뿐이다. 이는 인터뷰를 한 사람들 또한 큰 몫을 한다.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거짓말을 하거나 자신이 수사담당자라도 되는 양 용의자를 범인으로 당당하게 지목한다. 전 국민이 용의자, 시로노(이노우에 마오)를 범인으로 낙인찍고 있는 셈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확한 증거도 없이 말이다. 

쉽게 의심하고 죄책감 없이 비난하는 댓글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에서 시로노 역을 맡은 이노우에 마오, 미키 역을 맡은 아라이 나나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에서 시로노 역을 맡은 이노우에 마오, 미키 역을 맡은 아라이 나나오.ⓒ 씨네룩스


이 같은 상황은 실제로도 자주 일어난다. 누군가가 잘못했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언론 및 방송국은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일부 대중은 '에이, 설마'하며 기사를 불신한다. 또 다른 이들은 '아, 진짜?'하며 그 대상을 의심하다가 결국 내심 확정짓는다. 그리고 이를 믿는 무리들은 지인에게 본인의 입 또는 손가락으로 소식을 전하고,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댓글을 단다.

왜냐하면 좋은 이야깃거리이기도 하거니와 별다른 죄책감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완전한 오보였다고 판명이 난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그저 기사 내용을 사람들한테 전한 것뿐인데? 내 의견도 조금 보태긴 했지. 아무튼 다 저런 기사를 쓴 기자 또는 방송국 잘못이야." 또는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시치미를 떼거나.

분명 발단을 제공한 언론과 방송국의 잘못이 가장 크다. 하지만 무턱대고 욕한 사람들에게도 죄가 없진 않다. 수많은 정보들의 사실 여부를 일일이 판별하긴 힘들긴 하다만, 확실하지도 않은데 우선 물어뜯고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일단은 잠자코 지켜보다가 확정이 난 후에 비판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 방법이 자극적인 오보 또는 가짜 뉴스에게서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싶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한 장면.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한 장면.ⓒ 씨네룩스


영화 <백설공주 살인사건>가 재밌는 지점은 두 가지가 있다. 시로노가 정말 진범일까 하는 호기심 자극이 첫 번째고, 사건을 풀어가는 주체를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SNS에 집착하는 이와 이를 지켜보는 대중으로 설정을 한 것이 두 번째다. 방송국은 같이 파헤친다기보다는 아카호시의 결과물을 편집하여 송출만 한다. 또한 미스터리 장르에 일부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공격, 따돌림 등 사회적 문제를 가미시켰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적당한 의심은 현명한 자의 지침'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모든 방송 및 기사, 인터넷 글 등을 무작정 믿어선 안 된다. 의심을 나침반 삼아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우리의 감정과 지식에 침투하려는 바이러스 같은 오보와 가짜 뉴스를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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