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영화 < 1987 >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의 한 극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지난 1월 7일 영화 < 1987 >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의 한 극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영화 <1987>의 흥행이 구시대 수많은 불법 고문이 자행된 음습했던 공간을 인권기념관으로 바꿔 놓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6월항쟁 31주년 기념사에서 옛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부겸 행정안정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민주주의는 잘 가꾸어야지 조금만 소홀하면 금세 시들어 버린다"며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주의의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되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2001년 여야 합의에 따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고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온 것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으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었고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다"며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는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대표적인 장소 남영동 대공분실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새로 만들어지는 "'민주인권기념관'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해 공공기관, 인권단체들, 고문 피해자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이 공간을 함께 만들고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를 겸허히 수용한 것으로 6월 항쟁 31주년의 의미를 더욱 뜻깊게 했다. 지난겨울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1인 시위 등을 통해 남영동 대공분실을 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영화 흥행에 힘 받은 인권기념관

 영화 <1987>의 한 장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을 고문한 경찰들

영화 <1987>의 한 장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박종철을 고문한 경찰들 ⓒ CJ엔터테인먼트


원동력은 영화 < 1987 >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장준환 감독의 < 1987 >은 지난해 12월 말에 개봉해 723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경찰청 인권센터'가 들어선 옛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사회가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도 힘을 얻었다.

특히 영화 < 1987 >의 도입부에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하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이 나오는 것도 여론 형성에 크게 작용했다. 지난 1월 14일 박종철 열사 31주기을 앞두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박종철 열사 묘역을 참배한 것도 주목받았다. 박종철 열사 추모행사는 < 1987 > 흥행과 맞물리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로 인해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한 1월 7일 이후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시민사회단체, 고문치사 사실을 외부로 알린 이부영 선생 등이 나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을 중심으로 청와대 국민청원과 함께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1월 21일부터 시작된 1인 시위는 최근까지 30회 정도 진행되면서 여론을 환기시켰다. 경찰 출신인 표창원 의원을 비롯해 우원식 의원, 진선미 의원, 박영선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의 지원도 잇따랐다.

오랜 시간 시민사회단체가 원했던 인권기념관의 숙원은 1987년 6월항쟁을 잇는 촛불집회와 이를 통한 정권교체, 그리고 영화 < 1987 >의 흥행으로 이어지면서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사회 변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지난겨울 맹추위 속에서도 1인 시위에 참여했던 박종철 열사의 후배 이안 영화공간주안 관장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피어나는 꽃'이라는 처절한 역사의 교훈에서 우리는 인권이 짓밟히고 살해당하는 현장을 생생히 보고 기억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어떤 언론도 제대로 기록하지 못했던 그 상황을 수십 년이 지나고도 잊지 않고 <남영동 1985>이나 < 1987 >처럼 스크린에 되살린 덕분에 많은 국민들과 관객들이 이대로 둘 수 없다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남영동 대공분실을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 고문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힘을 모은 게 결실을 보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참담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고문의 현장을 인권기념관으로 만드는 날, 김근태 선배, 박종철 선배를 비롯한 숱한 희생자들께 꽃 한 송이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겨울부터 최근까지 이어온 1인 시위. 우측 1인 시위자가 박종철 열사의 대학 후배인 이안 영화공간주안 관장

지난겨울부터 최근까지 이어온 1인 시위. 우측 1인 시위자가 박종철 열사의 대학 후배인 이안 영화공간주안 관장 ⓒ 민주열사 박종철 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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