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은 올림픽과 더불어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중계방송을 본다. 따라서 월드컵을 중계하는 지상파 방송은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지난 월드컵 중계방송의 승자는 이영표 위원이 해설을 맡은 KBS였다. 당시 이 위원은 논리적이고 차분한 해설로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도 KBS에서는 이영표 위원이 해설을 맡기로 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게 있다. 바로 메인 캐스터로 이광용 아나운서가 발탁된 것이다. 월드컵 중계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듣고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카페에서 이광용 아나운서를 만났다. 다음은 이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통쾌하게 해설하는 이영표 위원, 그 장점 옆에서 최대한 살리겠다"

 이광용 KBS 아나운서

이광용 KBS 아나운서ⓒ 이영광


- 러시아 월드컵이 열흘(지난 4일 당시 기준) 남았잖아요. 중계를 위해 곧 러시아로 가실 텐데 월드컵 중계는 처음이시잖아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사실 월드컵 중계가 완전히 처음은 아니에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이용수 해설위원과 같이 현장에 가서 중계했었어요. 그 당시 KBS 메인은 조우종 캐스터였고 최승돈 캐스터가 있었고 제가 넘버3였죠. 그런데 이번엔 메인 캐스터로 가게 됐어요.

스포츠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들이 가장 꿈꾸는 자리가 월드컵 캐스터일 거라고 생각해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전 세계가 즐기는 축제잖아요. 마이크를 잡고 그 중심에 있다는 거니까 말로 표현 못 할 정도로 벅차고 기쁘죠."

- 월드컵은 지상파 3사가 같이 중계하잖아요. 시청률도 신경 쓰일 것 같아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특히 월드컵은 올림픽과 달라요. 올림픽은 종목이 많잖아요. 그러나 월드컵은 축구 한 종목에 64경기가 정해져 있어요. 조별리그가 48경기인데 우리 국민 대부분이 관심 갖는 건 딱 3경기예요. 이건 축구팬이 보는 게 아니라 전 국민이 보는 거예요. 이번 월드컵 스웨덴, 멕시코전, 독일전은 어떤 드라마나 예능보다 중요한 콘텐츠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방송사가 그 방송을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으로 만들 것인지를 고민하죠.

근데 저도 캐스터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이영표 해설위원이 조우종 아나운서와 호흡 맞춰 1등을 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에 KBS가 1등을 못 할 경우 이영표는 그대로 있는데 캐스터가 바뀌어서 1등 못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잖아요. 그래서 부담이 없을 수는 없는데 크게 신경 안 쓰려고요. 부담을 가지면 좋은 방송이 안 나오거든요. 부담은 있지만, 이영표라는 최고의 해설위원을 믿고 제가 가진 축구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믿으려고요. 그동안 월드컵을 본 경험이나 월드컵이라는 축제를 바라보는 저만의 느낌을 잘 살려서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 준비는 어떻게 하세요?
"출전 국가가 A조부터 H조까지 나와 있잖아요. 그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와 있어야 해요. 조별로 어떤 나라가 있고 각 나라에는 주요 선수가 누구인지. 그리고 조마다 6경기씩 있는데 그 경기 포인트는 무엇이고 언제 어디서 치러지는지 자료를 찾지 않아도 사람들이 찔렀을 때 바로 나오도록 준비해야죠.

또 중계방송을 진행할 때는 시청자들이 경기 보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해야 해요. 시청자 경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캐스터의 역할을 잘해야죠. 4년 전에 이영표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방송을 잘했던 조우종 캐스터 중계방송을 계속 들으면서 참고하고 있어요. 당시 중계방송에서 장점은 최대한 살리고 제가 가진 단점을 최대한 없애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죠."

- 스포츠 중계는 해설자와 호흡도 중요한 것 같아요. 이영표·이근호 해설위원과 할 텐데 준비는 잘 돼 가나요?
"준비 잘 돼 가요. 이영표 해설위원은 해설로 국내 최고라는 게 검증됐어요. 브라질 월드컵부터 이영표 해설위원은 선수 출신이 보통 할 수 없는 해설을 보여줬어요. 선수 출신은 현장 경험에 강점은 있지만, 말을 조리 있고 논리적으로 잘 못한다는 것이 그동안 갖고 있던 선입견이었는데요. 이영표 해설위원은 경험도 풍부한 데다 책을 워낙 많이 읽어서 논리적 표현에도 강하고 비유와 은유에도 강해요.

그리고 적재적소에서 할 말은 해요. 뭔가 사람들이 듣기에 통쾌하고 카타르시스를 주는 과감한 발언이 있거든요. 왜냐면 다 식구이기 때문에 감싸고 비판 잘 못 해요. 그러나 이영표 위원은 할 말은 하는 중계방송이라서 거기에 많은 분이 귀 기울여 주시는 것 같아요. 이번에 파트너로서 이 위원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해야죠.

