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방송한 < SBS 스페셜 >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 - 취준진담'편은 취업준비생과 중소기업 경영진 서로 간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도로 보였다. 항상 지원자 입장에서 쩔쩔맬 수밖에 없던 취준생들이 반대로 면접관이 돼 지원자가 된 중소기업 경영진을 평가해 최종적으로 마음에 드는 회사를 선택, 지원한다는 포맷이었다.

취준생들에게는 기업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회였다. 반대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회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어필하면서 취준생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좋은 인재를 찾을 기회였다. 과연 뒤바뀐 입장을 통해 방송에서 어떤 모습이 연출됐을까?

취준생이 '면접관', 기업 임원이 '면접 지원자'가 된 방송

 <SBS스페셜>'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에 출연한 한 취준생의 스펙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에 출연한 한 취준생의 스펙 ⓒ SBS


면접관으로는 150번 이상 자기소개서를 작성했거나 8년째 대학교를 졸업을 못 한 취준생,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중고' 취준생 등 여섯 명의 실제 취준생들이 등장했다. 지원자로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 상무, 스타트업 회사 이사,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 대표가 각각 등장했다.

방송의 면접 분위기는 마치 기업의 실제 면접장을 방불케 했다. 취준생들은 지원자가 된 경영진에게 냉정한 태도로 질문했다. 취준생들의 마음을 사야 하는 경영진은 '왜 자신의 기업이 선택받아야 하는지'에 관해 진땀을 흘려가며 대답했다.

면접관은 먼저 '직원들의 평균 연차 사용일'에 관해 면접 대상자인 중소기업 임원들에게 물었다. 면접에 지원한 세 회사 중 두 곳에서는 직원들이 법적근로기준 연차를 제대로 쓰고 있었지만 다른 한 곳인 항공사는 아니었다. 이에 취준생들의 시선은 곧바로 싸늘해졌고 해당 항공사의 상무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해당 상무는 면접에서 '신입사원의 퇴사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기 열정이 있었는지 (퇴사자에게) 기회가 되면 물어보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신입사원들이 이른 퇴사를 하는 배경에 관해 '열정의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한 여성 취준생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진짜 아무것도 모르시네요. 20대 자제분이 없나요"라고 일침을 가한다.

 <SBS스페셜>'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에 출연한 한 취준생.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에 출연한 한 취준생. ⓒ SBS


이처럼 면접 곳곳에서 취준생과 경영진 간의 간극이 드러난다. 면접 지원자인 경영자 측은 "노오력"이라는 단어의 뜻은커녕 존재 자체도 몰랐다. 면접관인 취준생들은 항공사 상무가 언급한 '노력', '열정'이라는 단어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방송에 면접 지원자로 출연한 상무는 면접관인 취준생들에게 '꼰대' 같은 이미지로 비쳤다. 스타트업 대표는 직원과의 사회관계망서비스 '맞팔'이 직원들에게는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면접을 통해서야 깨닫는다.

'외국어 회화를 할 정도라면 공인된 점수 따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 상무에게 한 남성 취준생은 "실제로 해 보셨냐"고 물으면서 공인 점수를 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2천만 원 중반의 연봉으로 야근수당 없이 야근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스타트업 대표가 "할 수 있다"고 말하자 한 여성 취준생은 고개를 젓는다. 그러나 적어도 여기까지는 생각의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기회인 듯했다.

면접 과정에서 드러난 입장 차이... 선택받지 못한 임원의 눈물

이후 진행된 면접 과정에서 결정적으로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드러났다. 방송에 출연한 임원들은 '열정을 갖고 함께 회사를 일궈나갈 취준생을 뽑고 싶다'고 했다. 반면 취준생은 '만약 회사가 열정을 바란다면 그만큼 처우도 중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회사는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에는 보상을 해주겠다'는 입장인데 취준생들은 '회사의 앞날이 밝지 않으면 어떻게 나중을 기약하느냐'고 했다.

이 부분은 이날 방송의 한계와도 이어진다. 방송에서 취준생들이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은 급여 및 복지, 경영진 만족도,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 문화 등 처우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연봉이 낮으면 안 좋은 기업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보였다. 실질적인 업무와 관련된 질문은 논의에서 빠져 있었다.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인 학벌이나 회식 문화에 대한 질문도 제대로 거론되지 않았다.

또 지원한 기업 중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직종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면접관인 취준생들로부터 구체적인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지원한 임원들로서는 단순히 객관적 정보를 말하거나 "노력하라"는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SBS스페셜>'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의 한 장면.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의 한 장면. ⓒ SBS


결국 이 간극은 방송 마지막 부분에서 작은 반전으로 마무리됐다. '꼰대' 취급 받던 상무 때문에 취준생들에게 가장 선택받기 어려울 것처럼 보였던 국내 저비용 항공사에 가장 많은 지원자(여섯 명 중 세 명)가 몰린 것이다. 이곳은 급여를 제외하고 모든 부문에서 취준생들에게 가장 낮은 평가점수를 받았기에 다소 의외의 결과였다. 복지 혜택은 좋지만 연봉이 다소 높지 않은 나머지 두 곳 중 한 곳은 취준생 한 명의 선택을 받았다. 취준생 두 명은 아예 선택을 포기했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스타트업 대표는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급여 평가에서 취준생으로부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이었다. 취준생들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지표가 연봉이라는 게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결국 방송을 통해 확인한 것은 취준생과 경영자의 다른 생각과 눈높이였다. 적어도 이날 방송에서는 구직자와 회사가 흔히 보이던 기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SBS스페셜>'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에서 취준생이 기업을 선택하는 장면.

'역지사지 면접 프로젝트-취준진담'에서 취준생이 기업을 선택하는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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