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급 살인> 포스터.

영화 <일급 살인> 포스터. ⓒ TNT Originals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앞바다 한가운데 있는 알카트라즈 섬, 1934년 알카트라즈 연방 교도소가 문을 연다. 갱들이 한창 위세를 떨치던 때에 선전용으로 문을 열었던 이곳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교도소라고 할 만하다. 미국에서 활동한 이탈리아계 마피아 거물 알 카포네가 수감됐고 1963년 폐쇄될 때까지 단 한 명도 탈출하지 못했으며 재소자의 권리 보장이 최악이었다고 전해진다.

폐쇄 후 몇 년 간 방치하였다가 1972년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지금까지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는데 소설, 게임, 영화, 드라마, 만화 등 수많은 콘텐츠에도 배경으로 등장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 <더 록>(1996)에서 정부에 의해 토사구팽 당한 특수대원들이 탈취해 요새로 만든 곳도 바로 이 곳이다. '더 록'은 알카트라즈 교도소의 별칭이기도 하다.

<더 록>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법정 영화 <일급 살인>(1995) 또한 이곳이 주요 배경이다. 교도소 본연의 기능을 생각하자면, '가장 유명한 교소도' 알카트라즈는 탈옥이 절대 불가한 철통 경비뿐만 아니라 재소자의 재활 교육과 교화도 투철하게 시행하는 곳이어야 마땅하겠다. 과연 그랬을까?

3년 동안 독방에 갇힌 재소자, 살인까지 저질렀다

 영화 <일급 살인>의 한 장면.

영화 <일급 살인>의 한 장면. ⓒ TNT Originals


영화는 주인공 헨리 영(케빈 베이컨 분)을 비롯한 4명의 재소자들이 알카트라즈 탈옥을 하다가 실패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로 인해 두 명은 현장에서 사살되고 맥케인은 밀고하면서 추가 처벌을 받지 않았고 헨리 영은 독방에 3년 동안 갇힌다. 알카트라즈의 독방 정책은 19일 이상 감금을 금지하고 있지만 유명무실이었다.

영은 가끔씩 방문하는 소장의 독방 실태 점검으로 풀려나 일반 감방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이미 그는 너무나도 오래된 독방 생활로 정신이 이상해져 있었고 식사시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라 200명의 목격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배신자 맥 케인을 죽인다. 그는 곧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일급 살인으로 기소된다.

초짜 국선 변호사 제임스 스탬필(크리스찬 슬레이터 분)이 영을 변호하게 된다. 스탬필은 그를 돕고자 하지만, 영은 자신이 반드시 사형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일절 자신을 변호하려 하지 않는다. 아니, 그는 죽는 것보다 독방으로 돌아가는 것을 훨씬 더 두려워 했다. 이에 스탬필은 다른 루트로 조사를 이어 나가고, 영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환경의 독방에서 3년 동안 있었고 그로 인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결론에 이른다.

영화에서는 '탈옥자 재활을 위한 독방과 참작의 여지 없는 일급 살인자' 대 '규정을 어긴 처참한 독방 환경과 그로 인한 정신 이상으로 인한 살의 없는 살인'이라는 프레임이 대립한다. 교도소 입장에서 재소자는 교화와 재활의 '대상'일 뿐이지만 스탬필은 '영도 엄연히 인권을 지니고 있는 인간'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은 모든 이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심지어 인간이라면 저지를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말이다. 더불어 영화가 저격하려는 대상은 영의 살인이 아닌, 알카트라즈의 비(非)인간적인 현실이다. 이는 극 중에서 스탬필이 (보는 이에 따라선) 영악하게 기존의 프레임 전쟁을 이탈해 새로운 프레임을 만드는 전략일 수도 있다. 스탬필은 "영이 알카트라즈 교도소에 의해 살인자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사실'만' 맞는 건 아니겠지만, 이 사실 '또한' 맞는 건 분명하다.

비슷한 어린 시절 그러나 엇갈린 두 사람의 운명

 영화 <일급 살인>의 한 장면.

영화 <일급 살인>의 한 장면. ⓒ TNT Originals


2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명작이라고 호평 받는 <일급 살인>은 비단 단순 법정영화에서 보이는 프레임 너머를 들여다봤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기엔 두 주인공 헨리 영과 제임스 스탬필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모두 어릴 적 5달러를 훔쳐봤지만, 한 명은 교도소에 와 있고 한 명은 변호사가 돼 있다.

스탬필은 영을 위해, 아니 '정의'를 위해 참으로 많은 것을 포기한다. 영은 스스로를 위해, 자신의 독방 생활 3년 동안 경험했던 '삶보다 나은 죽음'을 위해 삶을 포기한다. 영은 자신의 삶을 살릴 스탬필이 아닌 친구 스탬필을 원하지만, 스탬필은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관에 대한 열망으로 의뢰인 영을 원하는 것이다. 영화는 그런 피상적인 관계에서 인간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이들을 보여준다.

헨리 영은 영화 내내 시종일관 입을 열지 않는다. 그리고 '왜 맥케인을 죽였는지', '알카트라즈 독방에서 어떤 짓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도 한 마디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증인석에 서서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남긴 한 마디가 있다.

"저는 무기 대용이었지만 살인자는 아닙니다. 살인자는 그들이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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