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다, 팔레스타인> 6월 8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그린 영화 <잇다, 팔레스타인>이 상영되고 있다

▲ <잇다, 팔레스타인> 6월 8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그린 영화 <잇다, 팔레스타인>이 상영되고 있다 ⓒ 이주현


팔레스타인 전통의상 토부에는 형형색색의 자수가 놓여있다. 빨간 마름모, 긴 초록 선들, 평범함이 느껴지면서도 비범한 느낌도 드는 자수가 토부를 덮고 있다. 토부는 만드는 데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한 땀 한 땀 자수를 새겨넣으며 토부를 만들어 팔기도 하고 자신들이 입기도 한다. 한 때는 토부의 유무가 도시인과 시골인을 구별시켜주는 물건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토부는 고국을 잃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의 상징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고국을 잊지 못했다. 이스라엘 점령지에 가서 자신이 살았던 집을 찾아가 "여기 우리 집입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지었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다가 쫓겨났던 집입니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팔레스타인을 되찾기 위해 소총을 들었던 사람도 있다. 국제회의에서 자신들의 전통의상 토부를 입고 온 이스라엘인들을 향해 "저 사람들이 우리의 땅을 점령하고 내쫓은 사람이다"라고 외친 적도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에 빼앗기는 자신의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각 지방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12가지의 자수를 알아냈고, 보존하고 있다.

토부를 자랑스러워 하는 팔레스타인인들

지난 8일 제23회 서울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잇다 팔레스타인>은 팔레스타인을 위해 활동하는 12명의 여성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영화다. 예루살렘에 태어났지만 쫓겨난 사람도 있고, 팔레스타인에 살다가 요르단이나 이라크 등 주변국으로 간 사람들이 팔레스타인을 그리워하는 내용, 독립을 위해 활동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여러 사람이 있지만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팔레스타인 전통자수를 중요시하고, 만들고 있고, 자수를 태긴 토부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어떻게 고국을 잃게 된 것일까? 때는 거슬러 1차 세계대전으로 돌아간다. 영국은 아랍인들과 '후세인-맥마흔 서한'을 체결한다. 1915년에 약속한 이 합의는 아랍인들이 독일과 오스만 튀르크에 맞서는 대가로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 지역에 독립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동시에 영국은 유대인의 도움도 필요로 했다. 영국은 유대계 은행계 로스차일드 가문과 '밸푸어 선언'을 체결한다. 1917년에 체결된 이 조약은 유대인의 참전 대가로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 민족국가 설립을 약속한다. 이 모순된 합의는 향후 중동분쟁의 시발점이 된다.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은 유대인 편을 들어주었다. 1920년 산레모 회의에서 영국은 팔레스타인에의 위임통치안을 가결한 후, 유대인들의 팔레스타인 대량 이주정책을 실시한다. UN은 유대국과 아랍국, 두 국가로 독립시키기로 한다. 중동 사회는 이에 동요하고,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 구도로 중동전쟁이 발발한다. 1차 중동전쟁 당시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원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과 잦은 분쟁을 가졌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독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했다. 1993년 이-팔 간 평화협정 '오슬로 협정'이 체결되기도 했지만 이스라엘에서 극우 총리 네타냐후가 당선되고 분쟁이 잦아지며 조약은 흐지부지됐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제국주의의 유산, 현대사의 비극, 세계대전 및 국제정치의 희생양을 보여준다. <잇다, 팔레스타인>을 보는 내내 식민지 시절 한반도가 떠올랐다. 포츠머스 조약, 시모노세키 조약,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국제사회에서 조선은 일본에 버려졌다. 식민지 시절을 못 살 지경이던 선조들은 만주에 갔다. 독립을 위해 독립군들은 국내외에서 활동하였다. 선조들이 겪었던 나라 잃은 슬픔, 고향에 가지 못하는 설움을 이제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현재 겪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조선의 얼을 지키기 위해 우리말큰사전을 편찬했다면, 팔레스타인인들은 전통자수를 새긴 전통의상 토부를 만들고 있다.

중동 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친이스라엘 발언 및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고, 취임 이후부터 가자지구 및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이에 팔레스타인인들은 폭력 시위, 유혈 충돌까지 나타나는 양상이다.

영국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고, 분쟁은 수차례 발생했고, 평화협정으로 잠잠해지나 싶었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우리는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하는 팔레스타인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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