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마지막 모의고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오스트리아 그로딕의 다스 골드버그 스타디움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8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8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스타디온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야기 나누는 정우영-손흥민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정우영(왼쪽)과 손흥민(오른쪽)이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야기 나누는 정우영-손흥민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축구대표팀 정우영(왼쪽)과 손흥민(오른쪽)이 7일 오후(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이 경기는 축구팬은 물론 취재진까지 입장시키지 않은 채 전면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연습경기가 아닌 FIFA가 규정한 정식 A매치 규정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은 이 경기를 마친 후 이튿날인 12일 결전의 땅인 러시아로 입성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게 된다.

신태용호는 지난 8월 출범 이후 총 17차례의 A매치에서 6승 6무 5패(23득점 22실점)를 기록 중이다. 특히 3월 이후 치른 5번의 A매치에서 1승 1무 3패의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 원정으로 국한하면 최근 5경기 연속 무승(1무 4패)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열리는 평가전의 성적은 자연히 본선까지 대표팀의 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대표팀은 월드컵 직전 열린 평가전에서 보여준 모습이 본선까지 그대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한일월드컵, 평가전 활용 성공 사례

2002 한일월드컵은 평가전을 가장 알차게 활용한 성공사례로 꼽힌다. 히딩크 감독이 지휘한 대표팀은 당시 한국축구에 만연한 '유럽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하여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5월에 열린 마지막 A매치 평가전 3연전의 상대를 모두 유럽팀(스코틀랜드-잉글랜드-프랑스)과의 대진으로 구성했다.

한국은 스코틀랜드를 4-1로 완파한 데 이어 '축구종가' 잉글랜드와 1-1 무승부, 우승 후보로 꼽히던 프랑스에는 접전 끝에 2-3으로 석패했지만 한때 역전하는 등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환골탈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본선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강팀에게 패배할 경우 팀 사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지더라도 강팀과의 정면승부를 선택했고 이는 결국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1998 프랑스월드컵이나 2006 독일월드컵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사례다. 차범근 감독이 이끌었던 프랑스월드컵 대표팀은 국내에서 출정식을 겸하여 열린 최종 평가전에서 주전 공격수 황선홍을 부상으로 잃는 초대형 악재를 맞이했다. 강팀도 아니고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상대로도 적합하지 않은 중국을 월드컵 직전 평가전 상대로 고른 축구협회의 선택에 이미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결국 황선홍은 월드컵 최종명단에는 포함되었으나 정작 본선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고 한국은 멕시코-네덜란드전에서 잇달아 참패하며 일찌감치 조별리그 탈락을 확정 짓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 평가전에서 약팀을 상대로 승리를 챙겨 월드컵 분위기를 띄워 보겠다는 축구협회의 어설픈 꼼수가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온 장면이었다.

 11일 오후 딕 아드보가트 감독이 독일 월드컵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11일 오후 딕 아드보가트 감독이 독일 월드컵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끌던 독일월드컵 대표팀은 본선을 앞두고 오슬로에서 열린 노르웨이전에서 0-0 무승부를, 스코틀랜드에서 가나와 맞붙어 1-3으로 완패했다. 대표팀의 전력에 자신감을 잃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본선에서 포메이션과 베스트11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고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 일관했다.

대표팀은 겉보기에 1승 1무 1패라는 나름 준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역전 이후 충분히 다득점이 가능했던 토고전에서 수적 우위에도 한 골을 지키는데 급급했던 것이, 골 득실 싸움이 난 마지막 스위스(0-2)에서 한국의 경기운영이 꼬이는 부작용으로 돌아왔다. 뚜껑을 열자 조별리그에서 만난 세 팀(프랑스-스위스-토고) 모두 해볼 만한 상대였기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결과였다.

역대 최악의 월드컵 평가전은?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2010년 남아공월드컵은 평가전의 악재를 본선에서 반전시킨 사례로 꼽힌다. 당시 대표팀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일본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2-0으로 승리했으나 벨라루스-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잇달아 0-1로 패하며 우려를 자아냈다. 벨라루스전에서는 주전 센터백이던 곽태휘를 부상으로 잃는 악재도 겹쳤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스페인을 상대로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당시 주장 박지성을 휴식 차원에서 제외하고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승부를 펼친 것은 오히려 대표팀이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허정무호는 남아공월드컵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하는 등 1승 1무 1패의 성적을 거두며 사상 첫 원정 16강의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역대 최악의 월드컵 평가전을 꼽으라면 역시 홍명보 감독이 이끈 지난 2014 브라질월드컵이 첫 손에 꼽힌다. 홍명보호는 최종명단 발표 직후 월드컵 출정식을 겸하여 열린 튀니지와의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0-1로 패한 데 이어 가나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는 0-4로 참패하며 이미 암울한 분위기에서 월드컵을 맞이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린 23일 오전(한국시간)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손흥민 등 선수들이 2대4로 완패한 후 허탈해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한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린 23일 오전(한국시간)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손흥민 등 선수들이 2대4로 완패한 후 허탈해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평가전에서 보여준 경기력 자체도 엉망이었지만 당시 주전 멤버와 단조로운 4-2-3-1전술 한 가지에 의존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안이 없는 홍명보호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의리축구 논란 등 선수선발을 둘러싼 구설수, 뒤늦은 황열병 주사 접종 후유증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로 선수단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평가전은 과정일 뿐, 우리한테 전혀 중요한 게임이 아니었다"며 큰소리쳤지만 결국 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며 탈락했고 귀국하자마자 일부 팬들의 엿 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신태용 감독도 최종명단 확정 이후 좀처럼 평가전에서 만족할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여 팬들의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다. 유일하게 승리했던 온두라스전(2-0)은 상대가 '가상의 멕시코'라는 기대에 걸맞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약체팀이었고, 보스니아전(1-3)에서는 유럽팀에 대한 두려움만 다시 확인했을 뿐이다. 심지어 2군에 가까운 볼리비아(0-0)를 상대로도 답답한 경기력으로 일관하며 '평가전의 가치'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까지 나올 정도다.

신태용 감독은 일단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정면승부보다는 최대한 전력 노출을 숨기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공개 평가전으로 예정된 세네갈과의 경기에서도 과연 신태용호가 얼마나 전력을 다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축구는 최근 20년간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묘한 징크스도 가지고 있다.

신태용호의 목표는 18일 열리는 스웨덴과의 1차전에 철저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네갈전을 끝으로 베스트11이나 플랜A를 점검할 기회도 없다. 부상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신태용호가 마지막 평가전에서 월드컵을 대비한 반전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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