이근호 선수 같은 경우는 사실 '대표팀 일원으로 러시아에 갔으면 훨씬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부상 때문에 못 갔잖아요. 이근호 선수가 이영표 위원 못지않은 입담 그리고 통찰력을 가진 선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KBS 러시아 월드컵 중계진에 숨은 '키 플레이어'가 되지 않을까 해요. 이근호 해설위원은 많은 분이 보시고 '이근호가 축구만 잘하는 게 아니라 저렇게 말을 잘하고 똑똑한 사람이었어'라고 다들 생각하실 거예요."

"SBS 중계진 '배성재-박지성'처럼 '이영표-이광용' 콤비도 잘 할게요"

- MBC, SBS 중계방송 캐스터 중 경쟁자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축구팬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캐스터는 SBS 배성재 아나운서죠. 인기가 많은 것도 있지만 배성재 캐스터 같은 경우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고요. 2010년 남아공 월드컵부터 SBS 매인 캐스터였으니, 메인 캐스터로 3번째 월드컵이잖아요. 저는 메인 캐스터로 첫 번째 월드컵이에요. 그러다 보니 경험부터 차이 나고요, 후배지만 제가 배울 점도 많고 중계를 볼 때면 잘하는 것 같아서 감탄하게 되죠.

또 하나는 SBS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중계권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매 시즌 중계하잖아요.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데 그 경기를 매년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몇 년 동안 반복해서 중계하죠. 그러다 보니 배성재 캐스터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나 흐름이 몸에 밴 거죠. 저는 시청자로 보는데 배성재 캐스터는 중심에 들어가 중계를 했기 때문에 감각이 아무래도 저보다 나을 수밖에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역시 나름대로 예전부터 월드컵을 봤고 K리그와 해외리그를 주말 밤마다 열심히 봐 왔어요.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것들을 자연스럽게 경기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고, 이영표 위원이 좋은 해설을 할 수 있게 뒷받침하면 되리라 봅니다."

 이광용 KBS 아나운서(좌)와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

이광용 KBS 아나운서(좌)와 이영표 KBS 축구 해설위원ⓒ KBS 제공


- 이번 SBS 해설진에 박지성 위원이 있잖아요.
"신경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죠.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이름을 시대별로 따져 보면 차범근 감독, 중간에 홍명보라는 이름도 있지만 냉정히 따지면 차 감독 다음 박지성 선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만큼 박지성 선수는 축구사에 어마어마한 이름이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급으로 활동했고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으로서 원정 월드컵 16강을 이끌었잖아요. 박지성 선수가 언제 해설을 시작하느냐도 방송계의 큰 관심사였거든요. 결국 이번에 해설하는 데 저도 박지성 해설위원이 어떤 해설을 할지 궁금해요.

어떤 경기든 상대가 있잖아요. 중계방송에서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나 상대를 신경 쓰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최대한 잘하고 시청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거죠. '박지성이 왔는데 어떻게 하지' 혹은 '배성재가 중계 잘하는데 어떻게 하지' 같은 생각은 접고, 저희는 우리 선수들을 믿고 시청자들을 바라보면서 이영표, 이광용 콤비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걸 만들어서 보여드리겠다는 생각만 하면 될 것 같아요,"

- 가장 두려운 상대는 SBS겠네요?
"솔직히 말하면 그렇죠. SBS가 가장 신경 쓰이죠. 왜냐면 박지성 해설위원이니까요."

- 일각에서는 같은 경기를 3사가 같이 중계하는 건 '전파 낭비 아니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방송사 입장에서 그 시간 다른 걸 편성하는 게 부담스러운 거예요. 전부 그걸 보잖아요. 그리고 경기마다 비중이 달라요. 그러다 보니 3사가 배분해서 황금률을 찾으면 되겠지만 그게 쉽지 않은 문제거든요.

그리고 월드컵 중계권이 워낙 비싸다 보니 방송사들이 거금을 들여서 중계권을 사요. 이걸 흑자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고요. 적자 폭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데 그러려다 보니 결국 '출혈 경쟁'하는 거죠. 저는 방송국에 몸 담은 입장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의 채널 선택권을 빼앗는 것에 대해서 죄송스러운 부분이 있죠. 이건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 그런 논의가 있나요?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 같은 경우 종목을 배분해요. 그런데 욕심 나는 종목은 똑같잖아요. 인기 종목은 배분이 쉽지 않아요.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한국 축구가 동메달 땄잖아요. 그때 경기당 두 방송사씩 들어갔어요. 전례가 있긴 있어요. 그런 걸 월드컵에도 적용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떨지는 모르죠."

"선수들이 국민 속 '뻥' 뚫어주길... 스웨덴전 이기면 나라 뒤집힐 것"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 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 작전 지시하는 신태용 감독7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대 볼리비아의 평가전. 한국 신태용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근 두 번의 평가전이 있었잖아요. 1승 1패 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사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인데요. 그런데 보스니아전 보니 수비 전술이 지금 완전하지 않아요. 선수들 컨디션도 완전하지 않고 장현수 선수가 수비 중심을 잡아 줘야는데 평가전에 나서지 못했죠. 특히 보스니아전 같은 경우는 쓰리백으로 나갔잖아요. 쓰리백에서 중요한 건 좌우 윙백이거든요. 보스니아전은 김민우 선수와 이용 선수가 좌우 윙백에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올라갔는데 우리보다 강한 팀 만났을 때 뒤에 수비 3명만 놓고 좌우 윙백이 공격적으로 무게 중심을 앞에 두고 올라가는 건 사실 위험한 전술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보스니아가 한 번에 우리 수비 뒷공간으로 패스를 넣어 비슈차 선수가 해트트릭을 기록했잖아요. 보스니아는 월드컵 못 나간 나라예요. 우리가 본선에서 만나는 나라보다 보스니아가 약한 팀이거든요. 스웨덴, 맥시코, 독일은 훨씬 강하고 훨씬 골 잘 넣는 선수가 많은데 보스니아를 상대로 수비 뒷공간이 허물어지는 걸 보며 수비 조직력 훈련을 남은 기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또 한편으론 좀 더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해야 하는데 너무 공격하고자 하는 욕심이 많은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했어요.

온두라스전에서 보셨겠지만, 그래도 한국에는 손흥민이라는 세계적 공격수가 있어요. 또 큰 무대에서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이승우라는 선수가 있고요. 그리고 제가 가장 믿고 기대하는 기성용이라는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의 존재가 든든하죠. 답답할 때 이 선수들이 시원하게 국민들 속을 뻥 뚫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특히 18일 오후 9시 시작하는 스웨덴전에서 만약 승리한다면 16강 가능성 있고요. 그 경기에서 꼭 멋진 장면이 나오면 좋겠어요."

- 이번에 월드컵 출정식이 전주에서 열렸잖아요. 지방에서 출정식 하는 건 처음이라 의미 있을 것 같은데.
"서울만 고집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죠. 일단 서울 월드컵 경기장이 6만 5천 석이라 크잖아요. 거기가 가득 차면 분위기가 살아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앞두고 월드컵 출정식 겸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이 있었는데, 그때 2-0으로 이겼어요. 그때 관중이 6만 명 넘게 오셨더라고요. 그리고 2006년 보스니아와 경기하고 출정식 할 때도 6만 5천 명이 들어왔어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땐 튀니지와 평가전을 했는데 1-0으로 지고 관중석도 약간 비었죠. K리그 경기장 중 최근 가장 뜨거운 곳이 전주거든요. 그런 현장에 가서 평소 A매치를 못 보는 축구팬과 만나고 대표팀 기도도 받는 건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 역대 월드컵 중 이번 러시아 월드컵이 현재까지는 가장 인기가 없는 것 같아요. 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적은 것 같은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축구 자체만 놓고 보면 대표팀이 그동안 시원한 모습을 못 보여줘서 그런 것 같아요. 예선과정이나 평가전에서 뭔가 경기를 잘한다거나 기대되는 모습을 못 보여준 게 가장 크고요. 그래서 기대감이 이전 월드컵에 비해 낮은 게 맞아요.

또 하나 축구 말고도 즐길 게 너무 많아요. 그리고 최근 국내적으로는 선거가 있고 국제적으로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전환점이 있잖아요. 사람들 시선 돌릴만한 일이 너무 많은 거죠. 그러다 보니 월드컵과 한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이전만 못한 건 사실인 것 같아요."

- 그럼 어떻게 관심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대표팀이 잘해야죠. 대표팀이 스웨덴전 이기는 것밖에 없어요. 6월 18일 스웨덴전 이기면 2002년 못지않은 분위기 한 번에 만들어질 거예요(웃음). 왜냐면 월드컵이잖아요. 스웨덴전 이기면 나라가 뒤집힐 걸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간대도 좋아요. 스웨덴전은 밤 9시고 멕시코전은 토요일 밤 12시예요. 독일전은 수요일 밤 11시거든요. KBS와 함께, 이영표와 함께 우리 다시 미쳐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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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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